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한화 김동관 실장 ‘주전 투수’로 나서나

태양광 사업 흑자 전환…경영 승계 관심 속 마당발 행보


지난해 1040억 원대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이 올해 1분기에는 흑자 전환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2일 신병 치료 차 미국으로 떠났던 김승연 회장이 한 달여 만에 갑자기 귀국했고 최근까지 한화그룹의 주요 인사이동이 진행되는 등 활발한 움직임과 함께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에게 또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급작스러운 입원 사태로 경영 승계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김동관 실장에 대한 관심 역시 자연스럽게 경영 승계라는 키워드에 맞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쨍하고 해 뜬(?) 태양광 사업
한화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은 사실 관련 업계는 물론 재계 내에서도 무모한 도전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한화의 태양광 사업 역시 큰 손실을 안은 채 중도 포기라는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은 보란 듯이 태양광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당시 막 군 복무를 마친 26세의 장남 김동관 실장을 한화케미칼이 솔라펀파워를 인수할 때부터 태양광 사업에 참여시키면서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주변의 우려와 달리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와 재계 주변에서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 실장이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미래 한화그룹을 이끌 경영자로서의 면모와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고 김 회장 역시 그런 생각에서 김 실장에게 태양광 사업에 대한 사실상의 전권을 부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주변의 관측과 달리 김 실장의 행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전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예측된 태양광 사업에서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던 가운데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김 실장의 면모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후 김 실장의 행보는 그야말로 국내외를 불문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결국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태양광 사업의 흑자 전환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김 실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집중됐고 재계는 물론 증권가와 기업 정보 관련 종사자들의 김 실장에 대한 분석과 확인 작업이 활발히 이뤄졌다. 성장 배경과 그의 학벌·취미 등은 물론 그가 회사 내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얼마 안 돼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마저 제기됐다.

올해 31세인 김 실장의 이력은 여느 재벌가의 자제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대부분이 그룹 경영을 위한 경영 관련 학력을 보유하거나 비즈니스 스쿨 등을 나온 것과 달리 김 실장은 정치학을 전공했고 학부 출신이라는 점에서만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기업 정보 분야의 한 종사자는 김 실장의 조금은 부족한 듯한 이력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 정치학의 흐름은 정치경제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므로 정치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경제학과 관련된 공부까지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비즈니스 스쿨을 나올 필요는 없었으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 또는 한 나라가 어떤 경제 부문에 초점을 두고 나라 살림과 미래의 성장을 논의하는지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정치학적으로 외교만큼 비중이 큰 통상 등에 대해서도 관련 지식을 함께 쌓으면서 어디의 어떤 사람과 무슨 단체나 기업과 협의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스위스 다보스 포럼 이후 김 실장의 행보는 마치 경제 외교를 방불케 했다. 2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PV엑스포에 참가했고 지난 4월 초에는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국제 석유화학 산업 콘퍼런스 행사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그리고 참가 자리에서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과 활발히 접촉하면서 태양광 사업은 물론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각종 에너지 사업 분야에 대한 정보와 이슈를 교환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주요 국가의 정책 동향과 기업들의 동향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태양광발전 설비를 기증함으로써 한화큐셀에 대한 인지 효과는 물론 정치경제학에서의 공공 선택 이론에 따른 포지티브한 이점을 충분히 가져오는 ‘신의 한 수’를 김 실장이 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화의 체질 변화 과정에서 능력 재평가
한편 김 실장에 대한 관심의 한 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경영 승계에 대한 부분이다. 더욱이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한 수직 계열화가 완성되고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김 실장의 역량 집중이 관측되면서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에 대한 관측이 분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화 측은 아직 경영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직은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다뤄야 할 사안들이 많고 김 실장 역시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반대로 지금까지는 한화 측의 경영 승계에 대한 반론 제기가 이건희 회장의 입원 사태를 계기로 일정 부분 설득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 문제에서 만성 폐질환으로 호흡 곤란과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김 회장이 이번 이건희 회장의 입원 사태를 계기로 경영 승계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는 아직 이르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한화 역시 삼성과 같은 시스템 경영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있다. 김 회장은 아마도 시스템이 갖춰져 그 어떤 변수에도 그룹이 흔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 승계라는 카드를 꺼내 들 것이고 또 하나는 장남인 김 실장이 아직 미혼이라는 점이다. 재벌에게 혼사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중요한 사안이다. 누군가와 혼맥을 잇는가에 따라 그룹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화의 경영 승계 시기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김 실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그가 과연 미래 한화그룹을 이끌 차세대 리더인지에 대한 평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사업의 흑자 전환이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부정적 평가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 가도를 달릴지 여부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의 체질 변화에 김 실장이 얼마만큼의 역할과 능력을 발휘할지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연 회장 차남 동원 씨 한화L&C 입사
본격적인 경영 수업…‘右동관, 左동원’ 시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실장에 이어 차남인 김동원 씨가 최근 한화L&C에 입사한 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소속 디지털팀에서 한화그룹의 온라인 사업 및 정책을 총괄하는 매니저 자격으로 파견 근무를 하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1985년생인 김동원 씨는 미국 명문 세인트폴고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으며 공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그동안 소규모 공연 기획사나 마케팅 관련 회사에서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동원 씨는 형인 김동관 실장과 달리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들로 언론 보도에 오르내린 적이 있어 이번 입사와 관련해 재계의 관측은 사뭇 다르다. 일각에서는 동원 씨의 이번 입사가 ‘우(右)동관, 좌(左)동원’을 통한 ‘오너십 부재’의 한화그룹을 이끄는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신호탄으로 보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김 실장에게 과도하게 쏠린 주위의 시선을 분산하는 차원에서의 입사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씨의 이번 입사를 계기로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S&C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동원 씨가 맡은 업무가 온라인 사업 및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의 일이라는 것과 별개로 한화S&C의 지분 구조가 형인 김 실장이 50%를, 차남인 동원 씨와 삼남인 국가대표 승마 선수 김동선 씨가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S&C는 한화그룹의 주력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한화큐셀코리아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에너지 및 휴먼파워와 한컴 등의 지분을 100%와 69.87% 보유하고 있어 김승연 회장의 경영 승계 시 큰 역할을 할 계열사로 평가되고 있다.


조범진 객원기자 cbj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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