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숫자 뒤에 숨은 기업의 흥망성쇠 ‘숫자로 경영하라 3’

숫자로 경영하라 3



최종학 지음┃원앤원북스┃484쪽┃1만9500원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기까지는 지난한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인수 주체로 나섰던 한화석유화학·한화종합화학·한화유통·한화증권 등 4개사 가운데 석유화학과 유통의 분식회계 논란이 그 시작이었다. 석유화학은 유통의 주식을, 유통은 (주)한화의 주식을 1999년과 2000년에 걸쳐 매입했다. 그런데 매입가가 매입 대상 기업의 공정 시장가치보다 낮은 ‘부의 영업권’이 걸림돌이었다. 석유화학과 유통 모두 주식 취득과 관련한 부의 영업권을 일시에 환입해 그해의 당기이익으로 인식한 것이다. 자연히 기업의 재무 상황이 긍정적으로 평가됐고 대한생명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회사채 발행 등)도 그만큼 쉬워졌다. 당시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는 정부의 명령도 이행하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2011년 회계 감리를 통해 이를 분식회계라고 지적했다.

“이런 회계 처리 방법은 금감원에 문의해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까지 받은 상황이었고 정기 공시에 모든 사실을 알렸으며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도 권장하는 방법”이라는 한화 측의 주장은 모두 무시됐다. 결국 증권선물위원회는 해당 기업들과 이들을 감사한 회계법인에 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 밖에 인수 컨소시엄을 맺었던 맥쿼리보험과의 이면 계약 논란(예금보험공사가 이를 구실로 2005년 인수 무효소송을 냈지만 결국 패소), 적정 인수 가격 논란 등 대한생명이 ‘한화생명’으로 바뀌기까지는 회계와 지분 등에 관한 복잡한 내용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회계 처리나 비용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보다 기업을 때려야 주목받을 수 있는 정치권의 생리, 감사원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했던 KDB산업은행의 한계,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보다 시류에 편승했던 당시 언론 등에서 어처구니없는 소동의 실체를 찾는다. 실제 법적 소송 과정에서 한화의 대한생명이 인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는지 증명한다. 예금보험공사는 맥쿼리 이면 계약 문제가 대법원에서까지 패하자 이를 국제상사중재원으로 끌고 가는 악수까지 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저자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회계 분야의 손꼽히는 권위자다. 회계 전문가가 ‘숫자로 경영하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으니 재무제표 읽는 법이나 복잡한 회계 활용법을 다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은이의 말’에도 소개됐듯이 책에서 다루는 숫자의 의미는 회계에서 사용되는 진짜 숫자는 물론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 등을 모두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2008년 이후 벌어진 국내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회계와 숫자가 기업의 흥망성쇠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냈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이명현의 별 헤는 밤’
우린 모두 별에서 왔거늘

이명현 지음┃동아시아┃296쪽┃1만3800원

우리 몸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산소(O)·수소(H)·탄소(C)·철(Fe) 등 다양한 원소가 들어 있다. 학창 시절 원소주기율표에서 보던 바로 그 원소들이다. 이 원소는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별의 폭발, 더 정확히 말하면 초신성(supernova)의 폭발로 생겨났다. 우주 초기에는 원소주기율표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와 헬륨 그리고 약간의 리튬만이 존재했다. 이들보다 더 무거운 원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큰 의문이었다.

20세기 중반에 와서야 이 의문이 풀렸다. 무거운 원소가 생기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무언가 우주의 일부를 뜨겁게 만들 이벤트가 있어야만 무거운 원소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다. 그 해답이 초신성의 폭발이었다. 별이 생명을 다하면서 마지막으로 폭발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높은 온도가 발생했고 이때 무거운 원소가 생겨났다. 그러니 우리의 몸은 별의 폭발로 생겨난 셈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리는 별의 자손’이라고 말한다. 결코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별을 좋아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파천문학자인 저자는 “별은 우리의 발원지인 것이다. 별에서 태어난 몸은 별을 그리워하며 이 땅에 적응하고 진화해 왔다. 그리움이 사무쳐 몸부림치며 몸짓을 지어냈고 외침으로 터져 나와 소리짓이 됐다. 그것이 예술의 탄생이었다”며 별과 예술의 탄생을 연결 짓는다. 아주 시적인 표현이다. 이 책은 천문학과 시와 문학을 연결하며 쓴 우주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제목은 코스모스(Cosmos)·유니버스(Universe)·스페이스(Space)다. 우리는 흔히 이 셋을 우주(宇宙)라는 하나의 단어로 부른다. 하지만 영어로는 그 뜻이 분명히 다르다. 스페이스는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우주 공간을 의미한다. 우주정거장에서의 우주는 바로 스페이스다. 요컨대 스페이스는 우리가 아는 우주에서 가장 작은 부분을 일컫는다. 유니버스는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우주를 말한다.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다. 바로 유니버스를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스모스는 객관적인 우주인 유니버스에 사람마다 주관적인 의미를 보탠 우주를 말한다. 칼 세이건의 명작인 ‘코스모스’는 바로 그런 의미다. 저자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책 제목으로 삼으며 자신의 우주를 불러왔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쫄지 말고 창업

저자의 직업은 IDG벤처스코리아의 대표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하이톤의 목소리를 지닌 팟캐스트 진행자로 더 유명하다. 팟캐스트 ‘쫄지 말고 투자하라’는 벤처기업 대표를 불러다 내가 왜 당신에게 투자해야 하는지 계속해 물으며 그 대표의 생각을 표현하게끔 하는 프로그램이다. 예비 창업자는 물론 벤처 투자자들이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고자 하는 예비 투자자, 창업 관련 단체 종사자들에게도 인기다. 창업을 추천하고, 돕고, 직접 하기까지 한 저자가 창업에 대한 얘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희우 지음┃이콘┃240쪽┃1만5000원



넨도 디자인 이야기

전 세계에서 매해 250개 이상 기업의 디자인을 맡아 매출 상승과 직결시킨 디자인 회사 넨도(Nendo)의 젊은 창업자 사토 오키의 디자인 발상법과 회사 경영법을 소개한 책이다. 전 세계 클라이언트 기업들은 넨도와 함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1년 넘게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일본의 한 기업은 넨도가 디자인한 여러 기업의 제품들을 모아 전시했을 정도다. 창업자 사토 오키가 그동안 넨도에서 진행한 디자인 프로젝트와 생생한 발상법을 10가지로 압축해 들려준다.

사토 오오키·가와카미 노리코 지음┃정영희 옮김┃미디어샘┃312쪽┃1만5000원



이덕일의 고금통의 1·2

역사 대중화의 선두에 서 있는 역사학자로 평가 받는 이덕일의 신작. 저자는 글을 쓸 때 한국과 중국의 1차 사료를 많이 인용한다. 하지만 초점은 늘 현재에 맞춰져 있고 옛 고전을 오늘의 살아 있는 언어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은 바로 이런 관점으로 현재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는 1000여 개의 역사 순간을 담아낸다. 선조들의 생각과 행동 양식이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선조들의 말과 행동에서 오늘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이덕일 지음┃김영사┃각권 520쪽 내외┃1만8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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