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세계 경제 대전망] ‘반전’ 노리는 스마트폰…‘진퇴양난’ 조선

자동차는 완성차보다 부품의 성장세 돋보여…건설·관광 ‘맑음’ 계속


2015년 D램 산업은 정보기술(IT) 기기의 모바일화 가속 그리고 그에 따른 저전력 반도체 수요 확대 등이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DDR4 시장이 본격화되고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을 채용한 패키징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DDR4는 기존 DDR3에 비해 전송속도가 3배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대폭 줄어든 반도체다. 또 TSV는 D램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AP와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칩 간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므로 시스템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 2015년부터 DDR4 전환과 TSV 패키징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2015년 디스플레이 산업은 액정표시장치(LCD) TV의 대형화 가속, 초고화질(UHD) TV 시장 성장 등으로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퀀텀 도트(Quantum dot:양자점) TV 시장 개화 등에 따른 프리미엄 시장이 성장하면서 산업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퀀텀 도트는 전류를 받으면 스스로 빛을 내는 퀀텀(양자)을 주입한 반도체 결정을 말한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퀀텀 도트 TV의 가장 큰 장점은 색 재현성”이라며 “2015년에는 프리미엄 시장의 핵심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4년 한국 스마트폰 산업에 위험 신호등이 켜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삼성전자의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LG전자의 경쟁력 회복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서플라이 체인 효과로 원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높은 브랜드 가치로 시장점유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015년 주목할 포인트로 두 가지를 봤다. 하나는 애플의 경쟁력 유지, 다른 하나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성장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IT 업종에서 스마트폰보다 더 주목할 분야는 부품과 소재”라고 강조했다. 과거 전기전자 산업의 강국이었던 국가들의 흐름을 보면 세트→부품 및 소재→장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선진국 경기 둔화 우려가 재차 불거지는 가운데 개발국 수요 또한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완성차 회사들 역시 매출 정체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비 개선과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 업체는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당국과 소비자는 최근 자동차의 친환경·안전·편의에 대한 요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의 2015년은 2014년보다 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은 2010년 이후 성장 동력이었던 해양 부문의 시장 감소, 상선 부문에서 해외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 등으로 내우외환에 빠졌다. 2007년 수주 폭증 시기에 진행했던 조선업의 생산능력 확장은 업황 하락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결국 한국 조선업은 기로에 서게 됐다. 그동안의 확장 전략을 대폭 수정, 매출 성장을 포기하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전개할 것인지, 아니면 더욱 공격적인 영업 전략으로 해외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면서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과거 최고 수준의 이익을 앞으로 3~4년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 역시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과 글로벌 철강재 소비 증가율 정체가 201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원자재 가격 역시 약세를 기록하면서 철강 제품 자체의 가격도 낮아지는 추세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 약세와 낮아진 철강재 수요 증가율 속에서 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간의 마진을 지킬 수 있는지의 능력과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판매 제품들 중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이는 과제도 함께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성장 국면이 계속되면서 운송 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다.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항공 및 해운 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유가 하락의 주된 이유가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를 무대로 뛰는 항공과 해운 업체들에 유가 하락이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반면 택배업에는 볕이 들고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4년까지 15년째 하락하고 있는 택배 운임이 1~2년 뒤부터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는 “오랜 기간 운임이 하락하다 보니 최근 수년 동안 대형 택배사들이 설비 확충에 보수적으로 임했다”며 “반면 국민들의 소비 패턴 변화로 택배 수요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고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계속될 ‘요우커의 힘’
유통업은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2011년 국내 소매 유통시장은 전년 대비 7.9%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2012년 4.1%에서 2013년 1.5%로 급락한 후 2014년 8월 누계 기준 1.9%에 머무르며 3년 연속 침체기를 맞고 있다.

건설업은 회복세가 뚜렷하다. 2014년 상반기부터 부동산 경기는 이미 개선의 시그널을 보냈다. 국내 부동산 경기 회복은 건설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에 가장 부담으로 작용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와 그중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축소되면서 실적 부담을 완화하는 과정에 있다. 이와 함께 분양가 상승, 공급 물량 확대 등으로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 사업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우려가 컸던 해외 수주의 원가율 부담은 2014년을 기점으로 개선세로 전환된 것이 이미 확인되고 있다”며 “일부 부담이 큰 현장도 일부 남아 있지만 대부분이 2015년 상반기에 완성이 마무리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은 건설사들이 한층 레벨업 된 수익구조와 이익 창출력으로 그동안 저조했던 성장 및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관광업 역시 2014년의 성장세를 2015년에도 이어 갈 분위기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인 입국자와 내국인 출국자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라며 “중국인 수혜를 많이 보고 있는 면세점, 외국인 카지노 등 관광산업의 주요 업종에 긍정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2014년 음식료업의 실적은 매우 좋았다. 곡물 가격과 환율 등 외부 변수가 음식료업에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에는 외부 변수가 2014년만큼 좋지는 않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결국 각 기업의 대응 전략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전략으로 1인 가구 증가에 맞는 제품 출시, 해외 진출 확대, 온라인 유통 확대, 브랜드 파워 상승, 물류비 축소, 제조원가 혁신 등을 꼽았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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