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점포왕들] “1년 새 점포 3개…입지 좋으면 충분히 승산”

서울·분당 카페베네 3개 매장 운영 김희정 대표


“커피숍 같은 레드오션 사업은 경쟁 업체가 적은 B급 상권을 노려야 한다.”

지난 5월 7일 카페베네 분당 신기사거리점에서 만난 김희정(51) 대표는 서울 잠실(배명사거리점), 서울 신당동(신당점), 경기도 정자동(분당 신기사거리점)에서 카페베네 가맹점 3개를 운영한다. 김 대표는 다점포 운영 성공의 핵심은 입지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카페베네 가맹점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0년. 17년간 은행원 생활을 했던 김 대표는 퇴직 후 몇 년을 가정주부로 지내다 모아 둔 3억 원을 투자해 집 근처인 잠실 배명사거리에 첫째 매장을 냈다. 3개월 후 신당점, 또다시 6개월 후 분당 신기사거리점을 열었다. 입지만 잘 선정한다면 다점포 운영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속도를 냈고 부족한 자금은 지인의 투자를 받았다. 커피 외에 식음료·레저 부문까지 사업을 확장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셋째 매장 오픈 후 ‘헬로FBL’이란 법인까지 설립했다.


신규 오픈 위해 200군데 발품 팔아
김 대표가 운영하는 3개 매장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역세권에 유동 인구가 많아 누구나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탐을 내는 A급 상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매장을 열 때마다 오히려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하지만 손님이 많이 올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B급 상권을 찾는 데 주력했다. B급 상권은 자본금 3억~4억 원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창업할 때 오피스 상가나 유흥가·역세권 등 누구나 잘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지역에 막연하게 들어갔다가는 과당경쟁으로 실패하거나 장사가 잘되더라도 지나치게 비싼 보증금과 임차료 때문에 수익 악화로 문을 닫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유동 인구를 첫째 조건으로 두지 않고 경쟁 업체가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 젊은층 외에 학생이나 중년 여성층도 추가로 흡수할 수 있는 상권을 찾는 데 주력했다.

신당점은 의류 업체 밀집 지역인 동대문 근처여서 디자이너 작업실과 피팅 모델 스튜디오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주변 건물들이 하나같이 노후해 커피숍이 들어설 곳만 예쁘게 리모델링한다면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해 옥상 정원까지 만드는 등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무엇보다 근처에 대형 빌딩이 없어 다른 커피 전문점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니 손님을 빼앗길 우려가 적었다.

분당 신기사거리점은 대형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고 계원예고 등 학군 밀집 지역이어서 동네 주민이나 여성 학부형 손님이 꾸준할 것으로 기대했고 김 대표의 예상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신당점은 40여 군데, 분당 신기사거리점은 200군데 입지를 돌아보고 선택했다. 발품을 팔다 보니 장사가 잘될 만한 곳과 아닌 곳에 대한 판단이 서게 됐다. 다점포는 매장 간의 이동 거리도 적절해야 한다.”

김 대표는 다점포 운영의 노하우를 묻자 “나 혼자 다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너무 많은 수익을 기대하는 대신 조력자들과 수익을 나눈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인건비를 아끼겠다고 사장이 주방에 들어가고 청소를 하고 직원 관리를 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려고 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3개 매장을 밀착 관리할 전문 매니저를 고용했다. 바리스타 경력 10년 차의 베테랑을 뽑았고 이 매니저가 각 지점을 돌아다니며 점장들과 소통하도록 했다.

“사장이 직접 매장에 나와 일일이 잔소리를 하면 직원들이 싫어한다. 매니저에게 시어머니 역할을 맡겼고 나는 자애로운 엄마가 되어 한 발 물러서 있다(웃음).”



점장과 매니저 등 관리 직종엔 인력 채용과 직원 교육 등 직책에 상응하는 고유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17년 직장 생활에서 터득한 조직 관리의 룰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 승진제로 직원 퇴사율 줄여
커피 업계는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아 1년 이상 근무하는 바리스타가 드물다. 이 때문에 고민하던 김 대표는 내부 승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신당점은 매장의 바리스타가 부점장이 됐고 신당점의 또 다른 바리스타는 분당 신기사거리점 점장을 거쳐 현재 통합 관리 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같은 승진을 통해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자 했다. 또한 합리적인 임금 테이블을 활용하거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식으로 인력 관리를 체계화했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한 윤리 의식, 자부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고 늘 강조하고 직원들을 항상 존중해 준다.”

매장이 늘어나면서 세금은 전문 세무사에게 맡겼다. 이는 현재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의 조언 덕분이다.

“남편은 세금을 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고 자금 관리를 투명하게 해야 사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 부문은 온전히 맡겨야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여러 개의 점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자 주변에선 컨설팅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비슷한 상권 내에서 카페베네나 타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그에게 고민 상담을 한다. 김 대표는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성심껏 조언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매장에 날씨와 어울리는 꽃을 두면 분위기가 바뀐다. 또한 직원들의 목소리가 조금만 높아져도 손님들은 큰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출 하락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며 디테일의 중요성을 일러줬다.

그렇다면 예비 창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사장을 하면 그저 편해 보이고 매장도 깨끗하고 멋지니 남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레드오션인 커피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며 “내가 하면 레드오션이라도 잘될 것이란 착각도 금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자본을 초과해 가게를 차리면 안 된다. 자신이 충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본금을 사용해야 하고 혹시 사업이 잘 안 되더라도 재기가 가능한 여유 자금은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많다면 반드시 마진율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러 업체들로 비교 대상을 열어두고 마진율이 15% 이상이 되는 곳을 선택하라고 했다. 또한 약관에 매장 리모델링 강제 조항 등이 없는 곳과 계약해야 장기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셋째 매장인 분당 신기사거리점은 여름 성수기 때 월매출 7000만 원 정도를 기록한다. 김 대표는 여유 자금으로 끊임없이 투자해 몇 개의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서울보다 광교·동탄·판교 등 경기도권에 관심을 갖고 입지를 알아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조리 명문 대학인 존슨앤드웨일스에서 요리와 경영학을 공부 중인 딸이 학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훗날 모녀가 함께 새로운 사업을 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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