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뇌를 정복하라_뇌과학과 만난 경영] 뉴로 비즈니스 시대…‘당신의 뇌를 알라’

최신 성과를 기업 경영에 접목, 뇌는 객관적이지 않은 정당화의 기계


#1. 늦게까지 이어진 회식, 거나하게 취한 뒤 정신은 곤드레만드레가 되지만 어김없이 집으로 찾아가는 ‘귀소본능’은 기가 막힐 정도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일까. 바로 이 궁금증을 해결한 이가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드바르드 모세르와 마이 브리트 모세르 부부다. 이들은 2005년 실험용 쥐를 이용해 뇌 깊숙한 곳에서 일종의 위성항법장치(GPS)와 흡사하게 작동하는 격자세포(grid cells)를 발견하며 유명해졌는데, 이를 통해 인간의 뇌가 어떻게 위치를 인식하고 진행 방향을 정하며 회전이나 정지시기를 계산하는지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다.

#2. 320명의 주식 투자자들을 한데 불러 모아 주식 투자 패턴을 관찰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재밌다.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을 때 주식 투자자들의 뇌 반응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 것이다. 저소득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주로 신경핵(nucleus accumbens)이 반응을 보이는 반면 고소득자들은 신경핵보다 전방 섬상 세포군 피질(anterior insular cortex)의 반응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전방 섬상 세포군 피질은 우리 몸이 불편을 느끼거나 불쾌한 감정 상태에 있을 때 반응하는 뇌 부위다. 7월 미국 버지니아공대 카릴리온 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다.

#3. 교도소에서 출감하는 이들의 뇌를 통해 재범 여부를 예측할 수 있을까. 실제 이 같은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비밀은 뇌의 전대상회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라는 곳에 숨어 있다. 2013년 듀크대는 교도소 출감을 앞둔 성인 96명의 두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측정해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관리 제어 기능을 담당하는 전대상회피질의 활동이 낮은 이들일수록 실제로 재범률이 높았던 것이다.


어떻게 자기 아이디어를 확신할까
모두 뇌과학을 통해 밝혀진 최근의 연구 결과들이다. 어떻게 보면 생리의학인 것도 같고 행동경제학 같기도 하며 또 신경과학이나 심리학과도 비슷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일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뇌과학의 사전적 정의는 ‘뇌의 신비를 밝혀내 인간의 물리적·정신적 기능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응용 학문이다. 우리의 육체와 마음을 모두 움직이는 뇌라는 존재가 기본적으로 단 하나의 학문 분야로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태생적으로 뇌과학이 융합 학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뇌과학 분야에 심리학·신경학·물리학·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바탕을 지닌 이들이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뇌과학을 경영학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며 뉴로 비즈니스가 만개하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최고경영자(CEO)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아이디어에 확신을 가졌던 걸까. 예상외로 성공한 리더일수록 확신하는 정도가 매우 낮았다. 흔히 ‘확신’이라는 것은 정확한 출처와 같은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형성된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 또한 뇌가 만들어 낸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은 수많은 뇌과학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리더들의 뇌는 무엇이 달랐을까. 이들은 쉽게 ‘뇌의 확신’을 믿는 대신 여러 자료들을 수집하며 ‘확신의 근거’들을 마련하는 데 열심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 확신’을 얻을 때까지 결정을 유보하는 반면 성공한 리더들은 70%의 확신이 들었다면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과 교수는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판단하도록 하는 하드웨어가 아니다”며 “이미 자신이 결정한 선택을 정당화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인간의 의사 결정은 뇌가 만들어 내는 수많은 착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CEO의 의사결정을 비롯한 기업 경영에 뇌과학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보통의 경우는 CEO와 같은 자리에 올라가면 뇌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 예전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기억이 가물거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며 “그러나 CEO라는 자리는 한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뇌가 어떤 상태인지를 정확히 이해한 다음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뇌 촬영해 리더십 트레이닝에 활용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뇌가 만들어 내는 착각에서 벗어나기는 모두에게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각각의 사람마다 어떤 특정한 착각에 더 빠지기 쉬운 취약점이 다르다”며 “CEO가 자신의 뇌를 측정함으로써 ‘화를 억제하는 기능’이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옆에 이 같은 뇌의 기능이 뛰어난 사람을 두고 보완하는 등 기업 경영의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CEO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뇌 기능을 바탕으로 적성을 파악하고 업무를 배치하면 기업의 생산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인사 채용이나 직원들의 업무 배치와 같은 대규모 분야에서는 뇌과학을 접목한 사례가 많지 않지만 CEO와 같은 개인들은 공공연히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 ‘뉴로 리더십’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데,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수많은 기업의 CEO들이 보다 나은 리더십과 기업 경영을 위해 자신의 뇌를 측정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은 대략 2000만~3000만 원 정도로, 각각의 CEO에 따라 뇌를 진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결과에 따른 개인별 맞춤 뇌 트레이닝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세계적 뇌과학자인 이대열 예일대 교수를 주축으로 한 ‘뉴로게이저’가 내년을 목표로 비슷한 사업 모델을 준비 중이다. 정 교수는 “다만 이 같은 뇌를 촬영하고 진단하는 과정이 어떤 사람의 적성이나 선호도, 성향을 규정짓거나 정답을 찾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인간의 뇌도 근육 기관이고 어떤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발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갑 헬로브레인경영연구소 소장은 “최근 뇌과학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데에는 MRI와 같은 의료 기기의 발달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어떤 상황에 있을 때(인풋)’,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아웃풋)’를 관찰하는 심리학을 예로 들 수 있다. 그 사이에 우리의 뇌에서 어떤 과정이 펼쳐지는지 전통적인 심리학을 통해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행동에 기반한 관찰과 추정을 통해 연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사이에 ‘우리 뇌가 어떻게 작용하고 이 같은 뇌의 활동에 우리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뇌파검사(EEG)를 비롯한 다양한 의료 기기를 통해 측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뇌과학을 활용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이흥열 뉴로게이저 대표는 “웹2.0에서 사물인터넷 시대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정보와 정보,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은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랐다”며 “다음 단계로 IT 기기와 연결되는 것이 바로 ‘사람의 몸’인데 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뇌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기업들의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몸, 특히 뇌에 대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뇌 알람시계(brain alarm clock)’를 예로 들 수 있다. 사람의 뇌는 잠을 잘 때 일정한 바이오리듬에 의해 깊은 수면 상태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잠을 깨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런데 아침에 알람이 울릴 때 이 바이오리듬이 깊은 수면 상태에 빠져드는 중이었다면 뇌는 당연히 알람소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기분 나쁜 아침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기분이 하루 종일 업무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뇌 알람시계는 이 같은 우리 뇌의 바이오리듬을 고려해 뇌가 깊은 수면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적절한 타이밍’에 알람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잠옷 등에 간단한 칩을 설치해 자는 동안 우리의 뇌파를 측정하는 것이다. 만약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춰 놓는다면 6시를 즈음해 우리의 뇌가 ‘가장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는’ 타이밍에 알람이 울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뇌 알람시계는 현재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개발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15년간 비약적 발전
마케팅에 활용한 예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방영된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인 ‘워킹데드’는 TV 시청자들의 뇌를 촬영함으로써 드라마의 흥행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 역시 뇌과학에 많은 돈을 쏟아부으며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글의 CEO인 래리 페이지가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및 인공지능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뇌과학자’라는 사실이 우연은 아니라는 얘기다.

뇌과학은 이들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뿐만 아니라 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 대표는 “구글의 검색 서비스 사용자들 중에서 ‘요리 검색을 자주 하는 그룹’, ‘쇼핑 정보를 많이 찾는 그룹’ 등 각각의 특색에 따라 고객들의 뇌를 촬영한다면 이들이 각각의 서비스 단계마다 어떻게 뇌가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실제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서는 이처럼 고객의 뇌를 분석해 정보를 분석하는 작업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8가지 뇌 활용 전략 하버드대 의대 교수들의 뇌 훈련법
1. 자아 인식 자아 인식은 우리 뇌의 사회 인식 능력을 담당하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과 관련이 깊다. 중요한 것은 표정·보디랭귀지 등을 통한 정보를 읽어 내는 것이다. 처음 보는 영화의 몇몇 장면을 볼륨을 낮춘 채 배우들의 감정을 추측하며 시청한 뒤 얼마나 맞았는지 훈련하는 것이다.

2.동기부여 동기부여는 뇌에서 세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목표를 정리하고 행동을 촉진한 뒤 마지막 행동에 돌입하는 단계다. 동기부여를 담당하는 신경회로가 원활히 작동하게 하려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일들도 계속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청구 요금을 그때그때 지불하고 컴퓨터 파일을 틈틈이 정리하는 일이 좋은 훈련법이 될 수 있다.

3.주의 집중 인간의 뇌는 1000억 개 이상의 뉴런을 갖고 있지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니 잠시 생각을 멈추고 한숨을 돌릴 필요가 있다. ‘명상으로 뇌에 여유를 줘라’, ‘노는 것이 일하는 것이다’와 같은 해결책은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4.정서 조절 정서 조절에 핵심적인 것이 공감능력이다. 바로 거울 뉴런이 담당하고 있는 일이다. 공감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보다는 ‘너는 어떻게 느끼니?’라는 질문을 던질 것을 추천한다.

5.기억력 정보가 뇌에 도달하면 먼저 해당하는 감각 영역으로 전달된다. 그다음 뇌는 유입된 정보를 인식하고 평가하는데, 이는 뇌의 다른 부위에서 일어난다. 이를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엮는 구조가 해마다.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은 여행 기억법이다. 먼저 익숙한 여행 경로를 마음속으로 그려보고 그 여행 경로를 따라가면서 각 장면에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를 하나씩 배치하는 것이다.

6.회복력 회복력은 뇌의 훈련으로 학습될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독일의 한 뇌과학자는 피실험자들이 실패했을 때 자신의 뇌 활동을 관찰하면서 4분씩 3회에 걸쳐 섬엽을 조절하는 기술을 배운 것을 증명했다. ‘실패에 의연히 대처하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뇌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7.적응력 우리의 뇌는 계속 변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며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그들의 뇌를 잘 조절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반복이다. 매일 걷다 보면 당신의 몸이 튼튼해지는 것처럼 뇌도 온갖 지적 훈련을 하면 근육이 튼튼해지기 마련이다.

8.뇌 관리 뇌가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먼저다.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습관이 중요하다. 활발한 신체 활동, 풍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뇌에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 숙면 그리고 적절한 식사가 그것이다.

자료 : 위너 브레인(제프 브라운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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