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CEO 코칭] 한국 기업의 아킬레스건은 투명성

공금유용 등 버려지는 돈 엄청나…CEO부터 바뀌어야


Q 우리 회사는 크고 작은 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합니다. 횡령과 관련된 직원을 엄하게 징계하고 있지만 횡령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직원들이 회사 공금을 너무도 쉽게 씁니다. 비용을 실제보다 많이 청구해 차액을 사적으로 쓰기도 하고 회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해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것에 임직원들이 관대하다는 점입니다. 임원 회의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일 텐데 우리만 너무 까다롭게 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입니다. 임원들에게 철저하게 관리하라고 요구하면 “부하 직원들을 다 어떻게 관리하라는 것이냐”라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요. 혹시 제가 너무 원리원칙적인 것일까요.

A 한국 기업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겁니다. 그중 하나가 투명성 부족입니다. 투명성과 생산성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투명성의 뒷받침 없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없습니다.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은 성장 동력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투명성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기술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투명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가 한국 기업에 옮겨 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기업은 투명성과 관련된 규정이나 업무 체계가 글로벌 기업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고 말합니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부 감사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고 그나마 있는 것조차 작동하지 않는 게 많다는 겁니다.

이렇게 투명성이 약하면 첫째로 낭비가 심해집니다. 귀하도 느끼는 것처럼 횡령이나 공금유용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회사 입장에서 보면 버려지는 것입니다. 투명성이 결여된 회사는 겉으로 나타난 것만 따져도 해마다 적지 않은 회사 자산이 빠져나갑니다. 밝혀지지 않고 새나가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유출되는 자산 규모는 훨씬 커질 겁니다.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해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사라지니 생산성이 낮은 것은 당연합니다.

이 재원이 내부에 쌓이면 회사의 재무구조가 얼마나 탄탄해지겠습니까. 이를 연구·개발(R&D)이나 설비에 투자하면 경쟁력이 훨씬 개선될 것입니다. 또 직원들의 연봉이나 복리후생에 투자되면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입니다. 임원들의 법인카드가 영업 활동 등 직무에 온전히 쓰인다면 업무 비용이 부족하다는 말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투명성 부족은 불공정한 보상으로 이어져
둘째로 투명성이 결여되면 회사 자원의 배분이 왜곡됩니다. 투명성이 부족한 기업은 내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공유되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어디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합니다. 잘못된 대책이 세워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전에 투명성에 문제가 있던 어떤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기계사업본부는 실적이 계속 부진해 회사의 골칫거리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본부 구매팀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구매 담당 직원들이 납품 회사와 결탁해 비합리적 구매를 일삼았습니다. 성능이 뛰어난 최신 설비를 싸게 들여올 수 있는 데도 비싼 돈을 주고 구형 설비를 사들였습니다. 또 뒷돈을 받고 값싼 불량 원료를 납품받는 바람에 제품 성능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과 인척 관계인 본부장은 실적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 설비 부족을 꼽았습니다. 설비가 부족해 제품을 제때 시장에 내놓지 못하면서 경쟁 회사에 밀리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 다음 회사의 승인을 받아 설비를 발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부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셋째로 투명성이 부족하면 고객을 잃게 됩니다. 기업에서 고객은 항상 최고의 존재입니다. 기업은 고객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를 잃고 맙니다. 이에 따라 어떤 기업이든 회사가 어려워져도 마지막까지 고객과의 끈만큼은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조직 문화가 제대로 된 기업의 임직원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고객을 대합니다.

그러나 투명성이 부족한 직원들은 고객의 중요성을 간과합니다. 문제가 터지면 당장의 자리만 모면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쉽게 거짓말을 늘어놓습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합니다. 이런 기업을 믿고 제품을 사고 물품을 납품하는 고객은 없을 겁니다. 진정성이 부족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직에 투명성이 부족하면 직원들은 업무 의욕을 잃게 됩니다. 열심히 일해도 구조적으로 조직의 성과가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업무에 욕심을 낼 직원은 많지 않습니다. 조직 전체의 성과가 부진하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고 성과를 거둬도 그에 맞는 보상이 뒤따르기 어렵습니다.

설령 성과가 조금 나더라도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투명성이 부족한 조직은 대개 공정성도 약합니다. 노력이나 성과가 아니라 연줄과 뒷거래가 보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투명성이 떨어지는 조직에서 제도와 규정이 지켜지고 공평과 공정이 살아 숨쉬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윤리 의식이 부족한 조직의 직원들이 적당히 일하고 보신주의에 빠져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투명성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불투명의 바이러스’를 근원적으로 없애야 합니다. 불투명의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매우 강합니다. 그래서 한 번 조직 안에 부정의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조직원 모두를 감염시킵니다. 조직은 순식간에 마비됩니다. 따라서 이런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조직을 치료하려면 철저하고도 광범위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먼저 제도를 정비해 가능한 한 회사의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조치 사항도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 조치 사항대로 이행돼야 합니다. 여기서 사장과 임원들의 언행이 중요해집니다. 직원들은 상사를 보고 배웁니다. 이에 따라 조직의 최고책임자(CEO)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CEO를 포함한 임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회사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면 CEO의 업무 처리 태도, 조직 운영 방법 등 모든 것이 투명성에 위배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CEO가 바뀌지 않으면 임원이 바뀌지 않고 중간 간부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
특히 직원들이 체감하는 것은 거창한 제도 변경이나 시스템의 변화가 아닙니다. CEO를 비롯한 보스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입니다. 출장비를 정산하고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물품을 구매하고 경조사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보스의 철학을 읽고 윤리 의식을 느낍니다. 보스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으면 부하 직원들은 보스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투명성이나 윤리 의식과 관련해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연봉이나 업무 비용입니다. 연봉 수준이 지나치게 낮고 활동비가 비현실적으로 적으면 직원들은 흔들립니다. 옛말에 ‘음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고 했습니다. 횡령 사고가 많은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연봉이나 업무 비용의 절대 수준이 낮습니다.

이에 따라 만약 귀하 회사의 연봉이나 업무 비용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면 기업의 체력이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연봉과 업무 비용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다가 자칫 더 많은 비용을 쓰는 잘못을 피해야 합니다. 한꺼번에 현실화하기 어렵다면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올리십시오. 이렇게 하면서 직원들의 윤리 의식 강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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