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 제3의 길은 없다

수직 증축 전면 허용에도 편견 걸림돌…안전성 논란은 기우에 불과


MB(이명박) 정부까지 금기시됐던 리모델링 수직 증축이 4월 25일을 기점으로 전면 허용되면서 리모델링이 주택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면 정부는 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것일까. 건물은 무한한 수명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같이 일정한 수명이 있는데, 이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다. 건축 구조학적 측면에서 보면 아파트 건립 방식의 주류를 이루는 철근콘크리트조의 수명은 최장 100년이다.


정상 하중 3배로 설계돼 튼튼
하지만 이것은 이론적인 수치이며 자재나 시공상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 현존 아파트의 수명은 40년 정도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재건축의 연한도 40년으로 정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40년이라는 것은 구조적인 면에서 본 수명이고 설비 측면에서 본 건물의 수명은 15~20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녹물이 나오고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이 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인체의 뼈에 해당하는 구조물의 수명은 길더라도 혈관이나 내장에 해당하는 설비의 수명은 짧다는 얘기다. 문제는 철근콘크리트조에서는 설비만 들어내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벽 속에 매설해 시공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설비의 수명인 20년에 맞춰 재건축을 허가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은 지 20년밖에 안 된 아파트를 헐어버리는 것이 자원 낭비라는 지적이 생기면서 그 대안인 리모델링이 떠오른 것이다. 다시 말하면 김대중 정부 이전에는 구조물의 수명보다 설비의 수명에 맞춰 재건축을 허가해 줬던 것에 비해 참여정부 이후에는 구조물의 수명이 다될 때만 재건축을 허용하고 설비의 수명이 다한 곳은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큰 차이가 있다. 재건축은 기존의 구조물을 모두 철거하고 새 건물을 세우기 때문에 건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다.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고 짓는 것이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구조물의 대부분을 그대로 활용하고 나머지 부분만 새로 짓기 때문에 기존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더구나 이번에 수직 증축까지 허용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물론 무한정 수직 증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존 건물이 15층 이상이면 3개 층, 14층 이하이면 2개 층을 수직 증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직 증축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안전을 무시하고 경제성만 고려해 무리하게 수직 증축을 하다가 제2의 삼풍백화점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러한 우려는 기우일까. 상식적으로 봐도 15층으로 설계된 건물에 3개 층을 더 증축하면 건물의 무게만도 20%가 늘어날 텐데 기둥이 과연 그 무게를 버텨낼 수 있을지 의심부터 들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버틸 수 있다. 어떤 건물을 지을 때는 과거 경험을 가지고 대충 짓지 않는다. 치밀한 구조 계산을 하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의 하중이다. 하중은 그 건물 자체의 무게와 그 안에서 살게 될 입주민의 체중 그리고 가구 등의 무게를 더해 계산해 낸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황에 맞게 계산된 하중에 딱 맞춰 건물을 지으면 어찌될까.

입주민 중에 우연히 수석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 입주하고 피아노 교습을 집에서 하는 사람이 피아노 수십 대를 가지고 이사 오고 당구 취미를 가진 사람이 당구대를 자신의 집에 설치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상가상으로 그해 눈까지 많이 와 옥상에 눈이 1m쯤 쌓였다고 하자. 이 아파트에 어떤 일이 발생할까. 건물의 하중이 갑자기 증가되는 이런 상황들은 아파트를 설계할 때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사항이니 그 아파트는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렇지는 않다. 이런 돌발 변수들을 감안해 충분한 여유 치를 뒀기 때문이다. 수십% 수준이 아니라 정상 하중의 3배라는 무지막지(?)한 여유 치를 두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것을 수직 증축에 적용한다고 하면 이론적으로 15층짜리 아파트를 30층짜리로 증축해도 건물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학계나 건설 업계에서는 예전부터 수직 증축의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규모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의 책임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수직 증축을 섣불리 허용했다가 나중에 책임질 일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전 정부들이 불허했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3개 층이라도 허용해 준 현 정부의 용기(?)는 대단한 것이다.


주거의 질 개선에 초점 맞춰야
그러면 정말 리모델링 수직 증축은 안전할까. 이론적으로는 3배의 안전 치를 뒀다고 하지만 바다 모래와 같은 부실한 자재를 사용했거나 얼마 전에 보도된 것과 같이 철근을 일부 사용하지 않은 부실시공이 있었다면 안전 치는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은 두 번의 안전 진단을 한다.

첫째는 과연 이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해도 될 만큼 안전한 아파트인지 검사한다. 여기서 탈락한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진행하면 된다. 현재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관한 법이 따로 돼 있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지만 향후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면 하나의 법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20년 정도 된 아파트를 안전 진단해 통과되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이고 탈락되면 재건축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재건축은 한 차례의 안전 진단만 하면 되지만 리모델링은 두 차례의 안전 진단을 해야 한다. 벽체 등을 철거할 때 (철거하지 않고 나중에 활용할) 구조물에 손상을 입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차 안전 진단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철거 과정에서 구조물에 손상이 생겼다면 2차 안전 진단에서 걸러지는 것이다. 이런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직 증축된 아파트도 일반 아파트와 같이 안전한 것이다.

서울 마포구 현석동에 가면 호수밤섬 예가 클래식이라는 아파트가 있다. 1989년에 지어진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2012년 12월 입주한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원래 10층짜리 아파트였는데 지금은 2개 층을 수직 증축해 12층이 됐다. 기존의 1층이 3층을 쓰고 기존의 10층이 12층을 쓰는 식으로 2개 층씩 높은 층으로 이사해 한강 조망권을 전 가구가 모두 확보하게 됐다. 수직 증축으로 지어져 입주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안전에 이상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처럼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수직 증축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걸린 안전성 문제에 99점이 있을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안전 진단을 철저히 해 논란을 불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은 재건축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안전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는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철골조로 지어진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어느 아파트든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재건축을 하든지 리모델링을 해야??한다. 제3의 방법은 없다. 결국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 질의 개선이라는 시각에서 봐야 하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