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중국] 부패와의 전쟁, 중국 경제에 독 되나

고급소비·부동산 경기 위축 악영향…“뇌물 대체할 인센티브 시스템 필요”


중국 정부의 반(反)부패와의 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설로만 떠돌던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공산당 기율조사위원회의 조사를 최근 중국 관영 언론이 공식 확인했다. 공산당이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상무위원(최고지도부)급 인사에 대한 처벌에 나섰다는 점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의지를 확인해 주는 또 하나의 신호로 해석된다.

기업인이나 경제학자의 반부패 운동 관전 포인트는 그것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반부패 운동은 중국 경제에 딜레마를 안긴다. 2013년 3월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오른 이후 본격화된 반부패 운동이 고급 소비와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작년과 올해 모두 1분기에 둔화됐다가 2분기에 반등하는 패턴을 보인 배경으로 반부패 운동을 꼽았다. 반부패 운동이 연초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부패 운동은 또 정부 관료들의 투자 결정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었다. 그해 예산이 최종 결정되는 시점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는 3월이다. 과거엔 연초에도 과감히 예산을 집행하기 시작한 뒤 추인 받는 식이었지만 반부패 운동의 칼날이 두려운 관료들이 3월 이전엔 복지부동으로 돌변한 것이다.


골드만삭스, “효율성·투명성 높여 긍정적”
중국에서는 부동산 경기 급랭을 막기 위해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구매 제한 조치를 풀고 있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고 나온다. 베이징의 정경유착 집단들이 보유 주택을 헐값에 매물로 내놓고 있다는 경제관찰보의 최근 보도는 반부패 운동의 부동산 경기 영향을 보여준다.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전국을 순시하고 있는 중앙의 감찰조에게 그동안 부동산 관련 부패가 적발되지 않은 곳은 21개 성 중 한 곳에 불과하다는 중국경제주간의 최근 보도 역시 부패와 부동산의 연결 고리를 보여준다.

하지만 반부패 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빈부 격차 확대에 따라 커진 사회 불만을 다소 덜어줄 수 있다. 부패 관료에 대한 처벌이 빈자들의 욕구불만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골드만삭스는 사회 긴장을 완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출 효율을 높이는 점도 반부패 운동이 중국 경제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라고 분석했다. 폐업 위기에 직면한 고급 식당들은 가격 거품 빼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회원제로 운영되던 고급 식당이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 개방해 생존을 모색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가격 하락은 중산층의 소비를 키워 부패 관료의 과소비 위축을 채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뇌물을 수수해야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환경이 투명해지면서 비공식적인 재무 부담을 덜게 된 기업들로선 자금을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데 더 투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반부패 운동이 곧 성공적인 경제성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부패가 만연한 환경에서 고성장해 온 경제성장의 공식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류징 장강상학원 교수는 중국에서 부패는 경제의 고성장을 뒷받침한 관료들의 인센티브 메커니즘으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기업이든 국가든 인센티브 없는 조직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공무원의 충성에만 호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공무원에 대한 인사고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동시에 공무원 대신 시장의 역할을 키워야만 하는 이유다. 과연 시진핑 주석은 부패한 큰 호랑이를 잡는 동시에 정부의 시장 통제를 줄여 경제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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