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중국] 돈 넘치는 중국 ‘질적 완화’로 승부수

총통화 잔액 미국 추월…통화량 억제하면서 중소기업 등으로 돈 흐르게

통화정책에는 두 종류의 ‘QE’가 있다. 하나는 ‘양적 완화(Quantative Easing)’, 다른 하나는 ‘질적 완화(Qualitative Easing)’다. 전자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후자는 중국의 정책을 뜻한다. 윌렘 부이터 씨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통화정책을 이렇게 진단했다. 양적 완화는 단기금리가 제로에 가까워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힘들 때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 형식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는 비전통적 부양책이다.

질적 완화는 중앙은행의 전체 자산 부채 규모를 유지하면서 위험성이 높은 자산을 늘리는 식으로 자산 부채 구조를 조정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곳에 더 돈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농촌과 중소기업 대출을 위주로 하는 은행들에 한해 지급준비율을 낮춘 게 대표적이다.


돈의 효율적 운용에 역점
질적 완화는 씨티은행의 전문가가 만든 말이지만 사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해 취임한 이후 줄곧 강조해 온 ‘기존 자금 활성화(盤活存量)’라는 원칙과 다르지 않다. 배경엔 미국에 비해 과도한 통화공급 리스크에 노출된 중국의 현실이 있다. 중국의 총통화(M₂) 잔액은 1990년 말 1조5293억 위안에 불과했지만 2009년 8월에는 57조6670억 위안을 기록해 미국을 추월했다. 2013년 3월 말엔 중국의 M₂ 잔액이 처음으로 100조 위안을 돌파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M₂ 신규 증가분 중 중국이 47%를 차지했을 정도다.

하지만 리 총리 취임 이후에도 M₂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지난 6월 말 M₂ 잔액이 120조 위안을 넘어선 것이다. M₂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기준)도 작년 4월 16.1%에서 올 3월 12.1%로 둔화됐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 6월 14.7%까지 올랐다. 올해 중국 정부의 M₂ 증가율 억제 목표치인 13%를 다시 뚫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산출하는 중국의 통화환경지수도 올 2분기에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 수준이 2년 내 가장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M₂ 추세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도한 통화공급의 잠재 리스크 때문이다. 통화량 급증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워 거시정책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중국이 2010년과 2011년에 긴축정책을 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통화가 너무 많이 풀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과도하게 통화가 풀린 상황에서는 행정적인 부동산 규제가 조금만 완화돼도 다시 가격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해 달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풀리는 위안화가 적지 않은 데다 중국에서 대출 증가가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기여하는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에서 1달러 대출은 20센트 수준의 GDP 증가에 기여했다. 2007년 1분기만 해도 1달러 대출당 GDP 증가 기여분은 83센트에 달했다. 리 총리가 돈의 효율적인 운용에 역점을 두는 기존 자금 활성화 정책에 힘쓰는 이유다. 질적 완화의 성패 여부는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요건이 될 전망이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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