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예측 불가능’의 시대가 도래한다

무용론 속에 예측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실질적인 이유는


요즘 종전에 우리가 배웠던 경제 이론이 통용되지 않는 ‘경제학의 혼돈(chaos of economics)’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과 함께 각종 예측이 들어맞지 않아 ‘예측 무용론(forecasting ineffectiveness)’이 제기되고 있다.

각종 예측 목적 중 하나가 투자자와 경제 주체들을 안내하는 역할로, 이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 혹은 경기 침체’ 추세가 맞아야 한다. 또한 실적치에 대비한 예상 오차율이 최소한 30% 범위는 빗나가지 말아야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는 예측치는 거의 없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더블 딥(double dip:이중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심지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011년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이 떨어진 이후 침체의 골이 세 개가 생긴다는 ‘트리플 딥(triple dip:삼중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미국 경제도 일본 경제처럼 장기간 불황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화(Japanization)’에 대한 경고가 잇달아 나왔다. 최근에는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장기 침체론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2009년 2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3분기에는 3.5%로 회복됐다.



유럽 재정 위기와 관련된 각종 예측도 유난히 많이 나왔다. 그중에서 씨티그룹과 루비니 교수 등이 제시했던 ‘그렉시트(GreExit:Greece+Exit)’가 주목을 끌었다.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탈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도가 돼 트로이카가 구제금융 지급을 극적으로 결정하면서 아직까지 유로 존(Euro Zone)에 그대로 남아 있다.


군집성 주가 예측 관행 개선돼야
중국 경제가 궁극적으로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도 최근까지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이 이런 예측을 내놓아 세계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컸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성장률이 7%대를 계속 잘 유지해 ‘연착륙(soft landing)’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뿐만 아니라 주가 예측에서는 그동안 지적돼 온 고질적인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주가 예측이 시장 흐름을 좇아 사후적 혹은 대증적으로 예측한다면 오히려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주가 예측이 아무리 전문가들의 감(感)을 중시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조금만 변할 때마다 수정 전망치를 자주 내놓음으로써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각종 예측 시에는 정략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으로 구분되는데, 예측자의 감을 가미하는 것은 정성적 분석에 해당한다.

또 경제성장률과 같은 실물 통계도 아닌데 ‘신만이 안다’는 주가를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예측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다른 변수와 달리 주가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예측할 수 없고 설령 맞았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단순히 주가 수준 전망보다 투자 전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세 전환 예측이 투자자에게는 더 중요할 수 있다.

증시는 고도의 복합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주가 예측론자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토대로 예측 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어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이 때문에 주가 변동을 유발하는 복합 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예측이 필요할 때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가 정작 주가의 방향이 바뀐 뒤에야 비로소 터닝포인트를 알린다고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고 자주 비판을 받아 왔다.

군집성 주가 예측 관행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악습이다. 군집성 주가 예측은 전년도에 주가 예측을 잘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 연도에 주가 예측이 쏠리는 현상으로, 예측자가 자신감이 없거나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비단 이런 관행은 주가 예측에만 국한되지 않고 성장률을 전망하는 한국 예측 기관들은 50개가 넘지만 대부분이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에 상하 0.5% 포인트 안에 몰려 있다.


미래 예측의 중요성 커져
예측이 어렵고 틀렸다고 해서 예측 자체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정확한 현실 진단과 예측이 요구된다. 최근처럼 경기와 증시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세계 각국들과 주요 기관들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 판단 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정 지표가 경기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게 교차 상관계수를 구하거나 마코브-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인공 신경망 등이 자주 활용돼 왔다. 특히 마코브-스위치 모델은 투자 수익을 내는데 결정적인 국면 전환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이 방법을 선호한다.

한 나라의 경기순환에서 경제지표의 성격별로 장기선행지수·단기선행지수·동행지수·후행지수는 순차적으로 움직인다. 국가나 시기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장기선행지수는 1년 전에, 단기선행지수는 6개월 전에 경기 변동을 예고한다. 최근에는 주가가 경기에 3~6개월 정도 앞서가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선행지수와 단기선행지수는 이르면 각각 9개월, 3개월 이전부터 주가 흐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증시와 동조화 정도가 심한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경제사이클연구소(ECRI)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 착공 건수와 기업 도산 분담금 등은 장기선행지수에, 신규 주문 건수와 주간 평균 노동시간 등은 단기선행지수에 속한다. 특히 인플레와 관련해 ECRI가 개발한 미래물가지수(FIG)는 Fed가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변경할 때 여전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 위기 이후 기업과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시화되는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를 맞고 있다. 국가·기업·개인 등은 다가올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비하고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 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래 예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는 시점에서 위기 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추세(trend)를 읽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처럼 미래 불확실성이 상시화되는 시대에는 정확한 미래 예측이 기업과 금융사 생존의 전제가 되는 사회다.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기업과 금융사 등 경제 주체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 속에서의 기업과 금융사의 위치 파악과 지향할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방향 설정은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