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사회적 경제’에 세금을 쓰지 마라

팔리지 않으면 정부가 사 주는 구조 하에서는 누구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고통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지원하는 데 왜 우리의 세금을 쓰려고 하는가.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
1956년생. 197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2000년 숭실대 법학 박사. 1990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997년 자유기업센터 법경제실장. 2004년 자유경제원 원장.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현). 프리덤팩토리 대표(현).


사회적 경제가 화두다. 새누리당은 64명의 의원들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적 경제를 통해 2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청문회 정국이 지나고 나면 사회적 경제가 중요한 정책 이슈로 등장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렇게 중요한 사회적 경제인데도 그 개념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마을기업·마을공동체 같은 것들이 그 범주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라는 단어는 낯설게 들리지만 그 구체적 모습들은 이미 우리 곁에 있어 왔다. 서울우유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만들어 낸 제품이고 대학교마다 구내식당이나 커피숍은 생협이 운영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도 새삼스럽게 사회적 경제가 여야 정치권 모두의 정책의 중심에 등장한 것은 정부의 지원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들고 정부 돈으로 마을 운동가를 키우고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협동조합이든 마을기업이든 하나의 비즈니스 조직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식회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주식회사로 하고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형태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형태로 비즈니스를 하면 된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라고 해서 특별히 정부가 돈을 지원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세금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도 시장경제처럼 뭔가를 생산해 판매해야 한다. 문제는 그 조직 형태들이 생산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대개 잘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뭔가를 생산하고 판매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기로 하자면 가족이 모여 비즈니스를 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가족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보다 낯선 회사에 취직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낯선 사람과 만나 협동하고 거래하는 쪽의 생산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욱 낮다. 그것을 지원하는 것은 세금 낭비다. 자기가 만든 제품을 팔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어야만 좋은 제품도 나오고 원가도 낮아진다. 오순도순 사이좋게, 그리고 팔리지 않으면 정부가 사 주는 구조 하에서는 누구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고통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지원하는 데 왜 우리의 세금을 쓰려고 하는가.

사회적 경제를 복지정책의 대안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저소득층이 기초 생계 수급자로 머물러 있는 것보다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그들을 고용하고 임금을 벌게 하자는 것이다. 탁상공론이다. 첫째, 정부 돈이 끊어지고 나면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들은 문을 닫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사회적 경제를 통한 복지는 복지 혜택을 직접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공장을 만들고 판매 조직을 만드는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다시 복지 혜택으로 채워 줘야 한다. 그런 전 과정을 생각해 보면 복지를 직접 지급하는 것보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 지급하는 비용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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