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미국] 칼 빼든 법무부에 ‘벌벌 떠는’ 월가

“대마불기소 없다”…25년 만에 유럽계 대형 은행 형사 기소 방침

<YONHAP PHOTO-0020> Customers use an ATM machine at the Credit Suisse Group AG company headquarters in Zurich, Switzerland, on Saturday, Feb. 5, 2011. Credit Suisse Group AG, Switzerland's second-biggest bank, is marketing notes linked to a basket of South East Asian stock indexes to investors in Germany. Photographer: Adrian Moser/Bloomberg/2011-02-08 00:31:32/ <????沅??? ?? 1980-2011 ???고?⑸?댁?? 臾대? ??? ?щ같? 湲?吏?.>

미국 사법 당국이 유럽계 은행에 대해 서슬 퍼런 칼을 빼들었다. 미국 법을 어긴 은행에 대해 형사처분하겠다고 벼르자 해당 은행들이 벌벌 떨고 있다. 대형 금융회사나 은행이 미국에서 형사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으면 연·기금 등 법인 고객들이 거래를 중단함으로써 사실상 영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깃은 프랑스계 BNP파리바와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다. BNP파리바는 미 정부가 제재하고 있는 이란·수단과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만여 명의 미국 부유층들에게 비밀 계좌를 개설해 줘 세금 회피를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유죄 확정 땐 영업 기반 붕괴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이달 초 이들 은행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대마불기소(too big to jail)’는 없다. 아무리 크든,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내든 법 위에 군림하는 개인이나 회사는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대형 은행이나 최고경영자(CEO)가 형사처분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법을 위반했더라도 대부분이 기소 전에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이나 과징금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은행 경영진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법무부는 정치권으로부터 은행에 대한 처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대마불기소는 없다”는 홀더 장관의 강경 발언은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크레디트스위스와 BNP파리바가 우려하고 있는 점은 법무부의 형사 기소다. 은행이 형사 기소를 당해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으면 중앙은행(Fed)은 미국에서의 면허 취소 등 각종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Fed가 금융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면허를 취소하지 않더라도 치명상을 입는다. 연·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은 내부 규정에 범법 은행과의 거래 금지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 고객이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해당 은행들은 ‘벌금을 많이 낼 테니 처벌 수위를 낮춰 달라’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에 들어갔다. 장-로랑 보나페 BNP파리바 CEO는 미 금융 당국 및 사법 당국자들과 연쇄 접촉을 벌이고 있다. 유죄를 인정하고 35억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는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BNP파리바가 낼 벌금은 지난해 순이익의 절반에 이른다. 크레디트스위스도 1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2년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미국의 제재 위반 국가와의 거래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도중 12억 달러의 벌금을 내고 문제를 해결했다.

미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25년 만에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첫 형사 기소 사례가 될 전망이다. 1989년 채권 전문 증권사인 드렉셀번햄램버트는 내부자 부당 거래로 형사처분을 받은 후 파산했다. 2001년 엔론 사태 때 회계 부정을 방조한 혐의가 드러난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영업정지를 당해 결국 파산했다. 그 후 법무부는 금융회사 등에 대한 형사처분을 꺼려 왔다. 기업 파산으로 수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경제 파장이 컸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전 세계 금융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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