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돋보기] 구글, 나노 입자 캡슐로 암 정복 시동

혈관 타고 각종 정보 수집…오픈 소스 모델로 암 치료제 개발 시도도 등장

구글을 두고 ‘지구가 좁아 우주를 삼키는 기업’이라고 한다. 손대는 분야가 워낙 넓고 방대해 어디로 뻗어나갈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는 의미다. 검색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지만 지금은 두드리지 않는 문이 없을 정도다.

그런 구글이 이제 인간의 질병 치료까지 연구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구글 관계자는 지난 10월 28일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연구를 소개했다. 나노 입자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혈액 속에서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미리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게 발표의 요지다. 역시나 이 연구는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 그룹인 ‘구글 X’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구글 X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생명과학 분야를 앤드루 콘래드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노 입자는 한 장소로 모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자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위치는 손목의 표면 혈관이 될 테고요. 나노 입자가 무엇을 봤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구글이 연구 중인 암 조기 진단 프로젝트의 핵심은 나노 입자다. 일반적인 박테리아보다 1000배 더 작은 크기다. 자성을 띤 나노 입자 뭉치를 환자가 알약으로 삼키면 나노 입자는 사람의 혈액 속에서 불규칙적인 변이 현상을 발견한다. 나노 입자에는 항체나 단백질이 포함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구글은 연구를 끌어가고 있다.

여기에 구글의 소프트웨어 실력이 결합될 전망이다. 몸 속 여행을 떠난 나노 입자에서 정보를 읽어 내는 역할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가 할 가능성이 높다. 콘래드 박사가 자성을 띤 나노 입자를 손목 부근의 혈관에 모을 것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웨어러블 기기는 나노 입자에서 수집한 혈액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게 된다.


웨어러블에 최적화된 암 진단 기술
알려져 있다시피 구글은 이미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화된 운영체제(OS)를 개발해 삼성 등 파트너들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구글의 암 조기 진단 기술이 구글의 운영체제와 결합된다면 의료 분야에서도 구글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기기도 구글의 울타리에 갇힐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구글의 암 진단 기술과 또 다른 결의 연구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특허 없는 암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마릴린’이라는 프로젝트명이 붙은 이 실험은 아이삭 요네모토 박사가 이끌고 있다. 요네모토 박사가 오픈 소스 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명확하다. 환자에게 값싸고 구하기 쉬운 약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치료제가 특허에 묶여 저소득층에게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을 소프트웨어 방법론인 오픈 소스로 극복해 보자는 취지다.

요네모토 박사는 비용 조달도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택했다. 시민의 자금으로 개발해 시민과 함께 나누겠다는 의도다. 목표 모금액(7만5000달러)도 거의 채워지고 있다. 오픈 소스 암 치료제 개발은 현실에 더욱 가까워진 것이다.

콘래드 박사와 요네모토 박사는 같은 길 다른 방법을 택한 이들이다. 한쪽은 가두려는 야망을, 다른 한쪽은 나누는 행복을 갈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분야에서 정보기술(IT) DNA를 활용해 의료 기술을 진일보시키겠다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이들의 도전과 실험이 실질적인 암 예방과 치료에 기여한다면 IT를 바라보는 인류의 시선은 또 한 번 변화의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규 블로터닷넷 매거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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