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불법 소프트웨어는 ‘관피아’의 다른 이름”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공간 정보의 표준 향해 힘찬 날갯짓

한경비즈니스·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공동 기획 - 소프트웨어를 말하다⑥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때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칫 불법 복제 이슈에 휘말리면 기업의 존폐가 흔들리기도 한다. 한국공간정보통신도 정부 및 대기업과 불법 복제 소송전을 치르는 사이 회사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아픔을 겪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포털의 지도나 ‘길 찾기’ 서비스로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공간 정보 서비스 산업의 대표 주자였지만 불과 수년 사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개발자이자 창업자인 김인현 대표는 위기를 딛고 최근 재기의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대기업과 소송에서 이겼고 지난해부터 실적이 흑자 매출로 돌아서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김 대표는 “기술력에 자부심이 있었기에 17년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개발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를 꿈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어떤 회사입니까.
“‘지도를 가진 사람이 지도자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재해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선 현장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제대로 된 공간 정보가 필요하죠. 우리는 대한민국 공간 정보의 표준을 만들어 가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도 한국공간정보통신이라고 지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상을 보는 눈’이라 하여 미국이 ‘구글’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우리 회사를 통해 세상을 보자는 의미입니다. 순수 국산 지리정보시스템(GIS)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인트라맵(IntraMap) GIS 제품군과 유맵(uMap) 디지털 전자 지도를 대표 제품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17년간 국내 최다인 1000여 개의 공간 정보 사업을 수행한 공간 정보 기업으로 세계 최초 3차원 지하망 지도를 개발해 웹상에 구현하기도 했어요. 이는 구글 어스보다 7년 앞선 것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죠.”


공간 정보 서비스를 보다 쉽게 설명해 주세요.
“땅속에 숨어 있는 광물자원에서부터 자연 자원까지 관리하는 기술입니다. 물속 잠수함에서부터 하늘 위 인공위성까지 물리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죠. 재해·방재에도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국가 주요 재난 시설에 대해 3차원 GIS 기술로 입체 공간 정보를 구축하고 긴급 구조 출동 지령 체계와 연계해 재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특히 GIS 엔진 제작, 전자지도 유맵 보급, GIS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컨설팅, 서비스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우리 기술은 구글·네이버·다음 등 사용자가 원하는 상용 맵과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 지도 위에 얹어 사용할 수 있고 구글 베이스에서도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2011년, 2012년 GIS 엔진 부문 국내 점유율 1위를 달성했죠. 유맵은 도로망부터 건물에 이르기까지 새 주소로 업데이트된 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 정보 서비스 하면 구글을 많이 언급하는데, 우리는 구글 어스보다 7년 앞서 기술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구글에 없는 분석 기능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지도를 만들 수 있죠. 예를 들어 조망권 기능을 선택하면 각도에 따른 시야가 펼쳐지고 특정한 건물을 선택해 조망해 볼 수도 있습니다. 건물을 새로 만들거나 바꿀 때 새로 적용된 모습을 살펴볼 수도 있어요. 환경 정보 및 특정 지역에 대한 온도, 실시간 교통 정보나 생태 정보, 황사의 움직임 양상, 에너지 사용 정보 등을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술이 있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문제죠.”


불법 복제에 따른 피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한때 직원이 270명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나 대기업에서 우리 제품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 팔면서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소송전을 치렀고 다행히 대기업을 상대로 승소했고 아직 남은 소송도 있습니다. 그 사이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았고 직원이 많이 빠져나가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다행인 것은 3년 전 바닥을 찍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난해부터 다시 흑자 매출로 돌아섰고 올 들어서도 한창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요. 신제품들도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위기를 딛고 재기하고 있어 다행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17년째 경영하고 있다는 것은 타사와 차별되는 자체 기술력이 있다는 얘깁니다. 방재·경호·소방·안전과 새 주소(도로명) 사업,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버스정보시스템(BIS), 건물 에너지 관리 등 다양한 사업에서 우리만의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큰 차별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위기를 겪으며 작지만 강한 회사가 됐어요. 현재 소수 정예로 16명이 일하고 있는데 다시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총판과 대리점도 110개 정도 생겼고요. 고객들과 다시 만나고 있고 그들이 우리 제품을 신뢰해 준다는 사실에 살아 있다는 기쁨을 느낍니다. 그게 행복이죠. 무엇보다 밑바닥을 겪고 바닥 속에서 다시 성장했다는 점에서 뿌리가 튼튼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회복됐습니까.
“예전에는 1% 이익 내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분기 이익을 기준으로 2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올해 1분기 작년 매출액만큼 계약한 상태입니다. 결국 회사가 튼튼하다는 것은 직원이 행복하다는 얘깁니다. 개인적으로 위기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 주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기술이 세계 최고이고 물건을 잘 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이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바라보지 못한 것 같아요. 이제는 주위를 돌아보며 함께 성장한다는 데서 더 큰 보람을 느끼려고 합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GIS의 사관학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과거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혹독하게 교육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도덕성으로 무장한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에게 협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불법 복제와 관련, 하고 싶은 말씀이 많겠네요.
“소프트웨어가 눈에 보이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공짜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기술력이 좋아도 저작권 인식이 바로 서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됩니다. 우리도 구글보다 7년 먼저 웹3D GIS를 만들었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었다는 게 애로 사항입니다. 아직 정부조차 불법 복제 근절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부에서 불법 복제를 허용하는 것은 ‘관피아’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술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게 필요하고 기업과 국가의 도덕성 회복이 절실합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올해 계획은 무엇입니까.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모바일을 통해 공장을 관리하는 신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맵톡이라는 위치 기반 모바일 서비스는 특허를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특히 정부3.0과 관련된 엔진 시장과 맵 시장 확대에 따른 매출이 기대됩니다. 한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B2C 시장에서 안전 관련 서비스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하려고 해요. 주위에서 많이 격려해 주는 만큼 조만간 남은 부채를 모두 탕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세계 3대 공간 정보 통신 전문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