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보다 낮은 세계 최하위권…배당 늘면 내수 도움·지수 상승
‘주가 3000 시대’를 여는 조건 중 하나로 기업의 배당금 증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배당수익률이 올라가면 주가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고, 이는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장률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주가와 배당금의 관계를 보면 <그림1>과 같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주당 배당금과 주가지수는 거의 동행했다. 여기에서 주당 배당금은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배당금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것이다. 2013년 코스피 시장의 전체 배당금은 13조5000억 원이었고 주당 평균 배당금은 384원이었다. 1987년과 2004년에 배당금이 한 단계씩 도약했고 주가도 이 무렵 한 계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상황을 보면 주당 배당금은 2008년 512원을 정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2013년 주당 배당금은 384원으로 2012년(429원)에 비해 10.4%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2009년 이후 추세적 상승보다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하고 있다.
배당금 1% 늘면 주가지수 1.09% 상승
주가지수와 배당금 사이의 상관계수는 0.81로 매우 높았다. 즉 주가가 오른 해에 배당금도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시차 관계를 구해 보면 1년 전의 주가지수와 당해 연도의 배당금 사이의 상관계수가 0.89로 가장 높다. 지난해 주가가 올랐으면 올해 기업들이 더 많은 배당금을 주었던 것이다. 이는 상식이다.
이러한 관계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인과관계 테스트를 해봤다. 이에 따르면 양방향 인과관계가 성립했다. 즉 주가가 올라 배당금이 늘었고 또 배당금이 증가해 주가가 오른 것이다. 한편 2000~2013년의 통계를 대상으로 회귀 분석해 보면 배당금이 1% 늘었을 때 주가지수는 1.09% 상승했다. 주당 배당금이 500원대로 오르면 주가지수 2800을 넘어 3000 시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기업들이 배당금을 더 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주주에게 너무 인색했다. 2013년 한국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은 1.1%(코스피, MSCI 기준)였다. 유럽 3.3%, 대만 3.0%에 비해 턱없이 낮을 뿐만 아니라 세계 평균인 2.5%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배당수익률이 낮은 것은 지난 한 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11년 동안 선진국과 신흥 시장의 배당수익률 추이를 보면 한국이 2004년을 제외하고는 추세적으로 낮았다. 2003~2013년 세계 평균이 2.7%였는데 한국은 1.6%에 지나지 않았다<그림2>.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왜 이처럼 낮을까.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을 주식의 당시 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이에 따라 배당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배당금이 적거나 주가 수준이 높다는 것 중 하나다. 한국은 주가수익률(PER)이 9배 안팎에서 변동한 것을 보면 결코 주가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배당금을 덜 줬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배당성향도 증거로 제시할 수 있다. 배당성향은 배당이 가능한 이익 중에서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얼마나 줬느냐 하는 비율이다. 2013년 거래소에 있는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22.6%였다. 2004년(18.5%)에서 2008년(27.1%)까지는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그 이후로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0년부터는 코스피200에 속하는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더 낮아져 우량 기업들이 배당을 덜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대표적 기업이 삼성전자인데,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2007년 15.8%에서 2012년 5.2%로 크게 낮아졌다(2013년에는 12.0%로 상승). 2013년 한 해만 보더라도 시가총액 상위 5위 안에 드는 기업 중 포스코를 제외하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매우 낮은 배당금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배당금을 덜 주고 있는 이유는 다음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 경제가 고성장하는 가운데 기업이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내부 유보가 필요했다. 둘째, 대주주가 배당금 형태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가져간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셋째, 조세제도의 비대칭성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지만 배당금을 받을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 넷째,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30%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기업이 배당금을 많이 주면 외국??배만 채워 준다는 인식도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배당 늘리면 외국인만 이득” 비판도
그러나 한국의 경제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낮은 배당금에 대한 이유가 이제는 타당성을 잃어 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졌고 기업의 투자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2013년 말 현재 한국 기업들은 504조 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돈들이 은행에 잠자고 있기에는 그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기업이 투자해 고용을 창출하든지 아니면 가계로 소득이 재분배돼야 한다.
1997년과 2008년 경제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국민총소득(GNI) 중 기업 몫은 증가했지만 개인 몫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예를 들면 1990~1997년에 GNI 중 72%(연평균)를 개인이 가져갔지만 2008년부터는 연평균 63%로 줄었다. 반면 기업 몫은 같은 기간 15%에서 23%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자가 되고 가계는 가난해진 것이다.
배당 투자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지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만큼 저금리 시대는 장기적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배당 투자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채권수익률과 배당수익률 간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면 1995년 국고채(3년) 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의 차이는 12.3% 포인트였지만 2000년에는 5.9% 포인트로 낮아졌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2013년에는 그 차이가 1.7% 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기업이 배당금을 늘리면 외국인만 배부르게 해 준다는 생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13년 799억 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올해 이후에도 그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상수지 흑자가 난 만큼 금융 계정을 통해 그 돈들이 해외로 다시 나간다. 일부는 해외 주식에 투자될 것이다. 한국도 배당금이 높은 나라에 투자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배당금이 늘어 주가가 오르면 소비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다. 단순화해 직접적인 소비 증가 효과를 추산해 보자. 2013년 배당금은 13조5200억 원이었다. 이 중 4조 원 정도가 외국인에게, 나머지 9조5000억 원이 대주주를 포함한 국내 투자자에게 지급됐을 것이다. 배당세를 제외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약 8조 원 늘어난 셈이다. 한국의 평균 소비성향 73%를 고려하면 6조 원 정도는 소비되고 그렇게 되면 소비가 0.8%, 경제성장률이 0.4% 정도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부가 늘어 ?捻珠稚竪?증가할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경제 전체적으로 소비 심리도 개선된다.
이처럼 배당금 증가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 스스로 배당금을 크게 늘릴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2013년에 이미 상장 주식을 7.1%(시가총액 기준)나 가지고 있다. 이 비중은 계속 높아져 2018년에는 9%에서 13%까지 커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부분의 우량 기업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국민연금의 역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