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명강의 지상 중계] 공익과 수익 함께 잡은 ‘프로덕트 레드’

성균관대 SKK GSB 구민정 교수의 ‘소셜 마케팅’

Davos, Switzerland, January 24th, 2008 - Bono (C), co-founder of (RED), Bill Gates (L), founder and Chairman of Microsoft and Michael Dell (R) founder and Chairman of Dell, together at the World Economic Forum announce that Dell and Microsoft are joining (RED) to help fight AIDS in Africa, with the introduction of a series of Dell (PRODUCT) RED personal computers powered by Windows Vista Ultimate (PRODUCT) RED. Microsoft handout/Remy Steinegger

기업들의 사회적 활동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이를 일컫는 용어들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시민의식,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 가치 창출(CSV) 등이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이야기하는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정치적·사회적 요구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사회적 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비영리단체나 기업들은 체계적인 관리와 마케팅을 통해 점차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셜 마케팅 수업은 기업 이익 측면에서는 물론 공익적으로도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기업에서 출발한 사회적 메시지가 주요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소비자 행동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U2 보노, 아프리카 질병 퇴치 위해 아이디어
프로덕트 레드는 사회문제를 기업의 이익 창출과 브랜드 관리에 연동한 기발한 사례다. 아일랜드 록밴드 U2의 보노와 바비 시라이버는 2007년 프로덕트 레드를 설립했다. 둘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만든 더글로벌펀드(The Global Fund)를 지원하고 싶어 했다. 더글로벌펀드는 아프리카에서 에이즈와 말라리아 같은 유행성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인 기금을 마련하는 기구로, 2002년 설립 이후 5년 동안 모금액이 50억 원 정도에 그칠 정도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보노와 시라이버는 더글로벌펀드를 도울 방법으로 직접적으로 돈을 기부하는 방식이 아닌 프로덕트 레드를 생각해 냈다. 프로덕트 레드를 간단히 설명하면, 기업들의 제품을 ‘레드 브랜드’로 내놓는 방식이다. 레드 브랜드는 (iPod)RED와 같이 괄호의 형태로, 해당 제품명과 프로덕트 레드를 의미하는 ‘RED’를 함께 표기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탄생한 통합 브랜드다. 브랜드 표기를 바꾸는 방식은 다양한 분야의 제품에 쉽게 적용될 수 있는 데다 프로덕트 레드와 참여 기업 모두의 의도를 잘 반영할 수 있어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이 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프로덕트 레드와 제휴한 회사들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갭·컨버스·조르지오아르마니·애플·모토로라·마이크로소프트·델처럼 세계 유명 기업들이었다.

또한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프로덕트 레드의 이름을 걸고 함께 광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영국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모토로라의 (MotorSLVR)RED폰을 손에 쥐고 갭의 (GAP)RED티셔츠를 착용한 광고 등이다.

프로덕트 레드는 CSV의 일례다. CSV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가 고안한 개념으로, 기업의 사회 공헌을 통해 기업과 사회의 가치를 함께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덕트 레드는 사회적 이슈, 제휴 회사, 소비자뿐만 아니라 프로덕트 레드 자체도 이익을 거둔 성공적인 통합형 브랜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프로덕트 레드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레드 로고를 자사의 제품에 사용하길 희망하는 기업은 프로덕트 레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수년 단위로 맺고 이에 대한 기금을 제공한다. 이때 같은 범주 내에서는 하나의 라이선스만 부여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라이선스를 가진 회사는 레드 로고가 담긴 제품을 생산하고 기존 마케팅 비용을 사용해 제품을 광고한다. 레드 로고 제품들은 브랜드 내 기존 제품들과 동일한 가격에 유통되고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구매한다. 프로덕트 레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생한 이익금을 아프리카의 질병 치료를 위해 더글로벌펀드에 제공한다.

프로덕트 레드는 조직적인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확산력을 갖춘 소셜 마케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통적인 자선단체와 다른 방식으로 운영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 영리기업처럼 제휴를 담당하는 브랜드 관리팀을 가지고 있고 레드 브랜드를 하나의 상품처럼 판매한다.


CSV 성공 사례…설립 1년 만에 1100억 원 모금
일단 제휴 관계가 성립하면 프로덕트 레드는 기업에 제품 디자인, 광고 심지어는 수익률 책정과 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포괄적인 자유를 부여한다. 애플은 (iPod)RED광고를 기획부터 제작까지 직접 담당하고 미국 금융·여행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프로덕트 레드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직접 결정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익금에 따라 추가 기부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듯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기업과 더글로벌펀드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걸맞은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프로덕트 레드 브랜드는 기존 제품들을 활용하는 방식이므로 기업은 기존의 마케팅 비용을 이용해 홍보를 할 수 있다. 어차피 쓸 비용에 사회 공헌 효과가 더해짐으로써 비용 절감은 물론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라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는 어떨까. 프로덕트 레드의 제품들은 기존의 구매 활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자선 활동에 동참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사고 싶었던 제품을 프로덕트 레드를 통해 구매하고 구매 비용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기부로 연결되는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프로덕트 레드는 단지 디자인 연계를 통한 방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연계가 가능한 유연성을 가진다. 일례로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인디펜던트는 아프리카 문제를 알리기 위해 2006년 5월 16일자를 레드 이슈 에디션으로 꾸몄고 레드 에디션을 통해 추가로 생긴 이익의 절반을 더글로벌펀드에 제공했다. 이 신문의 독자들은 이를 통해 프로덕트 레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을 뿐만 아니라 지불 금액 일부가 더글로벌펀드에 쓰임으로써 간접적으로 사회 기부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들에도 불구하고 프로덕트 레드는 비판을 받곤 한다. 일부 사람들은 기금 모금을 위해서라면 직접적으로 돈을 기부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일부는 레드를 ‘소비를 조장하는 세계적인 악마’라고 칭한다. 하지만 프로덕트 레드는 파트너와 비영리 기관 모두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윈-윈 전략 모델을 추구하며 이러한 모델을 갖췄을 때 충분한 규모와 확장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프로덕트 레드는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선 프로덕트 레드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며 활동할 대학생 홍보대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멤버십을 통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월별 5달러의 사용료를 내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새로운 음악과 더글로벌펀드의 활동 소식 등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은 기부 활동에 좀 더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여러 측면에서 프로덕트 레드는 분명히 성공적인 CSV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글로벌펀드가 5년간 50억 원의 모금액을 거둔 것에 비해 프로덕트 레드는 설립 후 1년 만에 1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기금을 모집했다. 브랜드 자산 측면에서도 프로덕트 레드 브랜드는 물론 제휴 회사의 브랜드 가치 또한 동시에 높아졌다. 프로덕트 레드의 모델이 기업에 주는 자율적 권한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이를 통해 기업은 프로덕트 레드를 더 신뢰할 수 있는 사회 공헌 파트너로 여길 수 있었다. 프로덕트 레드는 그만의 특유한 확장 모델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구민정 교수는…
1978년생. 연세대에서 심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 시카고대 비즈니스스쿨에서 마케팅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성균관대 SKK GSB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국제사회인지학회(ISCON)가 수여하는 최우수 논문상을 한국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수상한 바 있다.


용어 설명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뜻으로, 기업이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폭넓은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CSV(Creating Shared Value)는…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행위를 말한다.


정리 마영정·요하네스 난츠 성균관대 SKK GSB MBA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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