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맞춤형 가상 화폐’시대 연 비트코인

프로그램 가능한 스마트 머니…제주코인·한류코인 등 활용 범위 넓어

epa04134194 A customer uses a bitcoin ATM in a restaurant in The Hague, The Netherlands, 20 March 2014. The restaurant is part of a project of ten restaurant joined in the project 'Bitcoin Boulevard'. The restaurants accept the digital currency to pay for meals and drinks consumed. Aim of the project is to get positive attention for bitcoins after, according to the initiators, recent negative news. EPA/VALERIE KUYPERS

2009년 우리의 경제생활에 인류 역사상 한 획을 그을 발명품이 나왔다.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가상 화폐다. 생각해 보자. 화폐가 인류 역사에 없었다면 우리는 소나 닭을 잡아 쌀과 바꾸는 물물교환 시대에 머물렀을 것이다. 또한 종이 화폐가 없었다면 그 무거운 동전을 매일 들고 다녔을 것이다. 아니 신용카드나 직불카드가 없었다면 도둑맞기 좋은 현금을 불안해 하면서 가지고 다녔을 것이다. 이제 드디어 인터넷 혁명 때와 같이 경제계의 혁명을 이끌 디지털 가상 화폐가 나온 것이다. 그러면 이 비트코인인 디지털 가상 화폐는 무엇이고 기존 화폐와 무엇이 다를까. 이것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든 디지털 가상 화폐로,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 발행 기관이 없이 컴퓨터에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을 실행만 한다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가상 화폐다. 이 가상 화폐를 거래할 때 음악 파일인 mp3 파일을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 방식이었던 소리바다와 같은 P2P(개인 대 개인) 방식이다. 즉 A가 B에게 한 개의 비트코인을 지불했다면 이에 대한 거래 장부를 만들어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전 세계 모든 컴퓨터에 알리고 거래 장부를 공유해 어느 특정 컴퓨터가 거래 장부를 위·변조하기 불가능하게 만든 화폐 시스템이다. 이런 거래 장부를 관리하고 처리하면 인센티브로 비트코인을 일정 속도로 채굴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운영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중앙 서버가 필요 없는 상부상조하는 구조다. 또한 2040년까지 2100만 개로 채굴량이 한정돼 있어 비트코인의 가치는 보존된다. 참으로 신기하고 잘생긴 화폐다.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와 무엇이 다를까.


사물끼리 결제도 가능해
먼저 자율형 분산 처리다. 기존 화폐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해 시중에 유통된다. 중앙은행에서 시중은행에 얼마를 유통시킬지 경제정책적 결정을 내린다. 경제가 위축되면 인위적으로 통화량을 늘리기도 하고 인플레이션이 있으면 통화량을 줄이기도 한다. 하지만 디지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통제 없이 전 세계 컴퓨터에 설치돼 있는 비트코인 채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의해 이미 정해진 일정 속도로 통화를 발행하고 모든 컴퓨터가 거래를 처리하는 자율형 분산 처리 화폐다. 이에 따라 인위적 경제 부양이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인위적 제어가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배경에는 2009년 세계 금융 위기의 한 요인이 이런 인위적 부양에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국가가 금처럼 비트코인을 사서 모았다가 가치가 너무 떨어지면 비트코인 통화량을 늘리고 너무 올라가면 비트코인 통화량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가능한 스마트 머니다.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이 가능한 스마트 머니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에서만 통용되는 제주 디지털 가상 화폐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지역 디지털 가상 화폐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특산물·관광 등을 한층 더 활성화할 것이다. 또한 특정 목적이나 이벤트성이 있는 특수 가상 화폐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한류’ 확산을 위한 한류 가상 화폐를 만들 수 있다. 한류 콘텐츠와 한식·한복·관광에 쓸 수 있는 선물권과 같은 디지털 한류 가상 화폐를 만든다면 그 자체가 한류 마케팅이 절로 될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환전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한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천송이 코트도 온라인으로 세계 어디서나 쉽게 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물과 사물끼리 결제 가능한 화폐다. 기존의 화폐는 사람과 사람끼리만 거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물도 사람과 같이 가상 화폐 계정을 받고 사물과 사물이 서로 협상해 가상 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는 스마트폰 혁명 이후 앞으로 차세대 기술 혁명으로 각광 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컴퓨터 칩이 들어 있는 반지에 디지털 가상 화폐를 넣고 대형 마트에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음료수 캔을 집어 들면 반지와 음료수 캔 간의 가격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사전 쇼핑 물건 리스트에 있으면 반지와 캔이 바로 결제한다. 주인은 쇼핑 카트를 들고 지루한 계산대에서 기다리지 않고 유유히 주차장으로 나갈 수 있다.


‘디지털 가상 화폐 세계 1위’ 꿈꿔라
인터넷 속도로 이동하는 즉각성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할 때 보통 영업일 기준으로 1~2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한국에 있는 한 전자지갑에서 미국의 다른 친구의 지갑으로 머니를 송금할 때 초고속 인터넷 속도로 움직인다. 다만 거래를 인증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10여 분 정도 걸릴 뿐이다. 한 번 거래된 것은 되돌릴 수 없다.

이 밖에 세계 어디서나 공통으로 쓰는 단일 통화와 같은 세계 공통 통화다. 세계 그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같은 화폐를 쓸 수 있다면 관광객에게 얼마나 편할 것인가. 또한 거래 수수료 비용이 거의 없는 초저가 거래비용이 특징이다. 174달러를 다른 나라에 송금하는데 보통 15달러가 든다고 한다.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2~3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현금과 같이 익명성을 보장하지만 그 계좌 간의 모든 거래는 누구나 추적이 가능한 것은 현금과 다른 점이다.

이런 비트코인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아직은 필자도 그걸 다 예측할 수 없다. “인터넷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팩스 기기보다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범했던 우를 범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분명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기존 질서를 완전히 파괴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기술)이다. 관련 법을 잘 정비한다면 기존 경제 체계에 분명히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콘텐츠와 결부,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만들어 창조 경제의 대표적 예가 될 수 있다. 제주코인·한류코인 등 새로운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하다. 또한 해외 송금 시 높은 수수료 등 현재 경제활동의 비효율성이 제거되며 경제 거래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다.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 놓고 필름이 팔리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했다가 망한 것처럼 한국 은행들도 비트코인 도입을 놓고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마치 키움증권이 인터넷 혁명을 이용해 온라인 펀드 1위에 오른 것처럼 디지털 가상 화폐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디지털 가상 화폐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은행이 나오길 바란다.


인호 고려대 정보대학 소프트웨어기술과 산업융합전공과정(STEP)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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