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 발목 잡힌 미해결 법안 ‘수두룩’…구글 지난해 1406만 달러 써
미국 워싱턴 D.C.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K스트리트’. 로비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 요즘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로비 업체에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던 로비 업체가 경기 회복과 함께 봄기운을 되찾고 있다.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K스트리트 로비 업체들의 올 1분기 수수료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0% 정도 늘어났다. 에이킨 검프의 1분기 수수료 수입은 86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났다.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수입이 증가세로 전환했다. “호황은 아니지만 활기가 도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에이킨 검프의 설명이다.
홀랜드&나이트, 밴 스코이요크는 각각 전년 대비 10%, 5% 늘어난 48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캐피톨카운슬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41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렸던 로비 업계가 다시 활력을 찾고 있는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각종 정책 현안이 의회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노년층 건강보험인 ‘메디 케어’에 대한 의사 환급률 재조정, 운송 법안 재승인 등 기업과 이익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미해결 법안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졌을 때 의회의 법안 처리가 더욱 활성화된다. 기업과 이익 단체들이 의회를 움직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미 대통령의 2기 임기 때 국정의 초점은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한다. 외국 기업과 단체들이 행정부와 의회의 주목을 끌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외국인 로비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경기 회복세가 더욱 강해지면서 기업들의 돈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있는 점도 K스트리트의 활기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K스트리트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특허법 개혁, 특허 소송 등과 관련해 로비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애플 소송 걸린 삼성도 122만 달러 지출
미국의 정치자금 조사 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삼성은 2013년 미국 자회사인 삼성전자아메리카와 에이킨 검프 등을 통해 122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지출했다. 2012년보다 38.6% 늘었다. 미국에서 삼성의 로비 자금이 1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로비 목적은 대부분이 지식재산권(IP) 침해, 특허 소송 등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과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의 주된 로비 대상은 연방 상·하원과 교육부·상무부 등이다.
삼성의 경쟁사인 애플은 지난해 337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썼다. 전년보다 70%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고 금액이다. IT 업체에서 가장 많은 로비 자금을 쓴 회사는 구글로 지난해 1406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지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 각각 1049만 달러와 719만 달러로 그 뒤를 이었고 HP(692만 달러)·페이스북(643만 달러)·IBM(595만 달러)·인텔(439만 달러)·아마존(346만 달러) 등이 10위권 내에 들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