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인수된 영상 빅 데이터 업체 스카이박스…위성 네트워크 통한 감시 시대 우려도
미국은 1960년부터 ‘코로나’ 시리즈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기 시작했으며 소련도 1961년부터 ‘제니트’ 시리즈 정찰위성을 지구 궤도로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이어 양국의 수많은 정찰위성이 상대편 영토를 휘저으며 각종 군사시설을 감시하는 시대가 펼쳐졌다. 지금은 세대교체가 이뤄졌지만 2000년대까지 활약한 미국의 KH-12만 해도 지름 3m짜리 거대 망원경을 달고 15cm 수준의 해상도를 갖출 정도의 성능을 갖고 있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 대신 지상을 향한 채 계속 지구 어느 곳인가를 감시해 왔다고 상상하면 될 것이다. 인류가 냉전 시기 핵전쟁의 위협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것은 미·소 양국이 핵무기 발사 시설을 상호 감시할 수 있는 정찰위성의 공이 지대했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찰위성도 알게 모르게 많은 맹점이 있었다. 정찰위성은 그 특성상 격추시키기는 어려워도 언제 어디를 지나가는지는 알 수 있었다. 냉전 시대에 지상에서 실험할 수밖에 없던 비밀 무기들은 적국의 정찰위성이 지나간 뒤 작동했으며 이어 다시 상공에 나타나기 전에 재빨리 흔적을 지우고 가리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다. 정찰위성을 더욱 많이 배치해 시간 간격을 줄이는 방법도 있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러기엔 한계가 있었다. 당장 KH-13, 14 등의 미국 최첨단 정찰위성은 훨씬 발전된 해상도, 지상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 등을 갖춘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역시 20톤이 넘는 거대한 시스템과 막대한 가격, 짧은 수명 문제로 대량 배치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위성 영상 시장 23억 달러 규모
미국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1992년부터 고해상도 상업 이미지 촬영을 위한 민간 위성 사업을 허가하기 시작했다. 초고해상도의 특수 사진이 아닌 일반 위성사진은 민간 위성이 담당하고 민간 위성은 이 사진을 미국 정부는 물론 민간에게도 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업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수많은 인터넷 지도 서비스에서 생생한 지구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상업 위성사진 시장이 열리고 디지털글로브(DigitalGlobe)·지오아이(GeoEye) 등 전문 업체가 생겨난 덕이다. 현재 고해상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위성으로 알려진 것은 12대, 그 가운데 상업용 위성은 9대가 있는데 이 가운데 5대가 디지털글로브와 지오아이 소속이기도 하다.
그래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이들 시장이 여전히 미 정부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위성 영상 시장 규모는 대략 23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 정부는 여전히 시장의 최대 고객이면서 최우선권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미 정부가 안보상의 목적으로 어느 지역을 긴급히 촬영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미국의 민간 위성 업체들은 군말 없이 이를 따라야 한다. 또한 정부의 위성 영상 구매 예산이 줄면 이들 업체들은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업계 양대 업체인 디지털글로브와 지오아이는 이런 문제로 2013년 합병을 선택했다.
이러한 위성 영상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는 요즘 폭증하고 있는 수요에 부응하는데 커다란 장애물로 인식돼 왔다. 신속하게 최신·고품질의 영상을 공급받고 싶어 하는 수요자들에게 정부 주문이 밀려 있으니 일단 기다려 보라는 말이 통할 리 없다. 정부 종속적인 기존의 정찰위성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시급히 요구돼 온 것이다.
스탠퍼드대의 대학원생 3명(댄 버켄스톡, 줄리안 만, 존 펜윅)으로 구성된 일단의 팀은 2007년 구글이 스폰서로 나선 새로운 루나X상에 구미가 끌렸다. 이 상은 로봇을 달 표면에 착륙시켜 500m 움직이고 여기서 얻은 고해상도 영상을 지구로 재전송하는 팀에게 무려 2000만 달러를 상금으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매력적인 상에 달려든 팀은 관련 기술을 개발하던 와중에 색다른 사업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선과 월면차, 촬영 장비를 보내기 위해서는 소형·경량화가 핵심이었다. 이를 응용하면 기존의 상업용 영상 위성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상당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위성을 만들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들에게는 기존에 참고할만한 초소형 미니어처 위성, ‘큐브샛(CubeSat)’을 다룬 경험이 있었다. 큐브샛은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10cm, 즉 부피 1리터에 무게 1.33kg 남짓한 초소형 아마추어 위성으로, 기본 스펙과 노하우가 공유되면서 전 세계 연구자와 마니아들이 자신만의 인공위성을 날려보는 붐을 일으켜 왔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약 100kg 정도의 무게, 대당 5000만 달러 이하에 충분한 촬영 및 전송 장비를 집적한 위성, 이른바 ‘스카이샛(SkySat)’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실리콘밸리 성공 신화 주인공 된 스카이박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이런 위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JP모건의 분석가로 일한 경험이 있던 후칭유가 합류하면서 스카이박스는 이런 소형 인공위성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투자 유치를 받기 시작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나날이 수요가 증가하는 영상 빅 데이터였다. 단순히 사진을 찍고 파는 것에서 벗어나 여기에 가치 있는 데이터로 가공 및 분석 서비스를 결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 곳곳에 있는 월마트 주차장을 매일 찍어 차가 몇 대가 있는지 세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중국의 산업 지대 도로를 달리는 유조차의 대수를 매일 센다면…. 남아프리카 금광 밖에 쌓인 슬래그 더미의 크기를 매일 찍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것 하나하나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미시적인 경제활동을 관찰하는 유용한 데이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빅 데이터 시대에 세계 곳곳의 상황 변화를 감지하고 소비자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혈안이 된 기업들에 이는 가치 있는 정보가 될 것은 분명했다.
이 매력적인 사업 모델로 이들은 2012년까지 910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어 2013년에는 그들의 첫 위성, 스카이샛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한 HD급 비디오를 공개함으로써 크게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앞으로 스카이박스는 이런 위성을 계속 쏘아 올려 총 24대로 밀도 있는 위성 영상 및 관련 빅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수십, 수백 대의 소형 민간 영상 위성이 지구 저궤도를 덮는다면 어떻게 될까. 냉전 시대처럼 적을 감시하고 파괴하기 위한 첨병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소수의 감시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만인을 들여다보는, 바로 제레미 벤담이 이야기하던 파놉티콘(Panopticon)이 전 지구적인 스케일로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벤담의 청사진이 반대로 뒤집힌 것처럼 지구 표면에 붙어 사는 우리들이 더 바깥을 순회하는 소형 인공위성 네트워크에 둘러싸인 모양으로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놀랍지만 이제는 그러한 미래에 대한 상상에 한 가지 자극을 더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바로 지난 6월 10일 구글이 5억 달러에 스카이박스를 인수하기로 발표한 것이다.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 미래 기술과 관련된 부분에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구글은 이제 무인기는 물론 소형 인공위성 기술까지 획득하게 됐다. 이런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구글의 사업은 과연 이제 어디까지 뻗어갈까. 스카이샛에서 쏟아질 매 순간순간 우주에서 관찰한 우리 모습에 대한 빅 데이터는 어떻게 가공돼 어떤 미래 사업의 재료로 활용될까. 그리고 구글이 보유한 다른 데이터들과 연결해 어떤 놀라운 정보를 만들어 낼까.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