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IT 기업의 금융 대공습, 최후의 생존자는

은행업까지 진출한 알리바바…한국 금융권도 위기는 시간문제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삼성증권 장효선·김재우·유영하·신동오 애널리스트가 펴낸 ‘한국판 알리페이, 카카오페이의 등장-핀테크 시대의 개막’을 선정했다. 성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는 전자 결제 시장을 정보기술(IT)의 관점이 아닌 금융업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핀테크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핀테크는 모바일 결제, 송금, 자산 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과 IT를 결합한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통칭한다. 핀테크는 페이팔·구글월렛·바이버튼·알리페이·애플페이 등 IT 업체뿐만 아니라 클리어익스체인지 등 금융회사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중국·일본·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IT 업체들의 금융시장 진출은 이미 위협적인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중국에서 소위 BAT로 불리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은행업 라이선스까지 보유하며 적극적으로 금융 산업에 진출하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알리바바는 가장 빠른 속도로 결제·송금은 물론 여·수신, 자산 관리 등 전통적 금융 영역으로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2003년 전자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출시하며 금융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알리바바는 위어바오를 출시해 자산 관리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위어바오는 불과 1년 만에 펀드 규모가 5723억 위안(약 94조 원)으로 중국 1위, 글로벌 4위 수준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또 알리바바는 알리바바파이낸셜 산하 소액 대출 회사를 통해 전자 상거래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액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금융시장 내에서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IT 융합’ 중심의 핀테크 시대
물론 위어바오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도 있다. 위어바오 수익률 하락 시 대규모 환매 리스크가 있다. 또 참여 회사들의 과잉경쟁에 따라 부실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수신을 지켜야 하는 은행권의 로비 및 견제가 증가될 수 있다. 또한 은행 예금의 대규모 이탈 시 금융 시스템 불안 확대 가능성이 있고 보안 문제 등에 따른 대규모 금융 사고 발생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보완,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 기술의 발전이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시중은행은 정부가 보장하는 예대마진 획득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고객과 금융 혁신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급성장에는 부작용이 필연적이지만 이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혁신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에서도 다음카카오가 신용카드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출시했다. 다만 카카오페이가 과연 알리페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히 크다. 카카오페이는 편리하지만 제휴 카드사의 견제와 오프라인 결제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규제는 향후에도 카카오페이 등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일례로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사업자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금산 분리로 IT 기업의 금융사 인수가 쉽지 않고 액티브엑스·공인인증서 등의 기술적 규제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규제는 정부가 정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이 변하면 규제도 바뀔 수 있다. 특히 ‘천송이 코트’로 대변되는 액티브엑스·공인인증서 등 십수 년간 걸림돌로 작용했던 각종 규제들이 대통령의 의지 표명 하나로 초고속으로 해결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테크가 촉발하는 금융 산업 패러다임의 대변화는 한국 금융 업종에 향후 기회보다 위기의 형태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의 원인은 오프라인에 갇혀 있는 금융회사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속도, 편의성, 공간 초월성 등을 무기로 한 IT의 금융 공습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금융사는 라이선스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M&A다. 캐피탈원의 ING다이렉트 인수와 러시아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스베르방크의 터키 데니즈뱅크 인수, 스페인 자산 2위 은행인 BBVA의 미국 뱅크 심플 인수 등이 그 사례다. M&A를 통한 직접 진출이 부담스럽다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IT 업체와 제휴할 수도 있다. 대표적 사례로 적극적으로 IT와의 융합을 추진하는 핑안보험, 솔루션 제공 업체인 S1 및 페이팔과 제휴를 통해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미시간상업은행, 페이팔과 제휴해 해외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은행 등을 들 수 있다.



또 아예 IT를 적극적으로 기회 요인으로 삼는 것 역시 현명한 대처 방안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삼성화재의 온라인자동차보험의 대성공을 꼽을 수 있다.


금융 본업에 강한 기업은 살아남는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고 하더라도 금융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기존의 금융업 강자들은 금융업 본연의 핵심 경쟁력을 활용해 전통적 금융 사업을 더욱 확장시키는 방법이 가능하다. 기존 금융업의 핵심 경쟁력은 주로 막강한 자본력과 높은 레버리지, 수십 년간 쌓인 방대한 데이터, 다양한 거래 고객 기반, 우수한 인재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결국 여러 가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금융업의 핵심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금융주 투자자에게 가장 안전한 투자는 당연히 인터넷 기업이 넘볼 수 없는 압도적 존재감을 보유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다. 압도적 존재감의 구성 요소는 높은 자본력, 오랜 기간 축적된 브랜드 파워, 방대한 고객 기반, 강력한 판매 채널 확보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면을 가지고 있는 금융 업종의 리더는 신한지주·삼성생명·삼성화재라고 할 수 있다.

또 압도적 시장 지배력은 없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회사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적 기반을 특성으로 시중은행 대비 차별화된 성장성 및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BS금융지주, 업계 최저 수준의 사업비율 등 강력한 효율성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2위권사로 발돋움한 동부화재, 안정적인 기업 지배 구조를 바탕으로 리스크와 수익성 추구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매칭하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 증권 업종 내 유일한 지주회사로서 운용업·저축은행업 등 사업 다각화를 완성한 한국금융지주를 들 수 있다.

밸류에이션은 항상 옳다. 특히 최근 2~3년간 한국 주식시장에 가치 투자 열풍이 나타나면서 금융주 내에서도 절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종목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금융주의 강점은 높은 평가 가치의 신뢰성, 높은 이익 가시성에 따른 낮은 주가 변동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기업은 LIG손해보험·지방은행 그리고 청산 가치에 미달하는 소형 증권사들이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