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맥] 줄 잇는 대형 M&A 주식시장 강세 예고하나

기업 인수 늘 때마다 S&P500 상승…경기 낙관론 반영

주요 기업들의 잇단 인수·합병(M&A) 발표에 힘입어 미국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미국 대형 식품 업체인 힐샤이어 브랜즈는 피나클푸드를 66억 달러에 인수했고 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는 영국 제약 업체 아스트라제네카를 1060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M&A 발표 직후 피나클푸드의 주가는 전일 대비 13% 넘게 급등했다.

이렇게 M&A 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생산비 감소와 저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감소로 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 금액은 사상 최고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이러한 현금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빠르게 모색하기 위해 기업 간 M&A를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M&A가 진행되면 기업 가치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미국 S&P500 지수는 과거 M&A 시장 개선 국면에서 강세 흐름을 보였다. 2003년 이후 미국에서 전 분기 대비 M&A 증가가 2분기 이상 지속된 시기는 5차례로 총 13분기에 해당하는데, 단 2분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S&P500 지수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M&A 거래 증가는 곧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켜 위험 자산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본·한국서도 M&A 늘어날 듯
향후 미국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M&A 거래 증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내구재 주문은 연초 혹한과 한파에 따른 경제활동 둔화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3월 들어 개선을 보이면서 3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2.6% 증가해 2월 2.1%와 예상치 2.0%를 모두 웃돌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1년간의 경제 및 경영에 대한 전망 지표인 최고경영자(CEO) 경제신뢰지수 역시 지난 2월을 기점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M&A 시장 회복이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주류 업체인 산토리홀딩스는 미국 대형 위스키 업체인 빔을 16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매출 규모 15위에 불과했던 산토리홀딩스는 세계 3위 주류 업체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니혼게이자신문이 148개 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6.6%가 기업 M&A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도 경쟁력 제고를 위한 M&A가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첫째, 국내 기업 역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현금 확보에 주력하면서 현금 보유 비중이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국내 기업 경쟁력 제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이제는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어서다. 셋째,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해외 기업 인수 부담이 감소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 환경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A 시장 활성화가 주식시장에 새로운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중·장기 시각에서 주식시장 조정 국면 진행 시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아람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