[2015 한국·세계 경제 대전망] 고령화·저성장 ‘고착’…금리 상승 예상

위기이자 기회의 한 해 될 듯, 미국 통화정책 변화 ‘주목’

2015년 한국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고령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령화는 7~8년 전부터 우리 금융시장이 풀어야 할 난제로 꼽혀 왔다. 하지만 2015년은 저성장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는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구통계학적으로 한국의 고령화는 2012년에 고점을 찍은 것은 맞지만 그에 따른 인구구조가 다이아몬드 형태에서 역삼각 형태로 전환되는 시점은 2015~2016년”이라며 “하지만 고령화가 무조건 경기 침체나 자산 가격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2015년은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이자 도전을 맞이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구조 역삼각형 형태 전환 시점
2015년 금융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가진 구조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내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가 금융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저성장의 원인은 비교적 뚜렷하다. 경제의 성숙도와 자본 축적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한계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은 필연적으로 저금리를 동반하는데, 저금리는 금융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주요한 동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을 선호하지만 예금 금리 2%의 낮은 금리 수준에 만족하는 투자자들은 없다”며 “결국 중위험·중수익의 영역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로 은퇴 자산을 축적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향후 자산 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보유자의 특성도 뚜렷하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의 고령화에 따라 위험 추구 성향이나 금융 상품의 거래 패턴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선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는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미국은 최근 양적 완화 조치를 종료했다. 경기 회복이 예상과 부합하는 수준에서 이뤄진다면 2015년 내에 기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국제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부채의 함정’을 지목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부채에 의존한 성장의 취약성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특히 중국을 필두로 비금융 기업 부문의 부채가 급증하는 등 부채 위기의 새로운 진원지로 신흥 경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고령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내수와 관련된 산업의 급격한 침체 가능성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고령화 진입 이후 의식주 산업이 침체되고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령화에 따른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정책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정부 정책과 가계 및 기업들의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급격한 경기 후퇴보다는 하향 안정을 통한 완만한 경기 회복이 전개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코스닥 지수는 2008년 6월 이후 7년 만에 600선을 돌파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 대표 기업들이 3대 트렌드인 ‘모바일, 헬스 케어, 중국 소비’의 수혜주인 만큼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가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강소기업들의 해외 진출 성과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헬스 케어 분야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 확대와 함께 해외시장 진출 성과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씨젠·메디톡스 등의 의료 기기 관련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채권시장은 국내외 경기 개선,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점진적인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은 2015년 6월을 전후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국내시장 역시 금리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매우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는 국고 3년 기준으로 2.2~2.7%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금리의 변동성 확대로 장·단기 금리 차는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국고 3년과 10년 금리 차는 50~80bp(1bp=0.01% 포인트)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보험’ 수익성 소폭 개선
산업별로 보면 은행업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수익성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부 가계 및 기업 대출 부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강화 정책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2015년 국내 은행의 자산 성장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명목 경제성장률(금융연구원 추정치 5.3%)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국내 은행들이 과다한 외형 경쟁을 지속하면서 대출 시장 중에서도 4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 대출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다. 기업 부문도 미국의 금리 기조 변화와 중국의 성장 둔화 등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대기업 투자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은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이 상존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장 기업의 실적 악화와 고령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은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 중앙은행(Fed)과 비교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으로 전환하는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신흥국 증시로 이동할 전망이다. 한국 및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2014년 글로벌 증시 중에서도 상하이 증시는 차별화되는 강세 흐름을 기록 중이다.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 인덱스는 연간 3.2% 상승한데 비해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10.6% 상승했다. 한국 증시는 최노믹스 효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면 코스피가 235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은 지속적으로 악화되던 업황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험주들은 두 가지 문제에 시달려 왔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부채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운용 수익률과 부채 부담 금리 사이의 역마진이 발생했던 것이 하나다. 또 하나는 암보험·실손보험 등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보험금 지급이 증가하면서 매출 증가에도 위험률 차 이익이 늘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위험률 차 이익은 이미 2014년부터 크게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시차를 두고 보험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차 역마진 문제는, 금리 상승을 통한 적극적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공시 이율(시중금리와 연동해 적용되는 일종의 보험 예정 금리) 제도 개선 등을 통해 2015년에는 추가적으로 역마진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 이율이 인하되고 공시 이율도 추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특히 이러한 제도의 변화가 보험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던 감독 당국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과거 역마진 고위험 상품의 비중이 높았던 대형 생보사들과 손해율 상승의 어려움을 겪어 왔던 현대해상 등의 손보사들도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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