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반짝반짝 빛나는

빛나는 무엇이든 섣부르게 시작하는 법이 없었다.
숨을 고른 뒤 포즈를 취하고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했다.
스무 살 빛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반짝이게 만들었다.



‘빛나’라는 이름이 참 예쁜 거 같아요. 제 이름은 어머니께서 지어주셨어요. 딸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TV에서 ‘졸업식 노래’가 나오더래요. ‘빛나는 졸업장을 주신 언니께’로 노래가 시작하잖아요. 그걸 들으시고 ‘빛나’로 지어야겠다고 결정하셨대요. 형제로 오빠 한 명이 있는데 오빠 이름은 굉장히 평범해요.

필모그래피를 보니 2009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더라고요. 사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어요. 우연히 광고를 찍으면서 시작하게 됐죠. 그러다가 단편영화도 찍고, 여러 작품에서 단역도 맡게 됐어요. 생각해보면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던 거 같아요. 밤새서 촬영하는 게 힘들지만 재밌더라고요. 특히 제가 자신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게 신기했어요. 전 조금 소극적인 편인데 연기를 하면 그 순간만큼은 적극적인 사람이 되는 거 같아요. (화보 촬영 때도 그랬어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연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귀여운 외모의 소매치기 역할이었죠? 제가 모르고 있었던 잠재된 불량스러움이 드러난 거 같아요.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땐 제 이미지랑 맞지 않을 거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땐 ‘정신줄’을 놓고 본능적으로 했어요. 제 자신을 캐릭터에 이입하려는 노력이었죠.

막내라 촬영장에서 선배님들이 많이 챙겨줄 거 같아요. ‘유나의 거리’는 오디션을 보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처음엔 다들 어리둥절하잖아요. 그래서 촬영하는 중간에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선배님들이 촬영을 마칠 때마다 잘한다고 많이 칭찬해주셨어요. 특히 옥빈 언니는 친언니처럼 잘 챙겨주셨고요.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는데 자신의 성격과 가장 비슷한 역할이 있었나요? 영화 ‘러시안 소설’에서의 ‘가림’이라는 역할이 저와 제일 닮지 않았나 싶어요. 조금 이상한 아이긴 하지만 말이죠. 당돌하면서도 자기만의 고집이 있고 어리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과 달리 생각하는 게 어른스러운 캐릭터였어요. 약간 사차원적인 면도 있고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 했던 작품인데 연기하면서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역 배우일 땐 어머니께서 스케줄을 챙겨주셨어요? 그랬죠. 소속사에 들어간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그 전엔 어머니가 매니저 일을 해주셨어요. 하지만 여전히 절 많이 챙겨주세요. 특히 밤늦게까지 촬영하고 들어가면 어머니가 안 주무시고 늘 저를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그걸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시네마’라는 독립영화에서 주연을 맡게 됐어요. 아역배우일 때 ‘저 햇살 속의 먼 여행’이라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후 성인 연기자가 돼서는 첫 주연이에요. 주연이라고 해서 부담감은 없는 거 같아요. 처음엔 제가 촬영에 방해될까 봐 걱정했는데 선배님들이 조언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오히려 선배님들이 있어서 든든해요.

맡은 역할은 뭐예요? ‘아름’이라는 캐릭터는 재일교포예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자 아름이는 한 아저씨에게 맡겨져요. 그 아저씨가 한국에 있는 전 부인에게 돌아가자 그의 가족들과 어울려 살게 돼요. 아름이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하는 직설적인 캐릭터예요. 밝고 명랑하고 순수하고요. 이것도 저랑 좀 비슷한 거 같아요.

올해로 20살이 되었고 대학에 입학했어요. 좀 달라진 게 있나요? 전혀 없어요. 똑같아요. 학교 다니면서 수업 듣고, 촬영 있으면 찍으러 가고, 오디션도 보고.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상황은 똑같은 거 같아요. 대신 고민거리가 바뀌었죠. 고등학생 때는 입시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배우로서의 방향을 고민하는 중이니까요.

지난 1학기 때는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아요. 힘들진 않았어요. 수업을 마치면 촬영을 하러 가거나 소속사에서 댄스와 연기 수업을 받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식이었죠. 사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이런 경우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을 텐데 자기 계발서와 다큐멘터리를 보고 삶의 태도가 바뀐 거 같아요. 거기에는 저보다 더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나오잖아요. 그에 비하면 전 하나도 힘들지 않은 거고요. 그래서 뭐든 열심히 하게 됐어요. (결과는 좋았나요?) 사실 제가 저희 과 내에서 7등 안에 들어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았어요. 정말 뿌듯했어요. 부모님도 엄청 좋아하시고요.



20살이 되고 나서 하고 싶은 게 있을 거 같아요.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비록 여름방학 때는 못 갔지만요. 터키를 가고 싶어요. 학교 선생님이 무척 아름답다고 추천해주셔서 한 번쯤은 꼭 갈 예정이에요.

그럼 여름방학 때 뭐했어요? 드라마 ‘유나의 거리’와 영화를 찍었죠. 친구들이랑 딱 한 번 놀았어요. 그것도 맛있는 거 먹으면서 스트레스 푸는 정도였죠. 쉬는 날이 생기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게 되더라고요.

연애도 해보고 싶을 거 같은데 이상형이 있어요? 저는 쌍꺼풀이 없고 남자답게 생긴 사람을 좋아해요. 웃을 때 천진난만해지는 사람이면 더 좋고요. 예를 들면 소지섭 선배님이요.

앞으로의 배우로서의 활동이 어땠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는 빨리 빛을 보진 않아도 차근히 발전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얼굴 알리는 게 중요하지만 먼저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스스로 만족할 수 있어야 사람들도 제 연기를 보고 만족할 테니까요. ‘이빛나’ 하면 ‘그 연기 잘하는 애 !’라는 반응이 바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너무 어려운 일일까요?


글·진행 이동찬 기자 I 사진 신채영(신채영 스튜디오)
모델 이빛나 I 헤어·메이크업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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