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중국 재테크] 중국 내수 1등주는 새로운 전설의 무대

워런 버핏, ‘경제적 해자(垓子)’ 갖춘 기업에 베팅…최근 조정은 장기 투자 기회

The Sage of Omaha and Berkshire Hathaway's CEO isn't likely to want to leave his investing powerhouse.

요즘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최근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투자 유망 지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에 장기적으로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버핏 회장과 함께 벅셔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찰리 멍거 부회장은 “중국은 내게 새로운 독일과 같다”면서 중국의 우량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 기회를 강조했다.

중국이 내수 위주로 경제 체질을 바꾸고 과잉 산업과 음성적인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중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 국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 역시 아마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버핏 회장의 이야기처럼 지금과 같이 중국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있을 때 좋은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을 생각해 볼 시기다.

그러면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일까. 바로 버핏 회장이 이야기한 ‘경제적 해자(垓子)’를 가지고 있는 1등 기업들이다. 필자는 앞으로 중국 소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11개의 1등 기업에 대한 이야기할 계획이다. 1등 기업에 대한 2013년 실적 분석과 2014년 전망 그리고 최근 기업 탐방 이야기를 중심으로 연재한다.

가장 합리적인 중국 투자의 방법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하면 ‘내수 소비재 1등주에 대한 장기 투자’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의 목표로 내수 진작을 제시했다. 수출에서 내수로 성장 동력을 바꾸고 ‘신도시화’와 ‘두 자녀 가정’의 허용 등 많은 내수 확장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제구조의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임금이 오르고 내수 소비력이 강해지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 한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지나온 시간을 고려해 생각해 본다면 중국의 내수 시장은 장기적으로 커지는 추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코카콜라·맥도날드·월트디즈니·월마트 같은 소비재 1등주는 오늘날의 버핏 회장을 만들어 줬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국 소비재 1등주에 대한 장기 투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 역시 지난 20년간 주가지수가 1000에서 2000으로 두 배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내수 1등 기업인 삼성화재·롯데제과·롯데칠성·신세계·농심·현대자동차·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은 수십 배에서 100배 가까운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이런 일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민재산보험은 삼성화재와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이미 한국의 10배를 넘어섰지만 두 회사의 매출액과 시가총액 차이는 두 배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자동차 판매 대수의 차이를 근거로 볼 때 앞으로 엄청난 보험 가입 확대를 예상할 수 있으며 중국인민재산보험의 성장률 역시 폭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소득과 소비력 증가에 따라 시장이 커지는 분야인 과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1인당 과자 소비량은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굉장히 성장할 여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도시화는 내수 확대의 견인차
세계 인구의 절반인 30억 명이 도시에 거주한다는 통계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경제의 정점은 단연코 도시다. 생산과 소비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서 산업이 발전하면 인구가 유입된다. 이에 따라 도시화가 진행되고 생산 증가와 소비 증가가 뒤따른다. 자연스럽게 부가 형성되고 거주민의 소득 향상과 중산층 성장을 가져온다.

식품과 의류 등 기본 품목의 소비가 늘어남과 동시에 고급화되고 교통·정보통신·유통·의료·금융 등 서비스가 발전한다. 한마디로 도시화는 내수 시장의 확대를 동반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도시화율이 일정 비율(50~60%대)을 넘으면서 서비스와 내수 산업 비중이 비약적으로 확대됐다는 통계가 있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많은 사람과 활발하게 교류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정보를 향유하며 선택의 기회를 누린다. 도시인들은 자유롭고 대담하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도하는 데 적극적이다. 중국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통적인 가족 구조나 사회 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삶의 양식을 갖게 되면서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발견하기 때문이다.

2013년 중국의 도시화율은 53.7%로 조사됐는데 매년 약 2%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경향이 계속 유지되기만 하더라도 2020년에는 도시화율이 60%대 중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도 도시화에 적극적이다.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본인의 10년 임기 내에 “13억 인구 중 10억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며 도시화를 내수 성장의 근간으로 얘기하고 있다. 향후 10년의 전략적 과제로 도시화를 선정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도시화가 1% 상승할 때마다 내수가 7조 위안(GDP 대비 15%) 확대된다는 통계치가 있다. 이 엄청난 수치가 바로 중국 내수 시장의 잠재력이다. 그러므로 도시화가 몰고 올 중국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도시화의 수혜를 볼 내수산업과 시장을 예측하면 투자의 안목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보다 먼저 높은 수준의 도시화를 이룬 다른 나라, 특히 한국과 일본 등 같은 아시아 국가의 사례를 참고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설의 투자자는 ‘소비재’가 만들었다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오른 버핏 회장의 지혜를 중국 내수 시장에 도입해 보자. 버핏 회장은 기업을 고르는 첫째 기준으로 ‘경제적 해자’를 들었다. ‘해자’는 과거 중세시대에 적의 침입에 대비하려고 성의 둘레를 파 만든 인공 연못을 말한다. 적군이 사다리 같은 것을 대고 성을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해자를 거의 볼 수 없지만 이웃 나라 일본만 가도 해자를 만든 성을 종종 볼 수 있다. 버핏 회장은 해자에 경제적인 개념을 끌어들여 ‘경제적인 해자(economic moat)’라는 은유를 만들어 냈다. 즉 소비되는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경제적인 해자로 풀이한 것이다.



중국의 시장 상황은 1990년대 한국의 내수 시장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 당시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내수 1등주에 장기 투자했다.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들은 안정적인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코카콜라·월트디즈니·워싱턴포스트·질레트면도기·월마트·나이키 등 버핏 회장이 투자한 종목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소비재 주식, 그중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높아 독점력이 강한 1등주에 대해 지속적으로 집중 투자했다.

버핏 회장은 ‘바보가 경영해도 망하지 않을 기업’을 고르라고 조언하면서 “평생 훌륭한 기업을 3개만 만나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버핏 회장은 독점력이 있는 1등 소비재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선호했다.

중국의 시장 상황은 1990년대 한국의 내수 시장과 비슷하다. 본격적으로 소비가 성장하기 시작하는 단계다. 그런데 중국 회계 제도의 투명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 또한 과거 한국 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그 당시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내수 1등주에 대해 장기 투자했다. 회계 제도는 바뀔 수 있고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 수준은 높지 않지만 내수 시장의 점유율과 브랜드 인지도는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강력한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중국 기업을 찾아보자. 55%라는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진 중국 라면 시장 1위 업체 강사부라면, 35%의 확고한 지위를 갖춘 손해보험 1위 중국인민재산보험, 1위 과자 업체 왕왕식품, 중국 대표 맥주회사 칭다오맥주, 중국 1위 증권사 중신증권 등을 들 수 있다. 이 기업들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 경제적 해자를 가진 대표적인 기업들이라고 볼 수 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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