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름] 세상은 넓고 걸을 곳은 많다

사색하며 걷기 좋은 국내외 트레킹 여행지 20


많은 철학자들은 산책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걷기는 어찌 보면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돌아보고 또 자신을 충전하는 데는 무작정 걷기만 한 게 없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숲길 위주의 걷기 여행 코스 10곳과 미국 스미스소니언매거진이 추천한 세계 유명 걷기 코스 5곳을 소개한다.


1. 제주 올레길 14-1코스, 저지-무릉 올레
무성한 숲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길이다. 오름, 곶자왈(나무·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을 이루게 된 곳), 녹차 밭을 두루 거친다. 문도지오름에서는 말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지마을회관~강정동산~문도지오름 정상~저지상수원~오설록, 이니스프리 제주관~무릉 곶자왈~영동케(봉근물)~인향 마을 입구 16.7km~인향리 마을 입구~인향동 버스정류장 17km. 5~6시간.


2. 산청 지리산 둘레길 8. 운리~덕산 구간
이 구간은 참나무가 우거진 숲길과 임도를 번갈아 가며 걷는 길이다. 남명 조식 선생이 머물렀던 산천재가 있는 사리마을에서 바라보는 덕천강과 천왕봉이 볼거리다.

운리마을~백운계곡~마근담입구~덕산(사리). 13.1km. 5시간.


3.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1호 숲길이다. 금강소나무와 희귀 수종 등 다양한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 한국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가 있다.

소광2리~저진터재~너삼밭~화전민터~금강송 군락지~탐방로~화전민터~너삼밭~저진터재~소광2리. 16.3km. 6시간.


4.영양 일월산숲길 1구간(아름다운 숲길)
아름다운 숲길은 영양군 일월면과 봉화군 재산면을 잇는 31번 국도였다. 이 길은 잘 포장된 우회도로가 생기면서 잊혔다. 그러나 30여 가구 50여 명의 대티골 사람들이 아름다운 숲길을 재생해 냈다. 2009년 산림청에서 선정하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하기도 한 숲길이다.

입구~진등~칠밭목이~갈림길~댓골~갈림길~윗대티~입구. 7km. 4시간 10분.


5. 장성 축령산 산소길 2구간(전망 좋은 길)
초창기 축령산 편백 숲을 알리던 유명한 길이다. 곳곳에 서부 지방 산림청에서 설치한 데크 로드와 테마숲길, 벤치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금곡영화마을~금곡입구 삼거리~안내소~숲 치유센터~추암마을~괴정마을. 6.3km. 2시간 10분.


6. 충주 비내길 2코스
앙성온천광장에서 시작해 능암온천랜드 옆 임도길을 따라 세바지산에 오르면 참한우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내마을부터 조대마을까지는 차도를 따라 걷게 된다.

앙성온천광장~전망대~비내마을~조대마을(조터골)~철새전망대~앙성온천광장. 10.4km. 3시간 30분.


7. 강릉 바우길 대관령 국민의 숲길
한국 산림 조성의 역사와 잘 가꾼 숲길을 전형을 보여주는 구간이다. 고원지대에서 보기 힘든 넓은 암반 사이에 있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낙엽송과 전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 유명하다.

대관령하행휴게소~야생화숲길~능경봉입구(샘터)~국민의 숲 산림 트레킹 코스~남경식당~래포빌펜션~잎깔나무숲길입구~바우길 1구간분기점~바우길 2구간 분기점~양떼목장~대관령 하행 휴게소. 11km. 4시간.


8. 인제 둔가리약수숲길 3구간(미산동길)
가산동마을과 후평동마을을 지나면 내린천을 따라 숲길이 이어진다. 수로를 따라 조성된 이 길은 약 3km로, 인가가 없는 구간으로 자연경관이 뛰어나다. 송개동~후평동 구간은 옛 길을 정비한 길이다. 경사가 없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하남리 미기교~하남리 후평교~후평동 수로입구~송개동~대궐농원~바람불이~후평교~개인약수교. 12km. 4시간 30분.


9. 부산 해파랑길 2코스
해운대의 삼포라고 불리는 미포·청사포·구덕포를 거쳐 대변항에 이르는 코스다. 삼포 중 미포~청사포 구간은 달맞이길로, ‘문텐로드’라고 한다. 이후 부산 바다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시랑대와 바다와 가장 가까운 절로도 유명한 해동용궁사를 지난다. 연화리의 좌판 시장과 대변항도 큰 볼거리다.

미포~달맞이공원 어울마당~구덕포~송정해변~대변항. 16.7km. 5시간 30분.


10. 서울 서리골 서리풀 나들길
고층 아파트가 스카이라인을 이룬 이곳에도 유명한 숲길이 있다. 얼마 전까지도 찻길을 건너야만 숲길을 이어 갈 수 있었지만 서리골공원과 몽마르뜨공원이 누에다리로 이어지고 그와 동시에 몽마르뜨공원이 서리풀공원과 서리풀다리로 이어지며 다시 하나의 식구가 됐다.

서리골공원~몽마르뜨공원~서리풀공원. 3.25km. 2시간.



미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이 세계 트레킹 코스 중 1위로 추천한 곳은 미국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이다. 메인 주의 카타딘 산에서 시작돼 조지아 주 스프링어 산에 이르기까지 무려 14개 주를 지나가는 3500km의 대장정 길은 완주하는 데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코스다. 매년 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수천 명이 완주를 다짐하지만 성공률은 25%에 지나지 않는다.

2위를 차지한 존 뮤어 트레일은 탐험가이자 환경 운동가였던 존 뮤어의 이름을 딴 여행길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코스에 포함돼 있어 큰 인기를 누리는 곳이다. 캘리포니아 주 동부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340km 코스로 완주하는 데 평균 3주가 소요된다.

3위는 산과 계곡, 호수의 절경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 이 길은 유명 여행가 겸 작가인 앨프리드 웨인라이트가 개척한 코스다. 해안 지역을 따라 이동하면서 잉글랜드·아일랜드·스코틀랜드의 자연 풍광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4위를 차지한 중국 만리장성은 자연보다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적지 않은 인내력과 임기응변이 필요한 코스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프로 여행가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트레킹 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이 밖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로키산맥을 따라 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컨티넨탈 디바이드 탐방로, 뉴질랜드 최남단과 최북단을 이동하는 뉴질랜드 횡단로, 지중해 자연 풍광과 고대 유적을 모두 만날 수 있는 터키 리키안 웨이,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안나푸르나 서킷, 호주 동부 해안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바이센티니얼 트레일 등이 세계 10대 트레킹 코스에 선정됐다.


인터뷰 | 800km 산티아고 순례길 걸은 홍예슬 씨



“운명적으로 떠난 길이 삶 바꿨죠”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킹 코스 중 한 곳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남부의 국경 마을 생장피데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스페인식 이름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다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코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800km를 말한다.

2012년 가을과 겨울 사이 홍예슬 씨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5년간에 걸친 공연 기획자 생활을 정리하고 무작정 떠난 아일랜드에서 ‘산티아고 길’이란 곳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이사한 방에 있던 산티아고 길에 관한 책 한 권이 그가 그 길을 걷게 된 이유의 전부였다. 그는 그냥 ‘운명인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곳이나 아름다운 사람들은 어느 곳에나 있어요. 다만 관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정말 100km라도 꼭 두 발로 걷고 오길 추천해요. 하루에 몇 km 꼭 걸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 자기 페이스에 맞춰 하루에 10km든 20km든 천천히 걷고 보고 느끼며 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운명적’으로 떠났기에 그는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입던 옷 쓰던 가방을 메고 운동화 하나 침낭 하나 정도 사서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떠난다고 해도 별다른 준비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꼭 필요한데 가지고 가지 않은 게 있다면 거기에서 마련하면 되죠. 저와 함께 걸었던 많은 사람들 중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40% 이상이었어요. 힘들 거야, 아플 거야 등등 걱정하다 보면 하루, 이틀, 1년이 금방 지나가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그냥 출발하세요. 가 보면 알아요. 이게 무슨 말인지….”

산티아고 길을 다녀온 후 그는 많은 게 달라졌다.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 천천히 여행하며 쉬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해도 여행은 많은 것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저는 지금도 서울을 여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너무 바쁘게 일하다 보면 그것조차 잊을 때도 많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면 서울 땅도 조금씩 다르게 보이거든요.”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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