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2016년 격랑의 한반도 금융 시나리오

중국, 미국 국채 내다 팔자 외환시장 출렁…위안화 국제화 현실로

다음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미래에 대한 개연성이 있는 필자의 시나리오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단단히 고쳐 놓아야 할 것이다.


<YONHAP PHOTO-0948> (FILES) This file picture taken on September 24, 2013 shows Chinese 100 yuan (RMB) bank notes being counted at a bank in Huaibei, in eastern China's Anhui province. China will widen the yuan's daily trading band to two percent from the current one percent, the central bank announced on March 15, 2014, underscoring efforts to loosen Beijing's grip on its tightly-controlled currency. CHINA OUT AFP PHOTO../2014-03-15 21:49:54/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 베이징, 2016년 7월 1일 오전 10시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1410으로 1년 전보다 50% 정도 하락했다. 2016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5%를 겨우 지켰다. 중국 국가 주석은 긴급 논의를 위해 각료들을 소집한다.

주석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습니다. 그림자 금융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부실기업과 은행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잠재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은 살려내야 합니다. 그러자면 엄청난 공적 자금 투입이 필요합니다. 이 자금을 정부가 상당 부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만 해외 투자 자금을 일부 회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리 외화 보유액이 5조 달러가 넘었는데, 너무 많지 않은가요.”

외교부장 “우리 외화보유액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미국 국채를 파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국채를 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우리 다음으로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같이 팔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 달러 가치와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1조5000억 달러의 미 국채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외교 문제도 심각해집니다.”

국무원 총리 “미 달러와 국채 가격 하락에 대비해 우리는 그동안 금을 꾸준히 매입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 중국이 세계 최대의 금 보유국이 됐습니다.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 금값이 상승하기 때문에 국채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것입니다.”

인민은행 총재 “미국 달러가 교환 수단으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가치 저장 수단은 되지 못합니다. 1913년에 1달러의 가치가 지금은 5센트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우리가 미 국채를 팔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 팔 것입니다. 우리의 교역 규모는 미국을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제 추구하고 있는 것은 위안화의 국제화와 함께 금융 강국입니다. 또한 우리 경제가 그동안 수출과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과잉투자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이제 소비 중심으로 성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우리 위안화 가치가 어느 정도 올라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금리자유화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2. 서울, 2016년 7월 1일 오전 11시
중국이 미국 국채 일부를 팔기로 했다는 소식이 로이터와 블룸버그를 통해 알려지면서 도쿄는 물론 홍콩·상하이·싱가포르 등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폭등했다. 2016년 상반기에 125엔까지 올라갔던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80엔으로 급락했다. 한국 코스피도 5% 이상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880원으로 하루 사이에 40원이 급락했다. 한국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긴급 경제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대통령 “글로벌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해졌습니다. 우리는 잠재성장률을 4%로 올리고 고용률 70%를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겠습니까.”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의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 정도입니다. 이미 중국의 위기로 수출이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목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외화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의 3% 정도로 흑자를 내기 때문에 1997년 같은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엔화 강세로 우리 수출 경쟁력이 개선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위안화 강세로 이제 중국이 소비 중심으로 다시 성장할 것입니다. 중국에 소비재를 수출할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또한 올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이 600만 명 정도 될 것입니다만 위안화 강세로 수년 내에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입니다. 중국 관광객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야겠습니다.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우리의 잠재 생산능력을 높이겠습니다.”

한국은행 총재 “외환시장에 구두 혹은 직접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도 이 기회에 중국을 재평가해야 합니다. 한국의 무역구조를 보면 2005년부터 10년 이상 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전체 흑자를 넘어섰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이고요. 지난해부터는 중국이 우리 상품을 수입해 가면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더 많이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위안화 거래소를 설립하지 못했습니다만 이제 설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외화보유액 운용도 다변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미 국채를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덜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금융 대국과 위안화 국제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을 충분히 개방할 것입니다. 특히 금리자유화에 따라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국채보다 중국 국채에서 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3. 워싱턴, 2016년 6월 30일 오후 10시
재무장관 “시급하게 보고 드려야 할 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사관 정보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이 우리 국채를 팔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뉴욕 주식시장에서도 선물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무장관 당신뿐만 아니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들도 중국이 자기 돈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중국이 그런 무모한 일을 저지르다니요. 도대체 믿어지지 않는군요.”

재무장관 “큰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시장을 억누르려고 했던 사람은 많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통령 “Fed 의장과 의논해 보셨습니까?”

재무장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경제가 회복됐고 실업률도 5%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미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올해 상반기에 금리를 인상했다고 합니다. 이번 사태로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수 없답니다. 이미 우리 경제가 잠재 성장 능력 수준으로 성장해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달러 가치 폭락으로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채 매도를 막기 위해서도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한답니다. 다시 우리 경제가 위기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외국인이 우리 국채를 팔면 다시 양적 완화를 통해 Fed가 국채를 살 수 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것입니다. 진퇴양난입니다.”

대통령 “중국이라는 나라가 우리를 왜소하게 만들고 있군요. 우리 세대에는 그런 나라가 없을 줄 알았는데….”



4. 빈 OPEC, 2016년 7월 1일 오전 10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대표자들도 긴급 회의를 가졌다. 그들은 미 달러화로 표시된 유가를 달러화·유로화·위안화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보도 자료에는 회원국들의 자산과 구매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그 같은 결정에 이르렀다고 쓰여 있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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