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일본] 열도의 인력난, “일할 사람 어디 없나요?”
입력 2014-03-27 15:47:06
수정 2014-03-27 15:47:06
경기 훈풍 타고 구인·구직 증가…취업 기피로 청년 근로자는 ‘하늘의 별 따기’
또 다른 경기 회복 신호일까. 열도 경기의 개선 징후가 하나 더 더해졌다. 대기업 위주지만 임금(기본급) 인상이 본격적인 가운데 건설·음식 등 일부에서 인력 부족마저 발생해서다. 재정 투하 덕을 본 공공 건설 현장의 근로자 부족 사태는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에는 서비스업에까지 인력난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소매업 선두 주자인 외식 업계의 인력난이 대표적이다. 물론 아직은 고용 부담이 적은 파트타임·아르바이트의 비정규직 위주인데다 4월 소비 증세 이후 경기 회복의 불투명성 때문에 대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초과 수요는 충분히 이례적이다. 우호적인 시그널임은 분명하다.근로자 부족해 일감 포기 속출
인력 부족은 광범위하게 확인된다. 당장 역세권 무료 배포의 구인 정보지 두께가 빽빽해졌다. 인력 모집을 알리는 주말 신문 전단지의 양도 부쩍 늘었다. 인력난이 심한 업종에선 홈페이지 접속과 동시에 모집 배너가 빼곡한 회사도 적지 않다. 경기 회복 분위기 혹은 기대감 때문이다. 지진 피해 회복 수요가 가시적인데다 2013년부터 이(異)차원의 양적 완화 실시로 회복 온기가 확산된 덕분이다. 숫자로도 확인되는데, 열도의 작년 유효구인배율은 오매불망의 1배를 넘겼다. 이는 6년 만이다. 올 1월은 1.04배로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직·구인’의 숫자 공식처럼 일자리가 구직자보다 많다는 얘기다. 업종 숫자로 본다면 전체 59개 업종 중 37개 업종(63%)이 유효구인배율 1배를 넘겼다. 실로 오랜만의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인력난은 건설업계다. 유효구인배율은 3.01배까지 뛰었다. 토목·건축·측량 등 일부 전문직 파트는 최대 8배까지 급등했다. 사람은 줄고 일은 늘어나서다. 건설 근로자는 피크기의 4분의 3까지 떨어졌다. 1997년 685만 명에서 2012년 503만 명으로 축소됐다. 26% 감소다. 이 와중에 재해 복구와 올림픽 특수마저 더해져 건설 수요는 증가세다. 고도성장기 때 지어진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교체 수요도 최근 집중됐다. 인력난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2013년 일자리 대비 근로자 부족 비율은 1.6%로, 1993년 이후 최고치다. 인력난 호소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70세 이상 등 은퇴한 고령 근로자를 채용하는 현장도 적지 않다. 인력 부족으로 공기 연장은 다반사다.
반면 청년 근로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임금에 일이 힘들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신규 졸업자 중 건설 취업자는 1997년 7만 명에서 2011년 3만2000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대우는 더 좋아졌다. 2월부터 노무 단가는 7.1% 올라 일당은 1만6190엔이다. 2013년 4월에도 15.1% 올랐으니 1년 새 2번이나 뛴 셈이다. 충분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없어 포기한 발주 건수가 상당수”라고 보도된다. 해법은 마뜩찮다. 해외 근로자의 수입 확대 등이 거론되지만 장벽이 만만치 않다. 여성 노동력의 활용 확대도 그렇다. 특히 올림픽 이후 건설 경기가 꺾일 우려는 지속적인 인력 확보의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도소매, 숙박·음식, 판매·영업 등 서비스업의 유효구인배율도 1배를 넘겼다. 근로 환경이 열악한 음식·간병 등의 관련 업종은 2배 전후까지 올라갔다. 특히 경기 회복 민감도가 빠른 음식 등 외식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기 회복 기대로 간만에 매출 증가를 기대하지만 접객 현장에는 정작 이를 완성해 줄 인력난이 심각하다. 파트타임·아르바이트 등 청년 비정규직은 귀한 손님이 됐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15~34세 청년 노동력은 2000년 33.5%에서 2010년 28.2%로 줄었다. 출산 감소로 34세 이하 청년 인구의 노동 공급 자체가 줄어들고 접객업을 꺼리는 내향적인 청년 증가도 인력난을 부채질한다.
여성 인력 활용에서 해법 찾기
인력난은 자연스레 임금 인상으로 연결된다. 물론 정규직의 임금 인상은 한정적이다. 올려줘도 기본급보다 보너스처럼 단발 인상에 그친다. 뽑는 건 더 부담스럽다. 자칫 경기가 꺾이면 더 큰 부담이다. 그래서 택한 게 비정규직 고용 확대다. 시급 인상은 그 고민 결과다. 그 덕분에 비정규직 시급은 뚜렷한 회복세다. 일본은행의 ‘사쿠라 리포트(지역 경제 보고)’는 “서비스업 등의 광범위한 비정규직 인력 부족이 평균 시급의 인상 압력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도쿄 번화가에서조차 많아야 1000엔을 넘기기 힘들었던 시급이 최근 1000엔대에까지 올랐다. 번화가는 1300~1500엔대로 시급을 올렸어도 사람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야단이다.
가령 ‘TV도쿄’에 소개된 도쿄 번화가 하마마츠의 아르바이트 최초 시급은 1100엔부터 시작한다. 오피스 지역답게 상권 경쟁이 치열한데도 막상 직원 채용은 힘들다. 이곳 선술집 ‘쿠시돗큐’는 직원 유치 차원에서 입사 보너스까지 고민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안 모색은 절실하다. 초점은 여성 근로자의 활용 증대로 요약된다. 특히 결혼·출산의 생애주기 때문에 M자형 취업 곡선을 그리는 경력 단절의 전업주부를 근로 현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정책이 한창이다. 주부 노동력의 활용은 아베 정권의 셋째 화살인 성장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주부의 힘’을 둘러싼 재조명인 셈이다. 상황 논리는 좋다. 4월부터 5%에서 8%로 오르는 소비 증세는 전업주부를 근로 현장으로 유인하는 자극제가 됐다. 증세 부담이 생활 압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주부 수요가 증가했다. 증세가 확정된 2012년 10월 전후 30, 40대 여성의 구직 등록은 전년 대비 6% 증가했다(주부OB서치). 시급 인상도 재취업 용기를 고취시켰다. 같은 값이면 시급 인상이 근로 동기를 자극하는 법이다. 배우자 공제의 연간 한도액(103만 엔) 이하라면 추가적인 세금 부담도 없기에 용돈벌이로는 괜찮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주부 활용’의 동향은 외식 등 서비스업에서 적극적이다. 같은 비정규직일지라도 청년 근로자보다 경험이 많은 데다 주부 특유의 즉전력(卽戰力: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접객 서비스에 제격인 까닭이다. 30, 40대 여성이라면 교육 수준이 높고 컴퓨터 등에도 밝아 고무적이다.
돋보기 | 2020 도쿄올림픽 딜레마
건설 인력 부족하고 행사 이후도 골치
2020년 도쿄올림픽의 부양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예측 기관마다 다르지만 상당 규모의 경기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례로 모리기념재단은 19조4000억 엔의 경제 효과와 121만 명의 고용 창출을 전망한다. 기대가 많을수록 걱정도 크다. 특수 기대 이면에는 축제 완성에 직결되는 기반 시설 건축 계획이 새로운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건설 노동자 부족 때문이다. 과거 기반 시설 정비 주체이자 고용 창출의 안전판이던 건설업 위상이 급락한 건 물론이다. 실제 건설투자는 1992년 84조 엔에서 2010년 42조 엔으로 축소됐다. 금융 위기로 건설 암운이 드리워졌고 민주당 집권 시절엔 예산마저 줄어든 때문이다. 산업 공동화로 제조업의 발주 규모도 급감했다. 근로 환경은 바닥을 쳤다. 건설업 남성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전체보다 26% 적다. 사회보장제도 가입률도 낮다. 일부 전문 기능직은 숙련 전승마저 끊겨버릴 위기다. 청년 근로자가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 시설 건설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다. 더 심각한 건 그다음이다. 공기를 맞추기도 힘든데 정작 행사를 치른 2020년 이후가 더 걱정이다. 돈만 잔뜩 쏟아 넣은 저부가가치의 유휴 시설로 남을 우려 때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