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세계

세계가 일본된다



홍성국 지음┃메디치┃344쪽┃1만6500원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년 안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등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세계가 모두 중국에 주목하기 전만 해도 ‘경제’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단연 일본이었다. ‘경제 동물’이라는 모욕을 감수한 끝에 일본은 패전국의 멍에를 벗고 미국에 이은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른바 거품이 붕괴되면서 ‘경제성장률·물가·투자·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르는 ‘신4저 시대’가 시작됐다. 단카이 세대의 은퇴와 급격한 고령화는 경제 활력 자체를 떨어뜨렸고 태어나지금까지 불황만 겪고 살아온 젊은층에게 고도성장의 전설은 그야말로 전설일 뿐이다. 25년 경력의 베테랑 애널리스트로, KDB대우증권의 리서치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저자는 ‘25년 불황’의 선험자인 일본의 과거·현재·미래를 분석해 개인과 기업, 국가로 치환했다. 그 결과 세계는 인류사 최초로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세계’로 접어들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무조건 노력해 성공하는 시기는 아쉽게도 지나갔다”는 말과 행간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다 보면 일본의 처지나 대응 방식과 너무나 비슷한 오늘날 한국의 모습에 섬뜩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먼저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이 일본처럼 신4저 시대에 돌입하기 직전이다. 정도와 시간 차이는 있지만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까지 일본과 유사해지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도 전체적인 모습에서 일본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일본은 절대로 따라가지 말아야 할 모델이지만 점점 닮아가는 게 현실이다. 미래가 어두우니 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화사회를 앞당긴다. 돈도 쓰지 않는다. 이자가 낮아도 돈을 빌리지 않는다.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는 줄고 길 잃은 청년들은 우경화에 빠진다. 일본이 겪고 있는 장기 불황을 경제지표로만 보면 디플레이션과 유사하지만 경제적 현상을 초월하는 사회의 ‘거대한 변환’에 가깝다. 디플레이션, 구조화된 경제 위기, 사회 전체의 전환이 모두 결합된 ‘전환형 복합 불황’이다.

저자는 경제성장률 하락이 ‘월급 감소’나 ‘아파트 가격 하락’ 같은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파이가 줄어드는 제로섬(zero-sum) 사회에서는 다툼·갈등·폭력이 무성해진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유행처럼 번지는 퇴행적 전체주의 분위기나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적 소외와 차별이 방증이다. 지금은 과거와 전혀 다른 전환형 복합 불황의 시대에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모든 면에서 종합적인 침체가 따르게 된다.



이동환의 독서노트
‘내일의 경제’
복잡계 과학이경제학 구원할까
마크 뷰캐넌 지음┃이효석·정형채 옮김┃사이언스북스┃

‘기상청 직원 체육 대회 때면 비가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기상청의 일기예보 능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말이다. 비단 한국에만 해당하는 현상은 아니었다. 과거의 기상학은 날씨를 일정한 상태가 순환, 지속되는 ‘평형 상태’라고 가정했기에 수시로 변하는 날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기상의 변수는 실제로 매우 다양하다. 일조량에서 시작해 강우량·풍향·습도 등의 작은 변화가 거대한 폭풍우로 변할 수 있다. 즉 지구의 대기를 비롯해 기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본질적인 이유는 ‘양의 되먹임 현상‘ 때문이다. 이는 주어진 시스템에서 생긴 작은 변동을 점점 더 커지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적절한 예를 들어보자. A4 사이즈 종이 한 장을 반씩 계속 접어간다고 가정하자. 이렇게 30번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접을 수 없다’가 정답이다. 만약 30번을 접는다면 그 두께만 100km가 넘는다. 이렇듯 우리의 직관으로는 결과 자체를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복잡한 현상을 다루는 과학 분야가 ‘복잡계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기상의 수많은 변수를 슈퍼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됐고 기후 예측은 상당히 정확해졌다.

그렇다면 경제, 즉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의 기상 예측 수준과 비슷하다. 경제학의 기본 개념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이 ‘평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정으로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대형 금융 사고를 전혀 예측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요컨대 현대 경제학의 밑바탕에 깔린 평형 이론은 과거의 기상학이 겪은 예측 불가능성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현대 경제학도 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그것이 가져오는 변화, 즉 시장의 비평형성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장이 다른 자연계의 시스템과 달리 스스로 안정 상태를 지속하는 평형성을 가지고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한다. 물리학·화학을 비롯한 과학 분야가 급속한 발전을 이룬 배경에는 비평형성과 불안정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경제학도 이제는 복잡계 과학을 도입해 그 예측력과 신뢰를 높여야만 한다. 즉 시장이나 경제를 자연적인 시스템의 하나로 이해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금융물리학’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마음은 바로 섰는가
일본의 3대 ‘경영의 신’ 중 한 명으로 마쓰시타그룹(현 파나소닉)을 창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 그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유는 탁월한 경영 능력은 물론 경영 연구 기관인 PHP종합연구소와 인재 양성 기관인 마쓰시타정경숙 설립 같은 사회적인 업적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특히 그는 경영자이면서도 다양한 저서와 강연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강조했다. 그가 저술·기고했거나 강연·인터뷰한 내용 중 명구들을 추려 정리했다.
PHP종합연구소 지음┃김현석·여선미 옮김┃책이있는풍경┃404쪽┃1만6000원



모모세대가 몰려온다
시장과 비즈니스가 모바일로 인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그 변동의 맨 앞에 10대들이 있다. 스마트폰을 어른보다 잘 다루고 가야 할 미래를 본능적으로 잘 아는 그들은 벌써 직접적으로 경제와 소비, 생산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향후 사회·정치·문화 전반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10대들을 ‘모어 모바일(More Mobile) 세대’, 줄여서 ‘모모세대’라고 정의하고 그들의 일상과 문화를 통해 미래의 변화를 읽는다.
최김경훈 지음┃흐름출판┃298쪽┃1만5000원



전원책의 신군주론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말하고 허구를 꿰뚫는 책.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저자가 아무도 대중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을 밝힌다. 표를 얻기 위해 반짝 대중을 유혹하는 직업 정치인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저자는 정치인을 세 부류로 나눈다. 거짓을 일삼는 천박한 자, 무지한 자, 천박하면서 무지한 자다. 지금 떠오르는 정치인은 어떤 부류에 속하는가. 아마 이 세 가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무대 위의 연극배우에게 속는 것처럼 우리는 정치인에게 속고 있다.
전원책 지음┃중앙북스┃415쪽┃1만85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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