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회의 되려면 주관자가 철저한 준비·복안 갖춰야
Q 저는 직책상 회의를 자주 하게 됩니다. 제가 일원으로 참석할 때도 있고 주재하는 회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면 항상 ‘왜 회의는 이래야 하는지’ 답답해집니다. ‘이런 회의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만족스러운 회의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런저런 개선 시도를 해 봤지만 별 효과가 없습니다. 참석자들은 대개 준비 없이 회의에 들어옵니다. 회의 때 발언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의는 늘 지루합니다.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형식적 모임이 되고 맙니다. 회의를 생산적으로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회의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A 회의가 생산적이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회의 목적이 불분명할 때입니다. 회의는 안건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안건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데 필요한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습니다. 가끔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이 회의를 왜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상황을 점검하고 공유하기 위한 것인지,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하려는 것인지, 방침을 전달하고 실행을 독려하기 위한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불분명하면 참석자들이 뒤엉킵니다. 결정할 회의에 책임자들이 없고 상황을 점검할 회의에 상황을 모르는 직원들이 참석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회의는 정처 없이 흘러가고 맙니다. 어디로, 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표류하는 배처럼 갑론을박을 벌이다가 아무런 결론도 없이 회의를 마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회의를 열 때 안건이 무엇인지, 참석자와 주관자가 누구인지부터 분명하게 정해야 합니다. 이것을 명확히 하다 보면 회의가 필요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목적지가 분명하면 회의 도중 우왕좌왕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둘째 이유는 사전에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회의가 잘 진행되려면 참석자들이 안건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참석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인사들은 회의장에서 정보를 취득하기 시작합니다. 회의 참석 전에 했어야 할 회의 준비를 회의장에서 하는 겁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대조적인 회의 문화
‘시간이 돈’인 주요 인사들이 모여 정보 공유부터 시작하는 것은 너무도 비효율적입니다. 회의 시작 전에 1단계인 정보 공유를 마쳤으면 회의는 빠르게 2단계인 토론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충분한 정보 공유 없이 모였으니 회의가 지루하고 답답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를 들어 독서 토론 모임을 제대로 하려면 책을 읽고 참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고 모임에 온 사람이 많으면 토론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죠.
정보 파악이 안 되면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습니다. 나오는 의견도 논의 전개에 도움이 안 됩니다. 오가는 얘기의 상당수가 정보 취득을 위한 것입니다. 회의가 끝날 때쯤 정보 공유가 일정하게 이뤄져 토론이 조금씩 활기를 띠지만 시간이 부족합니다. 2단계인 토론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3단계인 의사 결정도 졸속으로 끝날 때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보안 문제 등 불가피한 사정이 없다면 회의에 필요한 정보는 양과 질 모두 충분하게 그리고 여유를 갖고 검토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시간 전에 제공돼야 합니다. 정보가 충분히 제공됐다고 해서 ?맛품?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의에서 토론이 이뤄지려면 참석자들이 자신의 판단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중요한 안건을 다루는 회의를 주관할 때 참석자들의 회의 준비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회의가 생산적이지 않은 셋째 이유는 참석자들의 태도 때문입니다. 수업이나 공연과 마찬가지로 회의 역시 참석자들의 참여가 없으면 생산적이기 어렵습니다. 회의는 참석자들이 공동으로 만드는 작품입니다. 참석자들이 기여하는 방법은 토론에 참여하는 겁니다. 따라서 발언하지 않으면 작품을 만드는 데 공헌한 게 없습니다. 이 때문에 맥킨지컨설팅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반드시 발언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는 발언하지 않으면 불참한 것으로 취급될 정도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중시합니다.
한국인과 일본인 등 동양인들은 서양인들과 달리 회의 때 가급적 말을 적게 하려고 합니다. 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유교 문화에 익숙한 동양인들은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말이 많으면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동양인들이 회의에서 발언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지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직원들이 회의는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굳이 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준비하지 않았으니 의견을 개진하기도 어렵습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소신
글로벌 기업의 직원들이 회의 때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의견 개진을 보는 시각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회의에서 발언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침묵합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에서의 발언은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소신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어쩌면 안건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이 발언의 더 중요한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 회의에서 논의를 진전시키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긴 발언이 아니라 소신이 뒷받침된 발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주관자가 회의 준비를 충분히 못한 것도 회의를 비생산적으로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주관자는 누구보다 철저하게 회의를 준비해야 합니다. 참석자들의 의견을 이끌어 내고 공감대를 만들어 내려면 안건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없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면 주관자가 준비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합니다. 참석자들의 욕구를 자극해 그들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가끔씩 참석자들에게 준비 없이 회의에 앉아 있다고 호통치는 상사를 봅니다. 아무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주관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주관자가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주관자는 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관해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식으로 토론을 이끌고 어떤 식으로 합의를 이뤄야 할지 복안이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회의가 지루하고 비생산이라고 느낀다면 회의 주관자는 먼저 자신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회의 참석자들이 발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발언이 무시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참석자들이 자기 얘기를 경청하지 않을 것 같고 회의 주관자가 자신의 발언을 존중하지 않을 것 같다면 침묵을 선택할 것입니다. 따라서 회의 주관자는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때로 참석자에게 질문을 던져 발언을 유도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주관자는 참석자들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해야 합니다.
기업에서 회의는 매우 중요한 업무 행위입니다. 조직 규모가 클수록 회의를 통해 업무가 진행되는 비중도 커집니다.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업무의 완성도가 높아지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임직원 모두가 회의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의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가 기업의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회의 역량은 기업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