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신흥 시장 개척할 청년 인재 키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EEP 프로젝트’…논문 공모·온라인 미션 투 트랙 지원


“우크라이나에 가서 현지 기업을 방문하고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전공을 살려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협력에 기여하는 지역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학과 재학생인 최지민(24) 씨는 지난해 KEEP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꿈에 한 발 다가서게 됐다.

KEEP(KIEP Emerging Economies Pathfinder) 프로젝트는 신흥 경제권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을 높이고 해당 지역에 대한 연구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신흥 지역 전문가 양성 프로젝트다. 2005년부터 세계 지역 전문가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KIEP가 최근 정부의 청년 취업 창업 활성화 및 해외 진출 지원 정책 방향에 따라 대상을 대학생과 구직자를 포함한 청년층으로 변경하면서 지난해 첫선을 보였다. 청년층의 현지 진출 역량을 배가해 신흥 국가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청년 일자리 확보에 기여한다는 취지이지만 KIEP의 특성상 연구에 중점을 둔 일종의 ‘청년 싱크탱크’ 성격이 강하다.

최 씨는 같은 과 동기 3명과 함께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정보기술(IT) 산업 협력’을 연구 주제로 삼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우수 팀으로 선정돼 1주일간 우크라이나 탐방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최 씨는 “학생이지만 국내 정부 출연 연구원의 학생 연구원 신분으로 나가니 모두들 진지하게 구체적인 얘기를 들려줬다”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현지 조사 경험과 필드에서 뛰는 전문가들의 생생한 조언을 바탕으로 무역 전문가의 꿈을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 씨 이외 두 명의 팀원은 어학 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고 현재 우크라?犬た?교환학생으로 나가 있다.


직장인들도 참가할 수 있어
‘젊음, 신흥 지역으로 나아가라’는 야심찬 첫째 프로젝트가 지난해 말 종료됐고 올해 ‘신흥 지역으로 나아갈 젊은 열정을 기다립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둘째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

프로젝트는 크게 논문 공모전과 온라인 미션 두 트랙으로 구성된다. 세부 사업별로 대상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연구와 교육 활동을 실시하고 우수 참여자에게는 상패와 현지 조사 기회를 제공한다. 논문 공모전의 공식 명칭은 ‘제7회 대학원생 세계 지역 우수 논문 공모전’으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다. 연구에 뜻이 있는 대학원생들을 위한 과정으로, KIEP가 지속적으로 해 온 논문 공모전이 KEEP 프로젝트에 포함된 형태다. 또 하나의 트랙은 온라인 미션이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며 참가자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설정해 미?퓽?수행하는 과정이다.

KEEP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김도연 KIEP 연구협력팀 연구원은 “온라인 미션은 팀 제한을 두지 않아 어느 누구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7개 팀을 선발했는데 올해는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온라인 미션의 판을 키웠다. 대학생·대학원생·구직자를 포함한 청년층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 7월 23일 프로젝트 종료 시까지 2~3인 팀 단위로 참여하면 된다.



KEEP 프로젝트의 두드러진 특징은 두 트랙 모두 신흥 지역에 초점을 맞춘 연구라는 점이다. 이는 지역 연구에 강한 KIEP특징이 반영된 것이다. 최준영 연구협력팀장은 “신흥 지역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 선도 연구 기관으로서 청년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최근 기업들의 신흥 지역 진출이 활발하고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신흥 지역 전문가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참가자 중에서는 프로젝트 종료 이후 연구 지역 관련 컨설팅 업체에 ?題慕?취업한 사례도 있다.

의미 있는 연구들도 쏟아졌다. 지난해에는 선정 지역과 주제가 매우 다양했다. 카자흐스탄 미용 시장 진출 전략 연구, 미얀마 물류 사업 조사 연구, 한국의 산후 조리 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기 위한 조사, 한국 화장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시장 진출, 한국 섬유산업의 에티오피아 진출 방안,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정보기술(IT) 산업 협력, 인도 의류 소비의 신트렌드 연구, 연해주 지역 농업에 진출한 한국 기업 성공 실패 사례 연구를 통한 상생 농업 비즈니스 전략 수립, 베트남에 진출하는 물류 기업을 돕기 위한 물류 시설의 최적 입지 선정 등 기존 연구원들도 깜짝 놀랄 만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정책 연구 바탕 되는 기초 연구 수행
정동연 연구협력팀 연구원은 “인도에 나렌드라 모디라는 정치인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그의 영향력을 파헤쳐 보는 연구도 있었고 네팔 등 한국에 잘 소개되지 않은 국가의 이슈들을 알기 쉽게 풀어 쓰는 과제들도 있었다. 연구원으로서도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기초 연구로서의 의의도 있다. 국내에서 수행된 지역 연구가 미주·유럽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신흥 지역의 기초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해당 지역 전문 연구원들이 관심 가질 만한 연구들을 KEEP 프로젝트에서 다룸으로써 정책 연구와 연계되는 측면이 있다. 김도연 연구원은 “신흥 지역 어디라도 연구가 만만치 않다. 언어도 처음부터 번역해야 하고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주제를 선정해 현지 현황 등 기초 연구를 한다는 점이 기존 연구원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기초 연구가 쌓여 정책 연구가 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연 연구원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정부 정책과의 연관성 없이 다양한 관심 분야를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은 KEEP 프로젝트의 차별점이다.

참가자들은 신흥 지역 정보 전달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결과물들은 KEEP 프로젝트와 KIEP에서 운영하는 웹 사이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KEEP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되는 신흥 지역 관련 정보 자료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콘텐츠로 재생산함으로써 신흥 지역 정보 자료의 확산을 강화하고 신흥 지역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KEEP 프로젝트 공식 카페를 개설해 관련 정보를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도 투입된다. 지난해에는 멘토가 일대일 밀착 멘토링을 지원했다. 각 연구 주제와 연구 대상 및 지역 기준으로 KIEP의 연구진이 전문가를 추천했고 해당 지역의 연구 경력과 산업 경험이 있는 멘토진이 구성됐다. 올해에는 전국 대학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흥 지역에 대한 정보와 현지 진출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찾아가는 세미나’를 5월 말부터 시작한다. 지역 연구 전문가 혹은 현지 진출 창업가 등을 연사로 초청하고 이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운영하되 참가자들이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지도·지원함으로써 모두가 좋은 결과물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KEEP 프로젝트의 차별점이자 혜택이다.

최준영 연구협력팀장은 “지금도 신흥 지역 관련 유일한 공모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 KEEP 프로젝트가 참가자들의 연구 역량 강화나 취업에 빛을 비춰 주는 등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EEP 프로젝트 관련 정보는 카페(http://cafe.naver.com/keepproject)와 블로그(http://blog.naver.com/kiepinfo) 등에서 얻을 수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