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도 너무 싼 IT 주가…영업 가치 5조 원짜리 LG전자도 쿠쿠전자 2.3개면 살 수 있어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동부증권 권성률 애널리스트가 펴낸 ‘전기전자-이 정도까지였는지 감(感)이 오는가’를 선정했다. 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지나칠 정도로 시장에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대형 IT 종목 중 2014년 들어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LG이노텍 3종목뿐이다. 나머지 대형 IT 종목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끊임없이 주가가 하락해 현재 시가총액을 보면 깜짝 놀랄만한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진에 따른 직격탄과 유탄을 맞은 삼성 IT 계열사는 참담하다. 올 들어 삼성전기는 45%, 삼성SDI는 31%, 삼성테크윈은 48% 하락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지고 현 주가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 수준일까.
동부증권은 이에 대해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주요 지분(현금화가 가능한 상장 주식, 비상장사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지분만 고려) 가치를 계산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가치가 순수 영업 가치라는 가정으로 접근해 봤다.
조사 결과 보유 지분 가치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삼성SDI 90%, 삼성테크윈 81%, LG전자 53%, 삼성전기 51%에 달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시가총액에서 영업 가치로 설명될 부분이 50%도 채 안 되는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물론 상장사는 보유 지분 가치를 100% 모두 시가로 인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일정 부분 할인해야 하는지, 비상장사의 지분 가치를 단순히 장부가액으로 계산하는 게 타당한지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지분 가치의 인정 여부는 투자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IT 대형주 주가, PBR 1배 미만
이를 좀 더 자세히 보자. 시가총액에서 보유 지분 가치를 제외한 나머지를 영업 가치라고 가정하자. 각 사의 영업 가치를 이해하기 쉽게 유사 회사와 비교해 보면 지금 주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온다. 그 결과는 놀랍다.
LG전자의 영업 가치는 5조 원으로 계산된다. 밥솥 만드는 쿠쿠전자(시가총액 2조2000억 원) 2.3개면 살 수 있다. 쿠쿠전자의 연매출은 6000억 원이고 LG전자의 연매출은 56조 원이다. 거칠게 말해 쿠쿠전자의 IH압력밥솥 2.3개면 LG전자 휴대전화·TV·에어컨·가전 등을 모두 살 수 있다. 쿠쿠전자의 밸류에이션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또 쿠쿠전자의 사업성을 폄훼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예를 든 것이다. 아마 투자자들도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면 삼성전기를 보자. 삼성전기의 영업 가치는 1조4500억 원으로 계산된다. 이는 인쇄회로기판(PCB)만 전문적으로 하는 대덕PCB그룹(대덕전자·대덕GSD, 시가총액 6777억 원)의 2.1배에 불과하다. 대덕전자와 대덕GDS 두 회사의 2014년 매출액 규모는 1조2700억 원이다. 삼성전기 중 PCB 기판사업부 한 사업부의 매출액은 1조6000억 원이고 삼성전기 전 사 매출액은 7조 원이 넘는 데도 말이다.
삼성테크윈의 시장 반응은 더 험악하다. 삼성테크윈의 영업 가치는 2788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때 삼성테크윈의 사업부였다가 분사한 에스에프에이의 시가총액 7622억 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연매출 2조 원, 영업이익 1500억 원을 벌어들이는 한국항공우주의 시가총액은 3조9000억 원이다. 그런데 각종 항공기·전투기 엔진을 만드는 삼성테크윈 파워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매출액 1조 원, 영업이익 400억 원의 가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삼성SDI의 영업 가치는 74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선두 주자이자 화학 소재 비즈니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곳이다.
이들 IT 회사들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 미만으로 내려간 지는 한참 됐다. 차트만 보면 부도가 나는 코스닥 ‘잡주’와 유사한 수준이다. 실적 부진의 원죄가 있지만 너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설명하기에도 민망한 주가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만 있다면 바닥권 주가 수준, 반등의 시기와 정도를 가늠해 볼 때다. 동부증권는 반등 시기를 3분기 실적 쇼크의 후폭풍이 지나가는 11월 정도로 보고 있다. 물론 이 중 LG전자는 컨센서스 수준의 실적이 기대되지만 불행히도 삼성의 전기전자 3인방은 낮아진 컨센서스에도 부합하지 못할 참담한 실적이 우려돼 실적 발표 후 컨센서스 하향 조정과 함께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즉 현시점의 실적 전망에도 거품이 끼어 있으니 마지막 남은 거품이 제거되는 3분기 실적 발표 후를 보자는 것이다. 10월 말 기준 LG전자(이노텍 제외)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646억 원으로 전보다 소폭 상향됐다. 반면 삼성전기는 영업적자 254억 원으로 컨센서스가 크게 하향됐다.
3분기·4분기에 주가 바닥 칠 것
그렇다고 이들 기업의 4분기 실적 개선을 크게 기대할 수도 없다. 한국 기업에서 4분기는 숨겨 놓고 이연하고 재고 조정하면서 튀어나온 비용이 이익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시기다. 4분기는 ‘일회성’이라는 명목 하에 민망한 실적을 웃어넘기는 절호의 찬스가 된 지 한참 됐다. 어차피 영업이익 측면에서 거의 모든 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바닥 국면에 있는 이들 IT 기업들의 실적이 별로라도 굳이 이쪽에만 돌을 던질 명분도 없다.
그러면 반등이 시작된다면 어떤 순서일까. 물론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실적 개선의 확신이 없고 자기자본이익률(ROE) 하향 추세에서는 PBR 1배 이상은 어렵다고 본다. 다만 단기적으로 트레이딩 가능 영역이 PBR 1배 수준까지이고 보유 지분 가치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즉 영업 가치가 너무 헐값이라고 인식될수록 반등 순서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 3인방 중 삼성SDI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이미 반등이 나왔고 삼성전기·삼성테크윈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주목할 곳은 LG전자다. LG전자의 현 주가 수준은 4분기 MC사업부의 적자, 이에 따른 전 사 영업이익 반 토막 등이라는 극단적인 가정 하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등 이상의 주가 상승이 되려면 실적이 바닥을 찍고 개선의 기미를 보여야 하는데 LG전자는 4분기 연착륙 후 2015년 상반기 계절적 강세로 들어가 반등 이상까지 기대된다. 삼성 3인방은 일회성 비용이 난무하는 통상적인 패턴이라면 4분기, 영업적인 업황만 보면 3분기가 영업이익 바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