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teen job&joy 1618] “청소년기 고생, 미래 생각한다면 할 만해요”

평사원에서 CEO 오른 장주옥 동서발전 사장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는 아주 자연스러웠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 신문 배달, 고등학교 때 공장직원 생활에 불만이 없었어요. 하고 싶은 걸 해야 했으니까요.”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어릴 적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스스로 동네 주변의 중학교를 찾아 간신히 입학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했다. 가계에 도움을 줘야 했고, 자신이 일을 하지 않으면 수업료를 낼 수도 없었다.


모나미볼펜 공장직원으로 입사한 후 회사의 배려로 야간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모나미볼펜을 나와서는 9급(당시 5급) 공무원, LG그룹 계열사 등 두 곳의 직장을 다녔다. 회사를 다니다 군대를 제대한 후 27살에 대학(건국대 법학과)을 갔다. 그리고 동기들보다 평균 3~4년 늦은 만 30세에 한국전력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30년이 지난 현재, 그는 한국전력에서 분사한 전력 공기업인 동서발전 사장을 맡고 있다. 장 사장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고선 먼저 사내대학을 만들었다. 자신이 고교와 대학 시절 기업에서 공부하기 위해 배려했던 것을 기억했고, 그것이 기업에도 득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618’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는 장 사장을 만났다.

사장님의 청소년기는 어땠나요.
아버님이 일을 하셨지만 6남매를 키워야 했고 가정형편이 어려웠죠. *****맏이인 제가 일을 해야 해서 중학교 때 신문배달, 고등학교 때 공장직원 생활을 했어요. 고등학교 땐 직장을 다니며 야간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수업 첫 시간엔 항상 지각을 했어요. 그래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커서 학교나 직장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이 시절 고생은 좀 했지만 청소년기가 가장 좋았어요. 당시 저는 고생이라는 생각보다는 일을 해서 월급을 받을 수 있었고, 가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게다가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꿈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무엇이 돼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많잖아요. CEO가 되는 게 꿈은 아니었어요. CEO가 되는 것이 인생의 좋은 경험이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지만, 저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CEO가 꿈이라면 앞으로 꿈은 없는 거잖아요. 저는 ‘꿈은 계속 자라야 된다’고 생각해요. 과거도 현재에도 제 꿈은 세상과 직장에서 밝은 면을 보면서 더 나은 것을 지향하는 것이죠.

동서발전에 올해 사내대학 첫 입학생이 들어왔는데, 기대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저는 공부하는 사람이 회사일도 잘한다는 신념이 있어요. 그리고 사내대학을 만든 것은 졸업장보다는 고졸 직원들이 좋은 직장에 들어와놓고도 단지 학벌 때문에 열정이 시드는 것이 안타까웠던 이유도 있어요.
제가 어린 시절 그러했듯 젊은 직원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애사심이 생기고 생산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요. 입학한 직원들을 만나보면 표정이 다른 걸 느껴요. 공부함으로 행복해하는 ‘행복 바이러스’가 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요. 그래서 동서발전 협력기업도 이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CEO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요.
입사 동기들이 회사에서 나를 가장 잘 안다고 볼 수 있는데, 2011년에 전무가 됐을 때 동기들이 제일 좋아했어요. 돌아보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 가장 주효했던 것 같아요. 조직에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것이 큰 작용을 했어요. 발전을 위해서는 ‘성실’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성실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못 보는 부분도 발견하게 되죠. 주변의 좋은 사람도 성실이 바탕이 돼 있을 때 따라옵니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대학 1학년 때********* 사법고시 준비를 했는데 떨어졌어요. 대학 3학년 때 결혼해서 당장 직장이 필요한 시기였거든요. 최선은 안됐지만 차선을 생각하자는 마음을 먹었고, 차선에 들어와서 최선을 지향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최선이 되려면 남들과 다르게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사법고시에 합격한 법조계 선배들 중에서 오히려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사회적인 지위보다 회사를 통해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평소 소통을 강조하시는데.
직장생활에서 저를 돌아보니 가장 중요한 하나가 소통이었어요. 동료들하고 지내면서 대화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엄격한 상사들하고도 목표나 조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특히 동료 간의 소통을 잘하라고 강조하는데, 소통을 하며 배려하고 남의 처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조직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자신도 외부와 소통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도 있습니다.

2010년 동서발전은 고졸사원을 30% 채용했는데, 이후 채용 변화가 있었나요.
동서발전은 2010년 국내 최초로 마이스터고에 대한 채용할당제를 자발적으로 도입한 이후 매년 채용인원의 30% 수준으로 고졸사원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습니다. 이후 산업계 및 금융계에서 잇따른 고졸사원 채용의 바람을 일으켰어요.


동서발전 고졸인턴 채용 특징은 채용 후 부서배치·업무수행·승진자격에 있어 대졸과 학력 차별이 없다는 거죠. 오히려 같은 출생년도 대졸 입사자와 비교할 때, 실무경력 4년을 확보해 더 유리합니다. 올해 동서발전은 전체 채용인원의 38%인 36명의 고졸 인턴사원(정규직 전환형)을 5월에 뽑았습니다. 이들은 일정기간 근무하고 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규직으로 전환됩니다. 작년에는 조직문화와 맞지 않는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청소년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요. 인생을 돌아보니, 자기가 꿈꾼 것만큼 꿈이 자랐다는 걸 느껴요. 더 이상으로 크기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꿈은 클수록 좋습니다. 어느 회사 어느 조직을 가더라도 열정과 도전의식이 있으면 자신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어요 공기업 입사를 준비한다면 사적인 이익보다는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생각을 갖고, 그런 사람이 돼야 해요. 면접 시에도 그런 것을 많이 볼 겁니다.


한국동서발전은
당진화력, 울산화력, 호남화력, 동해화력, 일산열병합 등 발전소 운영을 통해 대한민국 전력생산의 10.7%를 담당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이다. 국내외적으로 최우량 기업으로 인정받는 동서발전은 2001년 한국전력으로부터 분사한 뒤, 세계 최초 발전운전 정비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한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으로 북미 전력원가협회로부터 당진화력이 4년 연속 최장기간 무고장 발전기, 울산복합화력이 최고 성능 복합화력발전소로 선정되는 등 발전소 운영과 관리능력의 우수성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최초로 원자력 1개 호기에 해당하는 고효율 초초임계압 발전소인 1000MW급 9, 10호기를 건설 중에 있으며, 완공되면 당진화력본부는 총 설비용량 6000MW로,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 발전단지로 발돋움한다.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
2012년 11월 한국동서발전 대표로 취임한 장주옥 대표(60)는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한국전력에서 입사한 후 한전 호주 현지법인에서 자원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동서발전에서 연료팀장 및 기획처장, 한국전력에서 해외사업본부 해외자원개발처장 및 해외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MBA·2000년)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법학석사(2006년) 학위를 취득했다.



동서발전의 사내대학
동서발전은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통한 우수인재 육성을 위해 자사 울산화력과 당진화력 인근 울산대와 신성대에 사내대학을 개설하고 올해 3월 첫 학기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내대학 1기 입학생 40여명은 ‘전기에너지공학’을 전공으로, 향후 발전소 운전과 정비에 대한 학술 및 실무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사내대학은 ▶학위취득 인프라를 통한 학위 취득 ▶주2회 온·오프라인 병행수업 ▶사업소 간 인사이동 시 사내대학 간 원활한 학점 교류 등 진학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학명 기자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