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해마다 반복되는 전세난 잡을 묘책은

수치상으로는 안정, 체감도는 여전…매매 시장 정상화가 답


연일 전세난에 대한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어디에 사는 김모 씨는 몇 천만 원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눈물을 머금고 이삿짐을 쌌다는 식의 보도다. 전세난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전국 아파트 시장의 전월 대비 전셋값 상승률을 살펴보면, 7월에 0.17%, 8월에 0.21%, 9월에 0.37%, 10월에 0.37%로 상승 폭을 키워 온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또는 저금리의 영향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전셋값 상승률이 높아지는 것은 지금 시점이 가을 이사철이기 때문이다. 비수기였던 여름철에 비해 전세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올해에만 벌어졌다면 일부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현재의 전세난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나 저금리의 영향’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주택 공급 늘리면 전세난 잡힐까
그러나 올해 전셋값 상승률은 작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기준 금리가 인하된 시점은 올해 8월과 10월이다. 작년에 비해 금리가 더 떨어졌는데도 작년에 비해 전셋값 상승률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난 10년간(2004~2013년) 평균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치만 보면 현재 전세 시장은 안정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느끼는 체감 상승률은 통계와 크게 다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세입자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전월 대비 상승률이 아니라 2년 전 대비 상승률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전세 계약을 갱신하든, 아니면 다른 곳을 찾아 새로 전세 계약을 하든 2년 전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지난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5.32%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전셋값 상승률은 11.94%에 이르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둘째, 같은 상승률이라고 하더라도 전셋값이 비쌀수록 체감상 상승 폭이 크다고 느껴진다. 전셋값 상승률이 12%로 같다고 하더라도 전세 보증금이 1억 원이라면 1200만 원만 올려주면 된다. 하지만 전세 보증금이 4억 원이라면 4800만 원이나 올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는 2년 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4589만 원 정도 올려줘야 한다.



이런 이유로 통계와 달리 서민이 느끼는 전세난은 심각한 것이다. 그러면 이런 만성적인 전세난은 어떤 이유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면 주택 공급을 늘리면 전세난이 잡힐 수 있을까. 단기간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없지만 그 효과도 보장할 수 없다. 늘어나는 주택이 전세 시장으로 나올 수 있는 경로가 좁다면 미분양만 늘어날 뿐 전세난은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현재 전세 시장의 문제는 전세를 주려는 사람은 적은데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전세난을 해소하려면 전세 공급을 늘리고 전세 수요를 줄이는 방법이 병행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7·24 대책은 전세 수요를 매매 시장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에게 빚을 내게 해 매매 수요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비판 섞인 지적도 많았지만 그 의도가 맞다. 이에 비해 이번에 발표한 10·30 대책은 전세 수요를 월세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월세 수요자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 지원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실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을 떠나 월세 시장을 두드리게 될 계기가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전세는 공짜, 월세는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수요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 지원은 지난 정부의 전세 대책과 유사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전세난 키운 ‘전세 자금 대출’
MB 정부 전세 대책의 핵심은 전세 자금 대출이다. 하지만 이 대책이 오히려 전세난을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전세 보증금 인상분을 마련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하는 세입자를 위해 대출을 쉽게 해주기 위해 정부에서 보증을 서준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책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시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송파에 사는 김모 씨는 1억 원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하남시로 이사를 갔다는 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이 보도에는 빠진 것이 있다. 그러면 집주인은 그 집을 비워 뒀을까. 아니다. 하남에 사는 이모 씨가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 송파로 이사 온 것이다. 이 두 사건이 같은 날 일어난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동전의 앞면만 보면 전세 자금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전세난을 해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전 전체로 보면 전세 자금 대출이 전세난을 확대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전세를 줄 수 있는 집은 한 채인데, 두 수요자의 경쟁으로 전셋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이번 10·30 대책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월세 시장은 공급은 많고 수요가 적다는 차이가 전세 시장과 다른 점이다. 이에 따라 월세 수요자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 지원은 전세 수요자를 일부 월세 시장으로 돌리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한다. 공급의 측면에서 보면 월세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불어날수록 (월세로 줄 때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월세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지만 공급이 그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는 전세 공급의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전세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현재의 전세난은 전세 수요 대비 전세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만큼 전세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 이상으로 전세가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2년간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률이 모든 걸 말해 준다. 2012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2.12%, 전셋값은 11.94% 상승했다. 매매 시장은 안정됐고 전세 시장은 불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사정은 조금 다르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매매가는 오히려 0.93% 하락했지만 전세는 무려 14.66%나 상승했다. 그러나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는 매매가 상승률(6.07%)과 전셋값 상승률(8.65%)이 비슷하다. 기타 지방(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매매가가 적정선 이상으로 올라 준 지방에서 전세 시장도 안정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매매가 상승률과 전셋값 상승률을 더해 보자. 전국 14.1%, 수도권 13.7%, 지방 소재 5대 광역시 14.7%, 기타 지방 13.6%다. 놀랍게도 비슷한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의 수요는 풍선과 같은 것이다. 수요자가 매매 시장을 외면하면 전세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전세를 주는 다주택자도 마찬가지다. 매매가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이지 매매가 상승 가능성이 없다면 집을 살 필요를 느끼지 않거나 월세를 주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결국 현재의 전세난은 매매 시장이 정상화되기 전에는 이사철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매 시장 정상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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