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클라우드 약진…‘맥주 삼국지’ 후끈

오비맥주·하이트진로 양강 체제 깨져…롯데칠성, 세월호 참사 여파 속 선전

이마트 성수점 맥주 판매 매대 /김병언 기자 misaeon@20140610..

수십 년 가까이 지속된 한국 맥주의 ‘양강 체제’가 재편되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6 대 4의 비율로 양분하던 맥주 시장에 롯데칠성음료가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맥주 삼국지’가 시작됐다. 후발 주자 롯데는 풍부한 거품을 강조한 ‘클라우드’를, 오비맥주는 ‘카스’의 뒤를 이을 ‘에일스톤’을, 하이트진로는 간판 브랜드인 ‘뉴 하이트’를 내세웠다.

롯데의 무기는 4월 22일 출시한 클라우드다. 롯데는 충북 충주에 연간 생산량 5만kL 규모의 맥주 공장 공사를 마치고 클라우드를 내놨다. 롯데는 7월 31일 클라우드 출시 100일 만에 2700만 병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판매된 클라우드를 일렬로 눕히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8번 왕복할 수 있는 6345km에 달하며 내용물을 모으면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 아쿠아리움 수조를 3번 정도 채울 수 있는 양(891만 리터)이다.

클라우드는 ‘신동빈 맥주’라고 불릴 정도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출시됐다. 클라우드는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출시 이후 6월까지 롯데마트에서 16%, 홈플러스 6%, 이마트 10% 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클라우드의 성과는 세월호 참사와 출시일이 겹치며 마케팅 활동을 극도로 자제한 상황에서 얻어낸 것으로, 회사 측은 제품력을 인정받았다고 자평했다. 롯데 관계자는 “6월 한 달간 소비자 5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번 클라우드를 맛본 소비자 10명 가운데 7명이 1주일 이내에 제품을 재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출시 두 달 만에 1000곳이 넘는 도매상에서 주문을 넣는 등 수도권의 경우 99%의 도매상 입점률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비맥주 ‘1등 맥주 지킨다’
클라우드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판매 중인 국내 맥주로는 유일하게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공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 공법은 이른바 비가수(非加水) 공법으로 발효한 맥주 원액에 물을 타지 않고 발효 원액 그대로 제품을 담아 내는 제조 방법이다.

롯데는 클라우드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에 정착하자 라인 증설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까지 연산 50만kL 규모로 생산 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점유율을 최대 27%까지 높일 수 있는 생산량이다.

클라우드의 성공은 롯데칠성음료의 주가까지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롯데칠성은 4월에 출시된 ‘클라우드’의 매출액이 70일간 약 70억 원을 기록했다”며 “현재 추세라면 올해 매출액은 시장 예상치인 250억~300억 원이 넘는 333억 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연말에 맥주 생산능력이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면 내년부터는 연간 800억~900억 원의 매출액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롯데칠성의 목표 주가를 2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시장점유율 1위 오비맥주는 수성을 위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세계 최대 맥주 업체 AB인베브가 재인수하면서 기존 ‘카스’ 등 라거 맥주 중심의 제품 라인에 에일 맥주 ‘에일스톤’을 추가했다. 오비맥주가 자체적인 브랜드명으로 에일 맥주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맥주는 효모 발효 위치에 따라 크게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로 구분된다. 에일은 맥주통 위쪽에서 발효(상면 발효)하는 방식을 말한다. 발효 온도는 고온(섭씨 영상 18~25도)으로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묵직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반면 라거 맥주는 맥주통 아래쪽에서 ‘하면 발효’하는 방식으로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저온(섭씨 영상 9~15도) 발효로 맑고 투명한 빛깔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원하고 깨끗한 맛을 찾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국내시장에서 판매되는 맥주 중 하이트·카스·오비라거 등 대부분이 라거 계열이다.


이름 빼고 다 바꾼 ‘하이트’
오비맥주가 내놓은 야심작의 결과는 성공적이다. ‘에일스톤’은 출시 50여 일 만에 100만 병 판매 고지를 돌파하며 인기를 모았다.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은 7월 2일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국내 맥주 시장에서 프리미엄 맥주는 매년 30~40%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3년 내 밀리언셀러 등극’을 목표로 에일스톤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에일스톤의 판매량은 당초 연말까지 9만 상자(500mL 20병 기준) 정도를 판매 목표로 삼았지만 현재 속도라면 예상보다 2배 가까이 판매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비맥주는 대표 제품인 ‘카스’와 신제품 ‘에일스톤’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더 강화해 국내 1위 아성을 지키는 것은 물론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비맥주는 모회사 AB인베브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올해 하반기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오비맥주 측은 “중국을 교두보로 삼고 수출 시장을 점차 확대할 것”이라며 “최근 AB인베브와 중국 시장에 카스를 수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와 시장을 양분하던 하이트진로 역시 롯데주류의 추격을 뿌리치는 것은 물론 ‘1위 맥주’ 자리를 재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간판 상품 ‘하이트’ 맥주의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 리뉴얼한 ‘뉴하이트’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 맛, 알코올 도수까지 전 부문에 걸쳐 신제품 수준으로 새롭게 바꿨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품질 세계화를 위해 올해 초 세계 정상급 기업들과의 ‘월드비어얼라이언스’를 구축했는데, 첫 공동 연구 결과물이 뉴 하이트다.

뉴 하이트는 세계 각국의 대표 맥주와 경쟁할 수 있는 최적의 부드러운 목 넘김을 구현하기 위해 제조 공정을 바꿔 쓴맛을 줄였다. 홉·몰트·탄산을 최적으로 조합해 청량감을 강화하고 알코올 도수도 4.5도에서 4.3도로 조정했다. 특히 청량감을 구현하기 위해 전 공정의 온도를 0도 이하로 유지해 최적의 상태에서 맥주의 불순물과 잡미를 제거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소비자의 반응은 좋다. 뉴 하이트는 첫 달부터 판매량이 전월 대비 20%를 넘어서는 증가세를 보였다. 7월 5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수도권 업소 시장에서서 뉴 하이트 취급률이 약진하고 있다. 6월 말 수도권 주요 상권에서의 뉴 하이트 취급률은 77%로, 3월 27%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상승세는 대형 마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A마트의 뉴 하이트의 점유율은 지난 4월 16.4%였으나 6월에는 20.0%로 매월 꾸준히 성장했다. 뉴 하이트의 성장에 힘입어 A마트 내 하이트진로의 맥주 점유율(하이트·맥스·d 포함)도 4월 31.5%에서 6월 36.3%로 크게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품질도 좋아지고 가격 경쟁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게 된 오비맥주와 1위 탈환을 노리는 하이트진로, 국내 최대 유통망을 보유한 롯데의 진출 등 국내 맥주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고 말했다.



돋보기 수입 맥주 잘 팔려도 한국 맥주 회사 웃는 까닭



최근 수입 맥주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롯데마트 기준 2010년 10.7%에 불과했던 수입 맥주 시장점유율은 올해 5월 말 26.3%로 확대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 맥주가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지면 한국의 맥주 회사들은 타격이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유는 한국 맥주 회사들이 ‘라이선스 생산’, ‘직접 수입’, ‘계열사를 통한 간접 수입’ 방식으로 유명 해외 맥주를 들여와 팔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인기 수입 맥주 브랜드인 호가든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호가든은 라이선스 방식으로 오비맥주가 생산한다는 점이다. 버드와이저도 호가든과 마찬가지로 미국 맥주 업체와 로열티 계약을 하고 오비맥주가 직접 만들고 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수입 맥주는 국내 맥주 회사들이 수입한다는 점이다. 오비맥주는 라이선스 생산은 물론 버드 아이스, 코로나 등 10여 종을 들여와 팔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기린 이치방, 크로넨버그 1664, 싱하를 수입한다. 롯데칠성음료는 계열사인 롯데아사히주류가 아사히 등 해외 맥주를 들여온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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