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분식 조사 받는 두 그룹사가 다른 이유

STX, 무리한 M&A가 원인…효성, ‘외환 위기’ 후 구조조정에서 발생

최근 효성과 STX가 이른바 ‘분식회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같이 조사를 받고 있지만 두 회사가 처한 상황은 약간 다르다. 재계 관계자들은 효성의 경우 그 원인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족의 고육지책’으로 본다. 반면 STX는 무리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벌어진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왜 그럴까.

STX는 2조3000억 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부실을 감춘 뒤 STX중공업·STX에너지 등 11개 계열사를 동원해 기업어음(CP)을 매입하거나 유상증자·연대보증 등을 지시해 계열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액을 부풀리고 매출원가를 적게 잡는 수법을 동원해 재무제표를 꾸몄다. 이를 근거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9000억 원을 대출받고 회사채 1조75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검찰이 밝힌 은행과 계열사의 실제 피해액만 각각 5514억 원, 9772억 원에 이른다.

반면 효성의 분식회계 혐의는 조금 다르다. 이를 이해하려면 1998년 외환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7대 종합상사를 보유했던 삼성·현대·LG·SK·대우·쌍용·효성 등 7개 회사는 부실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이후 외환위기 당시를 다룬 ‘위기를 쏘다’라는 자서전에서 “9월에 열린 강연회에서는 부채비율 200%를 못 맞추는 기업은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결국 대우·쌍용은 부실을 해결하지 못해 공중분해됐다.

반면 효성은 부실이 쌓인 효성물산과 우량 계열사 3곳(효성T&C·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을 합병한 후 경영 합리화를 꾀했다. 특히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효성바스프 등의 알짜 회사를 팔아 효성물산의 구조조정을 해냈다. 또 이 과정에서 효성은 그 후 자체적으로 발생한 부실을 공적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10년간 갚아 나가며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오히려 스판덱스·타이어코드·ATM기·시트벨트 등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종합 무역상사였던 효성물산이 1998년 외환위기 때 막대한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를 분식 처리했다는 혐의로 조사받는 것을 두고 재계에선 “효성이 십자가를 메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효성 측은 “‘부실을 알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룹 전체의 여신을 회수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단순한 계정 과목 변경을 통해 기계장치 구입 등의 명목으로 비용을 발생시켜 이익을 줄여 신고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이후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부실을 갚아 나갔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세무조사 때 4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당했지만 이마저도 완납함으로써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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