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 전에는 수많은 전조 따라…재난 교육은 낭비 아닌 투자
원하지 않는 상황이 갑자기 발생하면 우리는 당황하면서 허둥댄다. 만약 여러분이 끌고 가는 소가 갑자기도랑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하자.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도랑에 빠진 소를 끌어내야 한다. 그런다음 소가 왜 도랑에 빠지게 됐는지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가 그 도랑에 다시 빠지는 일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즉, 소가 도랑에 빠지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일단 소를 구해 낸 다음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래야 실수가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사고를 한 번 당하고서도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지난번 사고는 운이 나빠 일회성으로 일어난 사고일 뿐 앞으로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도랑에 빠진 이유를 찾아내려면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것이다. 또 조사하더라도 재발 방지를 하려면 도랑을 좀고쳐야 하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도랑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차일피일 미루다가 소가도랑에 다시 빠져 골절을 입는 등 크게 다치거나 죽는큰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재난 피해 줄이는 7가지 방법
큰 사고가 나기 전에는 경미한 사고들이 여러 번 발생하고 더 전에는 사고가 발생할 징후들이 훨씬 많이 나타난다. 1920년대 미국에서 여행자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던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사고 통계 자료를 분석하다가 중상, 경상, 부상 없는 사고의 비율이 1 대 29 대 300 이라는 사실을 발표했는데, 우리는 이것을‘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중상이나 사망 같은 큰 사고가 나타나기 전에예방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다가 결국 큰 사고를 당한다. 우리는 안전을 필요 없는 것, 단지 낭비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투자로 봐야 한다. 보험 성격도 띠고 있는 안전에 대한 투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적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사람들은 안전에 보다 신경을 쓰게 된다. 특히 사람의 가치를 더 인정해야 안전관념이 더욱 강화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만 추구할 수는 없다. 바다에 나가면 배가 침몰할 우려가 있다고 해서 안전을 위해 배를항구에 묶어둘 수만은 없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일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전과 효율간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불가피한 재난을 당하더라도 재난 발생 확률을 줄이는 게 매우 효과적이다. 이때 재난 대피 훈련 교육을 제대로 받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한 여러 방법을 알아보자.
진짜처럼 대피 훈련하기
한국의 민방위 훈련은 정말 형식적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시하기 위한 훈련이고 참가자도 대충 한다. 비상벨이 울리는 시간도 미리 예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백화점에서는 비상벨이 아무 때나 예고 없이 울린다. 직원과 고객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즉시 대피해야 한다. 훈련이 끝나고 나면 물건을 사려던 사람이 마음이 바뀌어 그냥 집에 돌아갈 수도 있다. 백화점으로서는 매출에 큰 영향을 받는일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안전을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불시에 비상벨이 울리게 하고 실전 같은 대피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재난 안전 체험관에서 체험하기
각종 재난이 발생하면서 산불·눈피해·풍수해·지진·지하철·테러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법을 숙지하는 재난 안전 체험관이 한국에 계속 늘어나고있다. 대구, 강원도 태백, 서울 신대방동·광나루 등에있다. 소화기 체험,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 구조 방법도익힐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소화기 사용법, 소화전 사용법, 심폐 소생술을 익히자며 이를 묶어‘소소심’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태백에 있는‘365 세이프타운’에는 최근 세월호 사고 발생 후 학교 교직원, 기업체,사회단체, 가족 동반 방문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구명조끼를 입고 배에서 탈출하는 체험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앞으로 한국 곳곳에 재난 안전 체험관을 보다 많이 늘릴 필요가 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여행자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사고 통계 자료를 분석하다가 중상, 경상, 부상 없는 사고의 비율이 1 대 29 대 300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하인리히 법칙’이다.
재난 영화, 다큐를 보며 안전 전문가와 토의하기
안전 교육을 받을 때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책자도 좋지만 특히 재난 관련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이용하면 훨씬 실감 있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좋다. 1912년 뉴펀들랜드 섬에서 떨어진 대서양 해안에서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타이타닉 호를 다룬 레오나르
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타이타닉’도 있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BBC 등에서 만든 심도 있는 타이타닉 다큐멘터리도 많다. 이런 시청각 자료를 수강생이 단순히 시청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영화를 본 다음 해당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듣고 서로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교육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윤리 교육 강화하기
예전에 비해 한국인들은 윤리의식이 많이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얇아지면서 생존과 이익을 위해돈을 더욱 중시하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에 안전을 경시하는 것도 효율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정규직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떨어져 직업윤리 의식도 크게 줄어들었다. 직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생존을 위한 직업(job), 자아실현을 위한 직업(occupation), 하늘로부터 주어진 소명으로서의 직업(vocation)이 있다. 우리가 단지 생존을 위한 직업에 그치지 않아야 책임감 있는 직업윤리가
형성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직업윤리 의식은 다 중요하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조직과 고객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더욱 크다.
서로 열심히 토론하기
세월호에 탑승한 학생들은 선내 안내 방송을 하염없이기다리다가 죽었다. 승무원과 선생님을 너무 믿었고 어른의 권위에 별로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중·고등학교의 현장을 보면 일반적으로 질의응답이나 토론식 수업이 별로 없다. 학생들은 정말 질문해야 할 때에도 선생님에게 질문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거나 돌출 행동을 하면 손해를 본다는 소극적인 문화가 교육 현장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터지면 수수방관하거나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 주겠지 혹은 대세를 따르자는 등의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와 비상시를 구분하는 교육, 현장에서의 판단 능력을 길러주는 훈련,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교육 등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특수 상황에서 생존하기
도시에 살면서 역경을 겪을 기회가 줄어들면서 특수한 상황에 적응해 살아남는 생존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개그맨 김병만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처럼 새로운 상황을 개척해 살아남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해지고 있다.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SAS의 생존 기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위기가 닥쳐 서바이벌 하는 방법을 개인 혹은 단체 교육을 통해 배울 필요가 있다.
재난이 발생한 곳에서 자원봉사하기
자신이 직접 재난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재난을 당한 곳에 가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접 체험이기는 하지만 이재민을 도우면서 자신의 공감 능력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일을 도왔고 자체적으로‘자원봉사자 J(진도)-수칙’을 만들어 이를 잘 지켰다.
영국 소녀 틸리는 가족과 함께 태국 푸껫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열한 살이던 틸리는 2004년 12월 26일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다가 바닷물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은 바로 2주전 학교 지리 시간에 봤던 쓰나미 동영상 그대로였다.
틸리는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크게 소리 질렀다. 그 소리를 들은 틸리의 부모가 호텔 직원들에게 전하고 해변에 있는 사람들을 빨리 대피시키라고 말했다. 그 덕분에 그곳은 푸껫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유일한 해변으로 기록됐다. 이는 재난 교육이 미래의 위험을 방지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선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 준 사례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모건스탠리는 26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세계무역센터 타워2 건물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테러로 목숨을 잃은 모건스탠리 직원은 놀랍게도 단 10명이었다. 1985년부터 모건스탠리의 보안 책임자였던 릭 레스콜라의 철저한 훈련덕분이었다. 1993년 알 카에다가 처음으로 세계무역센터에 폭탄 테러를 가한 뒤 그는 앞으로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또 될 것이므로 대피 훈련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았다. 그는 예고 없이 비상벨을 울려 최대한 비상 상황과 근접하게 훈련을 실시했고 직원들은 복도에서 합류해 두 사람씩 짝을 지어 계단으로 내려가도록 했다. 또한 함께 이동할 팀을 지정해 주고 각 팀의 리더를 선정한 다음 리더들은 별도의 훈련을 추가적으로 받도록 했다. 심지어 모건스탠리를 방문하는 외부인들도 기본적인 안전 브리핑을 받아야 했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6분, 첫째 비행기가 타워1로 돌진했을 때 레스콜라는 타워2에 있던 모건스탠리 직원들에게 당장 대피하라고 명령한다. 모건스탠리의 직원들은 모두 평소 숙지한 대피 통로와 비상시의 매뉴얼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17분 후 둘째 비행기가 타워2를 들이받았지만 2687명의 모건스탠리 직원은 살아남았다. 이날 주식 중개 강좌를 듣기 위해 모건스탠리를 방문한 250명의 방문객들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더 살리려고 했던 레스콜라를 포함한 4명의 안전 요원은 끝내 빌딩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처럼 평소에 배운 재난 지식과 훈련은 위기 때 사람의 생존을 좌지우지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습관을 조심해라. 운명이된다”라고말한바있다.“ 우연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운명을 만든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은‘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습관적으로 사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말 모두 습관의 치명적인 중요성을 일러준다. 실전 같은 재난 안전 교육이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