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투자하라] “도전하라…20대엔 어떤 실수도 용납된다”

재능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탄생해, 자신을 믿고 주변과 협력하는 법을 배워라


칼리 피오리나 칼리피오리나엔터프라이즈 회장이 5월 30일 오후 3시 고려대 인촌기념관 강당에서 500여 명의 학생들과 만났다. 피오리나 회장은 이날 ‘위미노믹스(womenomics) 시대와 성공하는 리더의 조건’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피오리나 회장은 학생들에게 “리더가 되기를 선택하라. 당신은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20대의 가장 큰 자유는 실수해도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하며 “스스로에게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믿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라”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는 피오리나 회장의 리더십 강연 후 김태규 고려대 경영대 교수의 사회로 학생들이 함께하는 대담, 청중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칼리 피오리나 회장 강연
리더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 어렸을 때 나는 순종적인 아이였고 나 자신에 대해서는 용기와 상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내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졌다고 여겼다. 열네 살 때 부모님이 아프리카로 가게 되면서 비로소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당시 아버지는 가나의 로스쿨에서 강의를 맡으셨고 우리는 캠퍼스 안에서 살았다. 저녁이면 나는 뒷마당을 보며 숙제를 하곤 했는데, 매일 어떤 흑인 소년이 그 앞을 지나가곤 했다. 어느 날 그 소년이 용기를 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우정의 시작이었다. 그는 가난하고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매우 똑똑했고 전략적으로 사고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비록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할지라도 사람마다 각자 자기만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그와의 우정에서 깨달았다.

이후 스탠퍼드대에 진학해 중세 역사와 철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내가 졸업할 때 미국 경제에는 큰 불경기가 찾아왔고 어린데다 여자인 나를 채용하려는 기업은 없었다. 그래서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학교가 지독히도 싫었다. 결국 한 학기를 마친 후 이대로 계속 로스쿨에 다닌다면 ‘내가 신에게 받은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깨닫고 곧장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나는 비서가 됐다. 조그만 회사에서 매일 전화를 받으며 타자기를 쳤고 파일을 정리했다. 그 회사에서 나는 중요한 두 가지를 배웠다. 우선 조직의 맨 아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체험했다. 그곳에서 난 조직의 제일 말단 구성원조차 그 조직에 크고 멋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말단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 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모든 사람들에겐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큰 사무실을 가진 사람들이 리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직함이나 사무실은 필요 없었다. 리더십은 그저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더 나은 것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리더는 가능성을 보는 사람들이다. 또한 모든 리더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를 발휘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이들의 잠재력을 공통의 목표를 향해 발휘하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리더다.

계속해 비서 일을 하던 어느 날 상사가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했다. 내가 비즈니스계로 발을 디딘 첫 순간이었다. 그가 내 안의 가능성을 보았기에 나도 내 잠재력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는 사람들을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간다. 변화는 힘든 것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리더는 저항과 싸워야 한다. 가능성을 본다는 것은 곧 다른 사람들은 당신과 다른 관점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선택이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리더가 되려고 하기보다 다른 리더를 찾는다. 첫째 조언은 ‘당신의 재능을 찾으라’는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 헤매도 괜찮다. 당신은 완벽한 직장을 갖지 못하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다만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 지금 직장에서 잘해내고 있다면 그 일이 어떤 것이든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용기를 내라. 리더가 되는 길을 선택하라. 당신은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대 중국의 인용구로 강연을 맺으려고 한다.

“위대한 리더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그 모든 일을 했다고 믿게 만드는 사람이다.”



학생 패널 토론
리더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먼저 당신의 재능을 알아야 한다. 둘째,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고 배우고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목표와 비전을 설정하는지 배워야 한다. 모든 상황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리더에 따라 달라진다.”


최고경영자·정치인·자선사업가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왔다.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한다면.
“우리는 스테레오타입에 너무 신경을 쓴다. 젊은이·여자·히스패닉·흑인 등. 그러나 사실 그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자기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자 기회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발휘할 수 있게 할 때다. 나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도전이 좋았고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좋았고 매일 좋은 변화를 만드는 게 기뻤다. 이 때문에 굳이 내 정체성 중 한 가지를 정의하라면 그저 ‘리더’라고 말하고 싶다.”



타인에게 현명한 방법으로 일을 시킨다는 건 쉽지 않다. 어떻게 다른 사람을 믿고 일을 맡겼나.
“성공과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도 믿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망할 가능성도 있기에 분명 어려운 일이나. 최근 5년간 나는 개인적으로 무척 힘들면서도 멋진 시간을 보냈다. 암과 싸워야 했고 딸아이도 잃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멋진 사람들을 만났고 모르는 사람에게서 다정함도 발견했다.

신뢰를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변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다. 그들은 도전과 가능성에 흥분하는 사람들이고 당신이 믿는 사람이다. 전체의 20~25%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나머지 20% 정도는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가능성을 절대 보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싫어하기에 현재에만 머무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머지 50%의 사람들은 ‘회의주의자’다. 이들은 변화에 회의를 제기하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런데 변화를 위해서는 이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당신이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변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 이들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역할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가.
“오늘 이 강연을 통해 당신의 재능에 대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젊다는 것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무언가를 하고 또 이뤄야 한다는 압박 아래서는 어리다는 사실 자체가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당신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의 잠재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언제나 긍정적으로 임하기를 바란다.”



청중 질의응답
리더는 언제나 저항과 마주친다는 것에 공감한다. 감정을 상하지 않으면서 조직 내의 저항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저항한다. 내가 처음 매니저가 됐을 때 한 부하 직원이 ‘여성 상사와 같이 일하기 싫다’고 했다. 당시 내겐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첫째는 감정이 상한 상태로 그를 처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나는 그에게 일을 가르쳐 주고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존경받고 사랑받고 다른 이들을 가르쳐 주고 싶어 한다. 많은 경우 마음을 여는 것으로부터 저항을 이겨낼 수 있다.”


로스쿨 중퇴 얘기가 흥미롭다. 유교 문화에선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그럴 가치가 있는가.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러나 젊을 때는 어떤 것도 치명적이지 않다. 20대가 갖는 가장 큰 자유는 실수해도 된다는 것이다. 내가 로스쿨을 중퇴한 것은 매우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최고의 결정이었다. 젊은 나이에는 당신이 살고 싶은 삶을 찾을 기회가 있다. 명심하라. 20대는 어떤 실수도 만회할 수 있다.”


하정연 객원 기자 usini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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