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글로벌 저유가 시대 돌입…수혜주는

수요 부진·공급 확대가 저유가 원인…항공·화학에 긍정적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KDB대우증권 손재현 애널리스트 외 5명이 펴낸 ‘원유-75달러 이하는 비정상 유가’를 선정했다. 이 리포트는 애널리스트 간 공동 작업을 통해 유가 하락에 따른 거시 경제 전망과 함께 유가가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화학과 항공 산업에 대한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국제 유가는 중기적으로 75~85달러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여력이 많지 않고 OPEC가 스스로 밝혔듯이 적정 유가 수준도 80달러 내외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가 80달러를 밑돌면 캐나다 샌드 오일, 심해 유전, 일부 타이트 오일과 셰일 오일 등 생산원가가 높은 유전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유 공급과잉의 주요 원인인 미국의 타이트 오일과 셰일 오일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게 되면 생산에 바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트·셰일 오일은 전통 유전과 달리 초반에 생산량이 집중되고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를 꾸준히 해야 한다. 유가가 하락해 설비투자가 감소하면 생산에 바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저유가에 따른 최대 수혜국은 미국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아시아·유럽·미국 등 원유 소비국에는 수혜다. 반면 캐나다·노르웨이 등 원유 생산 선진국과 러시아·중동·아프리카에는 악재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하락한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수요(주로 유럽)가 부진한 측면과 선진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최근 유가 하락이 수혜로 작용하는 지역은 그나마 성장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와 미국에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

계산상으로는 미국보다 포르투갈 및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유가 하락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지역은 계속된 수요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다는 점에서 오히려 수혜를 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

미국은 유가뿐만 아니라 금리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호재다. 물론 지난 7월 이후 미국 달러는 교역 가중 기준으로 5% 이상 절상됐다. 반면 금리는 45bp(1bp=0.01% 포인트), 즉 17% 하락했다. 미국은 달러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부담보다 금리 하락 수혜가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유가도 마찬가지다. 미국 경제에서 유가 하락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00년대 이후 민간 소비에서 에너지(휘발유 포함) 실질 소비 증가율은 국제 유가에 6개월 정도 후행한다. 미국의 민간 소비는 올해 4분기 또는 2015년 1분기 이후 유가 하락의 수혜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금융시장 불안이 4분기에 더 확대되기보다 점차 진정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무역수지 또는 경상수지다. 전통적으로 한국 무역 흑자는 교역조건에 예민하다. 최근 원화가 절하됐고 유가도 하락했다. 이를 감안하면 10월 이후 한국 교역조건이 연말까지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런 식의 수혜는 연속성이 떨어진다. 유가 하락은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자원 부국들의 펀더멘털 악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의 대남미·중동·아프리카 수출 비중은 13.7%로 미국 또는 유럽연합(EU)보다 높다.

물론 아직 유가 하락이 원유 생산국의 손익분기점을 밑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장기화되면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일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들어 한국의 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중국과 함께 남미·중동·아프리카의 수출 수요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은 부동산·소비재·정보기술(IT)·헬스케어 산업에 있어 긍정적이다.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을 높여줌으로써 소비 여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효과는 예전만 못할 전망이다. 유가 변화에 민감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2012년 이후 유가가 안정되는 국면에서도 소비 증가율이 상승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가계 부채 문제가 소비 회복에 구조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유가 하락은 일반적으로 정유화학 업체 실적에 부정적이다. 제품 가격이 같이 하락하면서 이익 규모가 축소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원유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 경기가 좋으면 유가가 상승하면서 마진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평가 손실 등으로 실적이 둔화된다. 중요한 것은 두바이 유가가 80달러 선에서 안정화될 때 정유화학 업체들의 마진이다.


4분기에 항공업 수혜 ‘극대화’
정유 업체들은 유가 하락세가 마무리되면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둔화 요인들이 제거되면서 실적 추정치 하향 추세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석유제품·파라자일렌(PX)·항공기유 등 주력 제품이 모두 공급과잉 상황에서 마진의 개선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때 증설 효과가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선호한다.

반면 화학은 약간 다르다. 에틸렌은 미국 에탄 크래커 건설 지연과 중국 석탄화학 투자 축소로 2017년까지 업사이클이 예상된다. 특히 유가의 하향 안정화로 석탄화학의 원가 경쟁력이 약화돼 에틸렌 체인의 수혜가 예상된다. 에틸렌 체인 비중이 가장 높은 롯데케미칼의 수혜가 가장 클 전망이다.

항공업에서는 항공유의 가격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10월 평균 항공 유가는 배럴당 102.4달러로 2013년 평균 대비 16.5% 하락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연간 항공유가 배럴당 1달러 하락 시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330억 원 정도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2014년 4분기 및 2015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물론 유가가 하락하는 게 항공사에 좋은 일 만은 아니다. 유가 하락은 일반적으로 경기 부진을 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감소보다 전반적인 시황 부진으로 나타나게 되는 탑승률 하락과 비행기 요금 감소에 따른 수익성 부진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며 실적이 부진하거나 실적 개선 폭이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유가 하락은 다소 성격을 달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항공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최근 유가는 수요 부진보다 공급 확대에 기반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 항공 시황 부진에 따른 요율 하락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과 2016년 원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83달러, 85달러라는 전제하에서 경험적으로 항공 유가는 배럴당 103달러, 105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4년 최근까지 평균 가격인 배럴당 118.2달러 수준에서 각각 12.7%, 10.6% 하락한 수준이다.

최근 항공 경기는 여객 경기가 아직 크게 살아나고 있지 않지만 원가 중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항공 화물 경기가 꾸준히 회복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항공 화물 성수기인 4분기에는 개선 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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