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삼성·신세계, 삼성동 특급 호텔에 눈독

개발 호재 많은 인터컨티넨탈 매물로…인수전 참여 놓고 물밑 저울질


GS건설이 유동성 위기 자구안으로 파르나스호텔을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GS건설이 보유한 파르나스호텔 지분 67.56%의 시장 예상 가격은 6000억 원에서 7000억 원 수준, GS건설의 희망 매각가격은 1조 원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삼성·롯데·현대자동차·미래에셋생명 등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매각 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호텔신라를 운영 중인 삼성그룹과 웨스틴조선호텔을 운영 중인 신세계그룹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과 신세계는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함으로써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점치고 있을까. 삼성과 신세계의 파르나스호텔 인수 의도에 대한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제2의 삼성타운 가능한 노른자위 땅
먼저 파르나스호텔이 대기업에 인기 매물로 떠오른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파르나스호텔의 주력 사업장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있는 곳이 ‘삼성동’이라는 지리적 특성이다. 최근 서울시가 삼성동 일대 종합 발전 계획을 내놓으며 삼성동이 ‘서울의 최고 노른자위 땅’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에 인근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종합 발전 계획은 삼성동과 잠실 일대를 업무·상업·문화·관광 기능을 겸비한 복합도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개발이 진행되면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 있는 파르나스호텔 역시 개발의 직접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종합 발전 계획이 한국전력 본사가 이전하는 오는 11월 이후 본격화될 예정인데, 이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이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삼성동 일대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것은 삼성동에 강남역 삼성타운 못지않은 새로운 타운을 조성하는 사전 포석이 아니겠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둘째는 호텔이 있는 코엑스의 가치다. 호텔·면세점·백화점·식당·카지노 등 먹고 자고 즐길거리가 모두 모여 있는 이곳을 체계적으로 연결해 ‘마이스(MICE)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장기적 사업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호텔 수요를 늘리고자 하는 기존 호텔 소유 대기업들의 니즈도 덤으로 작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들은 단순한 호텔 인수가 아닌 장기적 경영전략을 기반으로 한 접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삼성동에 또 다른 삼성타운의 탄생을 꿈꿀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1년 삼성생명을 통해 한전 옆 옛 한국감정원 본사를 2436억 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한국전력 부지가 확보돼 이 일대를 삼성타운으로 개발하고 맞은편에 있는 파르나스호텔을 손에 넣게 된다면 삼성그룹은 삼성동을 잠실의 롯데타운에 버금가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3년 5월 변준연 한국전력 부사장 역시 “삼성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에 관심이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그룹이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하고 호텔신라가 위탁 경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금력이 부족한 호텔신라가 직접 나서 파르나스호텔 인수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인수한 이후 호텔신라가 위탁 경영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호텔신라가 추구하는 호텔 사업 확장 모델이 위탁 경영 시스템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A호텔 총지배인에 따르면 “몇 년 전 현대그룹의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인수를 시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부진 사장은 호텔 확보에 관심이 큰 사람”이라며 “파르나스호텔이 있는 삼성동은 강남의 노른자위 땅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이부진 사장이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할 여부가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덧붙여 호텔신라와 파르나스호텔이 맺었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언급했다. 1997년 호텔신라와 파르나스호텔은 국내 호텔 업계 최초로 전략적 제휴를 맺고 ‘더블초이스 카드’라는 멤버십 카드를 만들었다. 양사가 ‘윈-윈’ 효과를 누리기 위해 출시한 것으로, 양사가 보유한 호텔에서 동시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관계는 서울 신라호텔이 2012년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제휴 관계를 정리,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 협업을 하며 지내 왔던 사이인 만큼 또다시 인연이 맺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파르나스호텔 인수 참여와 관련해 호텔신라와 삼성그룹 측은 “결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국내 유통 강자인 신세계그룹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유통 채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 입장에서 호텔만 인수하는 것은 메리트가 없다”며 “추후 호텔·면세점·백화점·식당 등을 연결해 마이스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전략 실행이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인 ‘센트럴관광개발’을 통해 JW메리어트호텔을 운영하고 있어 특급호텔 인수 참여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강남의 주요 상권에 있는 호텔을 인수하는 것은 신세계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비즈니스호텔 치중해 참여하지 않을 수도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인수 후에 각 사와의 시너지 효과는 어떨지 점검해 봐야 한다”며 “현재 제기되는 분석대로라면 규모에서 우위를 보이는 삼성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으로 모아 지고 있다.

반면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와 신세계 계열 웨스틴조선호텔이 파르나스호텔 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두 기업 모두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더구나 “특급 호텔 사업의 낮은 수익성과 높은 고정비용으로 운영에 무리가 있는 이 분야에 수천 억 원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분석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1월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 동탄’을 처음 선보인데 이어 2017년까지 전국 20여 곳의 신라스테이를 운영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신세계의 웨스틴조선호텔 역시 비즈니스호텔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350실 규모의 첫 비즈니스호텔을 개관할 계획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특급 호텔 매물은 포화 상태다. GS그룹의 파르나스호텔 외에도 AIG그룹의 콘래드 서울, 현대그룹의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삼부토건의 르네상스호텔 등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특급 호텔에 투입 비용 대비 기대보다 수익성이 낮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기업들의 우선 처분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파르나스호텔이 타 호텔들과 같이 ‘떠돌이 신세’가 될지, ‘흥행 매물’로 꼽힐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 GS건설과 매각 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은 6월 8일 파르나스호텔 인수의향서(LOI)를 마감할 계획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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