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세상을 바꾼 혁신의 힘] 터치 한 번이면 말쑥한 기사가 고급 서비스

이동 경로 뜨고 영수증은 e메일로…요금은 모범택시보다 비싸


유사(불법) 콜택시 서비스냐, 혁신을 주도할 와해성 기술이냐. 우버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은 서울시가 지난 5월 우버코리아와 차량 대여 업체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이에 앞서 4월에는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차로 우버 영업을 한 운전사가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우버코리아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우버는 운송업이 아닌 기술 기업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기존과 다른 또 다른 교통수단 옵션을 제공하는 것일 뿐 불법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직접 우버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우버 택시(우버 측은 택시가 아닌 리무진 서비스라는 입장)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마트폰에 우버(Uber)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때 결제 시 이용할 신용카드 정보와 영수증을 받을 e메일 주소를 입력한다.

앱 설치 후 본격 체험에 나섰다. 우버 택시 시승에 나선 시간은 8월 13일 오전 10시쯤.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현재 위치가 앱상의 지도에 표시됐고 근처에 있는 우버 택시가 도착하기까지 9분이 걸린다는 메시지가 떴다. 도착 시간을 확인한 후 ‘탑승 위치 요청’을 터치하자 인근에 있는 차량 종류와 운전사의 얼굴, ‘지금 모시러 갑니다’라는 메시지가 화면에 뜬다.


한국은 대형 세단 ‘블랙 서비스’만 론칭
지도에는 차량 도착 경로와 남은 시간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잠시 후 도착한 것은 현대차의 최고급 세단 에쿠스. 현재 서울에선 ‘우버 블랙’ 서비스만 운영 중인데, 에쿠스나 BMW 7시리즈 등 최고급 대형 세단이 운행된다. 우버 블랙은 우버가 진출해 있는 모든 도시에서 제일 먼저 론칭하는 대표 상품이다. 해외에선 이 밖에 우버 엑스(중형 세단), 우버 SUV, 우버 럭스(최고급 세단), 우버 택시(기존 택시에 우버 앱 장착), 우버 러시(자전거 택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옥 앞에서 출발해 여의도공원까지 경로를 입력하니 1만8000~2만1000원의 예상 요금 견적이 나온다. 차량이 도착한 시각은 예상 도착 시간과 거의 비슷했다. 말끔한 옷차림으로 차량에서 내린 운전사는 직접 뒷좌석 문을 열어 줬다. 우버가 택시라기보다 개인 리무진 서비스에 가깝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뒷좌석에 자리 잡자 앞으로 한껏 젖혀진 조수석이 눈에 띈다. 승객에게 최대한 넓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배려다. 영업용 택시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불결함이나 고약한 냄새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친절함이 몸에 밴 운전사의 배려와 승객용 생수와 사탕 같은 편의 제공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최고급 세단이니 승차감이야 말할 것도 없다. 과속이나 무리한 끼어들기 같은 난폭 운전도 물론 없다.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출발해 공덕역·마포역 등 마포대로를 거쳐 마포대교·여의도공원까지 가는 동안의 이동 경로는 앱의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운전사 역시 차량에 장착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콜’을 받는다.

10시 10분 출발한 차량은 10시 42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32분간의 운행 시간에 요금은 2만1000원. 처음 예상한 요금 견적과 정확히 일치했다. 하차할 때에는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건넬 필요가 없다. 운행이 종료되면 회원 가입 시 등록했던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요금이 계산된다. 우버를 반대하는 측이 ‘개인 정보 유출’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신용카드 등록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21일 발표한 자료를 통해 “우버 앱 가입 시 필수적으로 신용카드 정보를 수집해 개인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특히 CVC 번호(카드 뒷면 세 자리 숫자)까지 요구하고 있는 데다 우버 이용 비용이 앱을 통해 자동으로 결제돼 개인 정보 유출 시 극심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강경훈 우버코리아 대표는 “신용카드 정보를 우버가 직접 수집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한다. 우버코리아는 페이팔을 결제 시스템으로 이용하고 있다. 페이팔은 세계 최대 오픈 마켓인 이베이의 결제 시스템이기도 하다.


“강남 고소득층이 주 이용자”
운행 종료와 동시에 스마트폰에 문자 메시지와 e메일 도착 알림이 뜬다. 회원 가입 시 등록했던 e메일로 영수증이 발송됐다는 내용이다. 그 자리에서 메일함을 열어 확인해 보니 운행 시간과 거리, 경로가 표시된 지도와 요금, 차량과 운전사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이 도착해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사후 평점 제도다. 우버 택시 이용이 끝나면 고객이 운전사의 서비스에 별점(5점 만점)을 매겨야 한다. 누적 평점이 4점 아래로 떨어지면 앱 이용이 제한된다.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별점을 받는 것은 운전사뿐만이 아니다.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도 운전사에게 평점을 받는다. 고객 역시 3.0 아래로 평점이 내려가면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날 우버 택시를 운행한 김모(50) 씨는 우버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작년 5월께부터 우버 블랙 운전사로 일해 온 고참급 운전사였다. “거의 모든 손님들이 상위 10% 이상의 부유층”이라는게 김 씨의 말. 청담동의 고급 빌라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고소득 전문 직종 종사자들, 교포나 해외 유학파들, 연예인 등이 주요 고객층이라고 한다. 고객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김 씨는 ‘100%’라고 단언했다.

이날 김 씨는 자신을 “렌터카 업체에 속해 월급을 받는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현재 회사에서 운행하는 우버 택시가 10대”라고 말했다. 또 자신을 비롯해 회사에 고용된 우버 택시 운전사들의 대부분이 “리무진 서비스 업체에서 전문적인 의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고급 서비스에 대한 소양을 갖춘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는데, 김 씨의 말대로라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현행법상 자가용이나 렌터카(업체)가 운임을 받고 손님을 실어 나르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버코리아의 공식 입장은 “정식으로 인가를 받은 ‘리무진 서비스 업체’와 계약해 서비스를 운용 중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법리적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주로 공항이나 호텔에서 영업 중인 리무진 서비스는 현행법상 외국인, 65세 이상의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국가 및 지자체 등으로 이용 자격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돌아갈 때는 일반 택시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중림동에서 여의도까지의 코스를 역으로 밟았다. 개인택시를 이용한 결과 같은 거리에 운행 시간은 18분, 요금은 7400원이 나왔다. 안락하고 편안한 최고급 세단과 양질의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일반 택시 요금의 3배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