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대형 사기극으로 드러난 ‘1조 매출 신화’

법정 관리 신청한 박홍석 모뉴엘 대표…삼성전자 북미 판매왕 출신


모뉴엘이 갑작스러운 법정 관리 신청을 하게 된 이유는 해외 수출 규모를 부풀려 은행권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해 오다 들통 났기 때문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1410억 원, 영업이익 1100억 원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강소기업으로 알려졌던 모뉴엘이 갑작스레 법정 관리를 신청해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모뉴엘의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인 박홍석 대표에 대해 금융감독원·관세청 등이 조사에 나섰다.

10월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10월 20일 은행권에 갚아야 할 수출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게 되자 수원지방법원에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의 여신 규모는 총 6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장하던 모뉴엘이 갑작스레 법정 관리 신청을 하게 되자 은행권은 “예상치 못한 충격”이라며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모뉴엘이 밝힌 것처럼 해외 납품 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자금난에 빠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의도적으로 해외 매출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선적 서류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상적인 계약과 판매가 진행됐다면 입금이 지연된다고 해서 법정 관리까지 신청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즉 모뉴엘이 갑작스러운 법정 관리 신청을 하게 된 이유는 해외 수출 규모를 부풀려 은행권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해 오다 들통 났기 때문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경영진 이외의 직원들은 대부분이 정상 출근했지만 상황을 설명해 줄 책임자는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전망은 모뉴엘의 감사 보고서를 통해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뉴엘의 2013년 연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뉴엘의 영업 활동에 따른 현금 흐름은 1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1조 원이 넘는 매출액과 1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가진 기업의 현금 흐름으로는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다.


창업자들도 지난 7월 회사 떠나
특히 이 과정에서 창업자인 원덕연 전 부사장과 오너인 박홍석 대표 사이에 갈등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인사에서 원 전 부사장이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원 전 부사장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모뉴엘은 2004년 원 전 부사장이 창업한 아하닉스라는 소형 가전 기업에서 출발했다. 2007년 삼성전자 출신의 박홍석 대표가 합류했다. 박 대표는 모뉴엘 지분 97%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삼성전자 북미 판매왕’ 출신인 박 대표는 그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B2B 중심의 영업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후 모뉴엘은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2007년 CES 당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로부터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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