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도약의 조건] 수출로 번 돈, 해외투자로 불리자

5년 내 중국 투자 ‘대박’ 기회 올 것…금융의 삼성전자·현대차 출현 여건 마련돼

한국 경제는 그동안 상품 수출을 통해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수출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 금융 상품에 투자해 국부를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금융수지 적자의 의미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799억 달러로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8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54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5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우선 상품 수지가 경상수지 흑자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상품 수지가 흑자를 내고 있는 것은 국내 수요가 해외 수요보다 위축돼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1997년과 2008년 두 번에 걸쳐 국내외에 발생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환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상품 수지 흑자 확대 요인이다. 게다가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서비스 수지가 2012년부터 흑자로 돌아서 경상수지 흑자 폭을 더 키우고 있다.

그러나 1998년 이후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경제에서 저축률이 투자율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균형재정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설 때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1997년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기 전까지는 한국 경제에서 투자가 저축보다 많았다. 그래서 경상수지가 적자였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다 보니 달러가 부족해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1998년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이 시기 이후 소비가 증가하면서 저축률도 낮아졌지만 저축이 투자를 초과하면서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이유로 앞으로도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한국으로 달러가 많이 들어온다는 의미다. 문제는 들어온 달러가 다시 나간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201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6.1%(799억 달러)였는데, 금융 수지 적자는 5.9%(769억 달러)로 무역 및 경상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 다시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선 경상수지 흑자 금액의 일부는 한국은행의 외화보유액 증가로 잡히고 있다. 2008년 11월에 2005억 달러였던 외화보유액이 2014년 8월에는 3675억 달러로 83%나 증가했다. 나머지는 해외 직접 투자나 증권 투자로 유출되고 부채를 상환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2013년에 해외 직접 투자 수지는 170억 달러 적자를, 증권 투자도 8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외 채무보다 채권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4년 6월 말 현재 대외 채권이 6478억 달러로 대외 채무 4422억 달러보다 2056억 달러가 더 많다. 순채권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그해 말에는 246억 달러로 감소했지만 2014년 6월까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2008년 말보다 8배 정도 증가했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가 해외 직접 투자나 부채 상환으로 나가고 있다. 또한 해외 증권 투자를 위해 달러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200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증권을 1957억 달러어치나 사들였다. 한국의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금융자산(2014년 6월 말 현재 1경3124조 원)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한국의 해외 증권 투자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 투자에서도 한국이 적자국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문제는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 투자해 얼마나 높은 수익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


시진핑의 위안화 직거래 ‘선물’ 활용해야
필자는 한국이 무역(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돈으로 중국 자산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가 앞으로 5년 이내에 올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은 시장경제에 편입된 이후 제조 및 무역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다. 2013년 중국의 교역 규모가 4조1600억 달러로 미국을 넘어섰다. 중국이 이제 추구하는 방향은 금융 강국과 위안화의 국제화다.

2014년 4월 현재 글로벌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8.7%로 유로화(6.6%)나 엔화(1.4%)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중국의 다음 목표는 위안화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 통화로, 나아가서는 기축통화로 키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금융시장을 자유화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금리 자유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고 대외적으로 자본 유·출입을 자유화하는 등 자본시장을 개방할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나라 중 하나는 한국이었다. 한중 교역 규모는 2000년 313억 달러였지만 2013년 2289억 달러로 7.3배나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대중 수출은 7.9배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0.7%에서 26.1%로 크게 증가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다.



2006년부터 한국의 전체 무역흑자보다 대중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더 크다. 2013년 한 해만 보더라도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628억 달러로 전체 흑자(441억 달러)의 1.4배였다. 지난해 한중 간의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1.7%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수출해 거의 대부분을 달러로 받은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이 이 돈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주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몇 년 동안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매년 6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국 기업들이 이 돈을 위안화로 받는다면 그 돈을 처리하는 데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한 한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의 초과 공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는 다른 나라의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달러로 환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가 흑자인 한 위안화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더 많게 된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때 한국과 중국은 위안화를 직접 거래하기로 했고 위안화 청산은행을 설립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한국에 8000억 위안(약 13조 원)의 ‘RQFII(RMB 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를 할당했다. 홍콩·대만 등이 2~3년에 걸쳐 추진한 것을 한국은 한 번에 달성한 것이다. 미국을 견제해야 할 중국으로선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한중 간 금융거래 속도를 더 빠르게 진전시킨 것이다.

앞으로 위안화 국제화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자본시장은 더 개방되고 한국이 중국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중국의 기업과 은행이 부실해지고 있다. 이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중국 자산을 헐값에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와 1조3000억 원이 넘는 국내 금융자산은 해외에서 출구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금융회사가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선배들이 수출의 역군으로 땀 흘려 오늘의 세대를 먹여 살리고 있다. 지금 이 세대는 글로벌 금융에서 부를 축적해 다음 세대에게 넘겨야 한다.

해외투자로 금융회사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고 나아가서는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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