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호텔·식품까지 손 뻗은 채형석 부회장

제주항공 성공시킨 ‘다각화 귀재’…규모 키우며 ‘종합 그룹’ 변신 중

창립 60주년을 맞은 애경그룹은 40년에 걸친 승계 작업을 통한 안정된 책임 경영 구도로 각 계열사들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손대는 신사업마다 좋은 성과를 내며 애경그룹은 화학·생활·유통·항공 등을 아우르는 종합 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1966년 주방 세제 ‘트리오’를 출시하면서 치약·샴푸·세탁세제 등을 생산하는 생활용품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온 애경그룹은 1970년 창립자인 채몽인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부인인 장영신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고 현재 네 자녀에게 계열사의 주식 약 80%가 분배됐다. 이를 통해 형제·가족 경영을 통한 책임 경영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애경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총 2887억 원어치이며 이 가운데 79.9%에 해당하는 2357억 원어치를 2~3세가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장남인 채형석 애경 총괄 부회장이 오너 일가 전체 주식의 33.1%를 소유해 다른 형제들을 10% 포인트 이상 앞선다. 채 총괄 부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애경그룹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채널 사업부문이 신사업 주도
채 총괄 부회장은 두문불출형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공식적으로 외부에 모습을 보인 건 2008년 5월 그룹의 부동산 자산 개발 회사 설립 관련 기자 간담회 자리였다. 이후 약 6년간 공식적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채 총괄 부회장은 ‘사업 다각화의 귀재’로 불리며 조용히 애경그룹의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저가 항공 시장에 진출해 제주항공의 성공을 이끌었으며 호텔·식료품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애경그룹의 신사업 추진에선 채 총괄 부회장이 2011년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애경산업 내에 설립한 ‘신채널사업부문’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애경 측은 “신채널 사업부문은 신사업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의 유통 채널을 바꾸는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부서”라고 설명했다.

채 총괄 부회장의 성과를 가장 잘 반영하는 사업은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저비용 항공(LCC) 업계 1위를 고수하며 지난해 고성장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 기록에 성공해 4년 연속 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설립 초기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1년 138억 원의 영업이익을 시작으로 흑자로 돌아서며 지금까지 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323억 원, 영업이익은 152억 원으로 2012년 대비 각각 27%, 590% 늘어났다. 올해 중 2대를 더 들여와 총 17대의 비행기를 운항할 계획이며 국내선 증편과 오는 7월 3일 대구~제주 신규 취항, 중국 노선 운항 확대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편 애경의 주력 사업인 생활용품 사업을 살펴보면, 최근 애경은 경쟁사인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에 밀려 시장점유율 3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치약·칫솔·보디샴푸·비누·샴푸·린스·세탁세제·주방세제·섬유유연제 등을 포함하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애경은 시장점유율 16.1%를 차지해 아모레퍼시픽(16.6%)에 밀려 처음으로 업계 3위로 처졌다.

애경 생활용품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세지만 점유율이 줄어듦에 따라 유통 채널을 온라인으로 확장했다. 온라인쇼핑에 익숙한 고객의 구매 행태를 면밀히 분석해 그들의 구매 성향에 맞는 제품 구성 및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결과 온라인 매출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채널별 매출은 G마켓·11번가 등 오픈 마켓의 경우 2011년 67억 원에서 지난해 142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CJ몰·GS샵 등 종합 몰에서는 같은 기간 13억 원에서 58억 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소셜 커머스의 경우 2011년 1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5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채 총괄 부회장은 2007년 디자인 부서를 ‘디자인센터’로 독립시켜 디자인 혁신을 통해 지난해까지 매년 3%씩 매출이 줄어들던 생활용품 선물 세트의 매출을 끌어올렸다.

유통에서는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3’에 이어 AK플라자는 갤러리아와 접전을 벌이며 업계 4위 위치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갤러리아가 동백점을 이랜드리테일에 매각한 뒤 두 회사의 점포 수가 5개로 같아지면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업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AK플라자는 작년에 구로본점을 비롯해 수원점·분당점·평택점·원주점 등 5개 점포에서 매출 2조700억 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보다 8% 증가했다. AK플라자는 지난해 5월 수원점에 프리미엄 식품관 AK푸드홀이 개점한 이후 이 점포 매출이 16% 상승한 데다 원주점이 작년 4~11월 동안 매달 평균 17%씩 신장한 점이 주효했다. 빅3가 점유한 지역에서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강원도 유일의 백화점인 원주점, 인구밀도가 높은 수원점 등에서 선전하는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 결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 내년 상장 예정
채 총괄 부회장은 애경그룹의 제주항공, 와이즈파크 쇼핑몰, AK플라자 백화점 등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호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애경그룹 계열사 AM플러스자산개발은 지난 3월 부산 중구 창선동에 ‘호텔 아벤트리 부산’을 열었다. 아벤트리 부산은 복합 쇼핑몰 ‘와이즈파크’ 안에 입점하는 비즈니스 호텔로, 국내 호텔 운영 전문 법인 HTC가 운영을 맡았다. 그리고 올해 수원에 2호 호텔도 문을 연다. 수원 애경 역사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AK플라자 수원점 옆에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가칭)’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은 지하 3층~지상 9층 규모로, 이르면 올해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5월에는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350실 규모의 관광호텔을 착공한다.



애경그룹은 최근 식품 사업까지 손을 뻗쳤다. 지난 2월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헬스앤’을 선보이고 분말 형태의 요구르트와 다이어트 제품을 출시했다. 아직 제품은 2종에 불과하지만 물에 타 먹는 요구르트 제품은 출시 2개월 만에 17만 개나 판매되는 등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애경은 본격적으로 식품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애경은 신채널 사업 부문에 2013년 2월 총 9명으로 구성된 식품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애경 측은 “화장품 개발 등에서 천연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왔고 이런 역량을 식품 사업까지 확대했다”며 “홈쇼핑 등에서 반응이 좋아 장기적으로 식품 사업을 투자·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경그룹은 각 계열사들이 각 분야에서 성장세를 보이거나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대거 기업공개(IPO)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5년 상장할 예정이다.

애경산업도 2016년 상장할 계획이며 애경화학·AK켐텍도 역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각 계열사의 좋은 실적이 지속되고 신사업이 점점 성과를 보이면 내년부터 있을 상장에서 주식시장의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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