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120만 명 찾아…문화 체험 현장으로 변신
뜨거운 한낮의 기온이 아스팔트를 데우고 도심의 밤은 어수선하고 숨이 막히는 요즘이다. 여름의 열기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열망을 툭 건드려 놓기라도 하는 걸까. 종일 고단한 업무와 무더위에 시달리면서도 여행자의 열병은 쉬이 가라앉지 않으니 말이다.
냉방기가 뿜는 바람을 피해 산으로 바다로 떠나려는 이들에게 “사찰에 가서 잠시 쉬다 오라”고 권하곤 한다. 십중팔구 “불편해서 싫어요. 절에서 어떻게 쉴 수 있나요?” 혹은 “지루하고 심심할 것 같아요”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숲에 드리운 그늘 한 자락의 ‘맛’은 그 어떤 피서보다 즐거운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아름다운 산사 이야기, 템플스테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템플스테이는 무엇이고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2002년 산사의 문이 열린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수행자의 소박한 삶을 체험하기 위해 우리 사찰을 찾았다. 템플스테이는 그동안 세계 유수의 매체에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꼽히며 새롭고 건강한 여행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 불교의 역사와 함께 피어난 전통문화의 멋과 푸른 자연을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야말로 템플스테이의 핵심 가치다.
템플스테이가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 받아 온 것은 수행자의 삶에 초점을 맞췄던 초기 모습에서 벗어나 참가자와의 대화와 소통,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문화 체험 현장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 여행과 풍경이 한데 모인 산사에서 사람들은 어쩌면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길고긴 생명력을 담아 오는지도 모르겠다.
‘참 나’를 발견하는 기쁨
고즈넉한 도량, 그 안에 자리한 전통 건축물과 단청, 석탑을 비추는 빛이 계절에 따라 그 색채를 달리하며 담박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를 위한 쉼의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있었는지…. 산사에서의 시간은 고요히, 또 느리게 흘러간다. 고급 호텔처럼 편안한 잠자리도 없고 비싼 레스토랑 음식과 거리가 먼 소박한 밥상을 받지만 때로는 무거운 머리를 비워 내고 지친 ‘나’를 다독이며 위로해 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물질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을 갈증을 느끼는 사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누군가가 말해 주기를 기다리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사람, 그 하나하나의 얼굴들, 각각의 사연들, 안타까운 면면들을 위한 한마디의 위로가 산사에 있다.
엄숙해 보이는 사찰 너머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온갖 이야기들이 숨 쉬고 있다. 귀를 기울여 보면 아이들의 재잘대는 웃음소리가, 손끝에서는 향긋한 차의 온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성별과 계층, 종교와 인종을 넘어 오직 ‘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여행이 아닐까.
이제 템플스테이는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고 새로운 행복 여행길의 첫걸음을 내디디려고 한다. 위로받고 싶을 때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곳, 자연 안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는 곳, 화와 욕심으로부터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곳, 꿈을 찾아 힘찬 날개를 펼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갈래로 난 길을 따라 모두와 함께 갈 수 있다. 산사를 찾은 이들이 내딛는 자리마다 행복의 씨앗이 움트고 황폐한 마음의 밭에 숲과 나무가 우거질 때까지…. 오늘도 행복의 씨앗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템플스테이를 권한다. 새벽을 가르는 맑은 풍경 소리와 행복한 이야기가 담긴 산사를 만나기를….
산사의 하루
03:00 도량석과 기상
새벽 3시, 주위는 여전히 어둡지만 산사의 하루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04:30 새벽 예불 수행 체험
도량석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작은 소리로부터 큰 소리로 점점 높이 울리며 종을 친다. 이어 북·범종·목어·운판의 사물(四物)이 차례로 울리며 모든 대중이 큰법당에 모여 경건하게 새벽 예불을 올린다.
06:30 아침 공양 울력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기 위해 아침 공양을 받는다.
11:30 사시마지와 점심 공양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기 위해 점심 공양을 받는다.
15:00 자유 정진 포행
사시불공과 점심 공양을 마치면 산사에도 여유가 찾아온다. 그러나 사찰에서의 포행은 수행의 일부다.
17:00 저녁 공양 및 저녁 예불
산사의 저녁은 세속보다 빨리 찾아온다. 오후 5시쯤이면 저녁 공양을 한다. 공양 후에는 잠시 쉬고 법당에 모여 저녁 예불을 모신다.
22:00 수행 체험 및 취침
예불이 끝난 뒤 각 수행처에서 예정된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부분이 오후 9시면 잠자리에 든다.
탄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