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자동차 판매장, 문화·체험 공간으로

현대차, 브랜드관 ‘모터스튜디오’ 해외로 확대…테슬라는 애플 스토어형 점포 운영


지난 3월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모터스가 미국 공화당 대선 유력 주자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테슬라와 한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기업들과 달리 딜러(dealer)를 통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들에게 자동차를 판매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그런데 지난 3월 11일 뉴저지 차량국이 크리스티 주지사의 묵인 하에 자동차 직접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타격을 받게 됐다.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테슬라는 타사처럼 딜러 네트워크를 통해 차를 판매하지 않고 온라인이나 자체 점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차를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의 점포 역시 남다르다. 미국에서는 오토몰(auto mall)이 따로 있어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가 외곽 지역 오토몰에 모여 있다. 그런데 테슬라는 쇼핑몰 한가운데에 버젓이 매장을 내고 전기차의 기본 골격을 전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본사에 자동차 테마파크 건설 붐도
이 같은 테슬라의 사례는 자동차 업계가 꾸준히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테슬라의 고객 지향형 점포는 눈여겨볼 만하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이미 예전부터 진부한 판매용 전시장을 넘어 다양한 자동차 관련 테마파크를 본사 건물에 지어 운영하고 있는데, 테슬라 역시 이러한 발전의 한 형태로 보인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 역시 변화의 추세에 따르려는 시도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도산사거리에 세운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차 전시장과 문화 공간, 도서관 등을 결합한 현대차 최초의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자동차의 본질을 뜻하는 ‘모터(motor)’와 창조적 문화 공간을 뜻하는 ‘스튜디오(studio)’를 결합한 이름에서부터 자동차와 문화의 만남을 암시하고 있다. 자동차는 3층부터 5층까지 전시돼 있고 1층에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한 스튜디오를, 2층에는 자동차 관련 도서관을 마련했다.

현재 1층에 전시된 작품은 영국 아티스트 그룹 UVA의 것으로 모터스튜디오를 직접 보고 공간에 맞게 제작한 것이다. 또 3층에서 5층까지 창문에 달려 있는 9대의 제네시스 역시 UVA가 낸 아이디어다. 이 때문에 건물 자체가 거대한 설치 작품처럼 보이고 실제로 모터스튜디오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2층에는 2500권 정도의 책이 책장에 꽂혀 있고 미국·영국·일본·독일 등에서 발간되는 잡지에서부터 국내 잡지와 서적, 현대차의 정비 매뉴얼에 이르기까지 두루 보유하고 있다. 1층과 2층은 일반인들의 유입을 목표로 한 공간이다.

3층은 프리미엄 전시관, 4층은 가족을 위한 전시관, 5층은 젊은 감성을 위한 ‘PYL(Premium Younique Lifestyle)’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각 층의 특성에 맞는 차량 3대씩 총 6대가 전시돼 있고 신차가 나오면 전시 차량 역시 바뀔 예정이다. 특히 4층은 가족 단위의 고객이 많이 찾아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키즈라운지’를 설치, 육아카페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실제로 키즈라운지가 문을 여는 11시부터(모터스튜디오는 9시 개장)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 고객들이 줄을 잇는다. 5층에는 현대차의 커스터마이징 대표 브랜드인 튜익스(TUIX)를 소개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i30·벨로스터·아반떼와 호환되는 튜닝 부품이 전시돼 있다. 5층에 자리한 상담실에서는 카 마스터와 함께 차량 구매 상담과 계약을 할 수 있는데, 이때 튜익스의 부품을 선택한다면 새 차에 장착된 채 공장에서 출고된다.

모터스튜디오에는 각 층마다 담당하는 ‘구루(인도어로 스승)’들이 있다. 이들은 방문객에게 전시장을 안내하고 자동차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건물 전체에 구루 14명과 큐레이터 5명이 일하고 있고 층마다 한 명씩 있는 큐레이터는 전시된 작품을 관리하고 테마에 따라 재구성하는 일을 맡는다. 카레이서 출신인 김황 구루는 “승무원이나 리포터 출신 등 다양한 직종에 있던 사람들이 차에 대한 애정으로 모였다”며 “모터스튜디오의 구루가 되기 위해 약 4개월 동안 전문 교육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베이징에도 모터스튜디오 준비
이처럼 차별화된 매장을 만든 이유에 대해 권용준 현대차 뉴미디어팀 차장은 “기존처럼 단순히 차량을 전시하고 판매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황 구루 역시 “꼭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기 때문인지 직장 동료들이나 가족 단위로 놀러오는 이들이 많다”며 “평일엔 400~500명, 주말엔 800~1000명 정도가 찾는다”고 말했다. 자동차 판매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일조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향후 지속적으로 고객들이 직접 만지고 느끼고 자동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혁신적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서울뿐만 아니라 3분기에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모스크바를 오픈할 계획이고 베이징은 부지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확장과 함께 각국의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대상으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순환하며 전시할 계획이다.

국내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떨까. 한국GM은 전국적으로 대리점을 규모에 따라 331㎡(100평) 이상에 복층 구조인 ‘허브딜러점’, 231㎡(70평) 이상인 ‘스포큰딜러점’과 일반 대리점으로 나눌 수 있다. 김병수 한국GM 차장은 “양보다 질을 높이기 위해 점차 허브딜러점과 스포큰딜러점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판매량 변동에 따른 고정비를 절감하고 판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점차 직영 대리점보다 일반 대리점을 늘리는 추세다.

2014년 현재 전국 180여 개 점포 중 대리점이 약 86개로 대리점의 비율이 거의 절반이 됐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체험관 유형의 전시장은 내부적으로 계획이 없다고 답해 아직 국내 기업의 전시장이 주요 자동차 메이커처럼 차별화를 두기에는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시경 인턴기자 c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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