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일본] 잔업수당 없애면 생산성 높아질까

재계, 만성적 잔업 문화 없애기 나서…‘2단계 성장 전략’ 포함 여부 관심


잔업수당이 열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나온 ‘잔업수당 제로 정책’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잔업수당을 없애겠다는 안이다. 그도 그럴 게 일본은 잔업에 익숙하다. ‘회사 인간’이란 별칭답게 야근과 휴일 근무가 일상다반사다. 반면 부작용도 엄청나다. 생산성과 무관한 잔업 문화의 유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시간 낭비와 스트레스에 따른 과로사가 대표적이다. 이번 제안은 작년 산업 경쟁력 회의에서 도입을 검토했다가 좌절된 것과 내용이 같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1일 8시간이다. 다만 노사협정이 체결된 경우에 한정해 잔업이 인정된다. 잔업과 휴일·심야 근로 때 할증 임금을 지불하는 게 의무 사항이다. 지금까지는 근로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주는 형태였다. 이 때문에 일본의 근로시간은 규제가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로사 인정 라인(월평균 80시간)을 넘겨 잔업해도 위법은 아니고 할증 임금만 지급하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생산성과의 연결고리다. 워낙 잔업 문화가 광범위해 생산성은 별로인데 할증 임금만 늘어남으로써 기업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기업은 인건비 절감 차원의 효율적인 근로 형태를 진작부터 요구했다. 근로시간이 아닌 근로 성과에 비례해 임금을 정하겠다는 게 이번 제안의 핵심 논리다.


“사실상 잔업 무제한 강요” 반발도
아직 세부 내용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큰 방향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잔업수당을 주지 말자는 게 기본 방침이다. 4월 산업 경쟁력 회의에서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인 민간 위원이 이를 제안했다. 결국 재계의 강력한 요구 사항인 셈이다. 목표는 6월 개정·발표될 아베 정권의 2단계 성장 전략에 포함되느냐가 관건이다. 문제는 적용 범위다. 잔업수당 제로 정책의 현행 대상은 임원·상급 관리직(부장 등)과 재량 근로 전문직(연구자·경영기획 관련 등)에 한정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액 연봉 직원(연봉 1000만 엔 이상)은 물론 고액 연봉이 아니더라도 노사가 합의한 대상자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노사협정이 전제로 붙지만 일반 직원까지 포함될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대전제는 직원 본인의 동의다. 또 직원 과반수가 노조원인 경우 신입 사원은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노조의 반대가 심상치 않다. 잔업수당이 사라지면 사실상 잔업이 무제한으로 강요될 것이란 우려다. 일을 더 시켜도 수당 부담이 없으니 약자인 근로자로선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집단적인 기업 문화와 폐쇄적인 인사 평가 등을 봐도 잔업 거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특히 협상력을 갖춘 고도 인재는 몰라도 단순한 일반 직원이면 회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어떤 제한 요건도 없이 이런 재량 근로제를 도입하면 잔업 강제만 늘어날 것이란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여론도 좋지 않다. 일명 ‘블랙 기업’이라고 불리는 악덕 회사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반대 여론이 높다. 블랙 기업이 노동 착취적인 판매·잔업 강요로 공분을 샀기 때문에 잔업수당 제로 정책이 ‘싸고 길게’ 일 시키는 관행을 부채질할 것이란 염려가 높다. 아베 정권이 블랙 기업의 지원 세력이냐는 의심마저 있다.

재계는 잔업이 척결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부가가치가 낮은데 비해 직원 규모는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지적과 같은 논리다. 즉 만성적인 잔업 체질이 생산성을 하락시킨다는 분석이다. 화이트칼라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잔업수당 제로 정책이 시행되면 아무리 오래 일해도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 잔업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규 시간 때 효율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은 줄고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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