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노믹스의 탄생_커지는 스타 파워, 이유는] 철저한 기획 시스템…‘대박’에 우연은 없다

SNS 발달 등 콘텐츠 동시다발 확산, “불황기 감정적 소비 심리 영향” 분석도


최근 기자와 만난 모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인 톱스타가 자신이 출연하는 인기 드라마나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리 제품을 노출해 주면 단기간에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며 “산업계 전반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다 보니 웬만한 내수 활성화 정책보다 스타 1명이 경제를 살린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 마케팅을 넘어 ‘스타노믹스(스타+경제학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에서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남녀 주인공 전지현·김수현을 비롯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피겨 퀸 김연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빙속 여제 이상화 등이 스타노믹스의 주축으로 손꼽힌다. 이들이 입고 사용하는 제품은 바로 ‘완판’되다 보니 기업들은 빅 스타 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한 매체를 통해 김연아 선수의 열애설이 보도됐는데 사진에 같이 찍힌 도시락 통이 큰 화제를 모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해당 제품의 판매량이 종전보다 300% 정도 급증해 해당 업체는 뜻하지 않은 특수를 누릴 정도로 그 영향력이 세세한 곳까지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유통을 비롯해 산업계 전반, 국가 이미지 제고 등 스타들의 파급력이 더욱 확대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 등 노출 채널의 다양화를 꼽는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상파 TV를 비롯해 케이블·종편 채널 등 방송 자체의 파이가 커졌다”며 “이와 함께 인터넷·트위터·유튜브 등 커뮤니케이션 볼륨이 대폭 증가하면서 스타들의 노출 빈도가 높아져 이들의 영향력도 동반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비 주도 계층인 20, 30대는 SNS 활용이 일상적이어서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횟수 또한 빈번하다 보니 스타들의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등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각종 연예 매체들이 하루에도 수천 건씩 쏟아내는 연예인 관련 기사와 사진 등이 포털 사이트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도 파급력에 힘을 더하고 있다.


노출 채널 다양화…시장 파이 커져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스타들이 국경을 초월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또한 큰 특징이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드라마 한 편이 히트해 특정 스타의 인기가 다른 나라로 퍼지는 데 몇 년씩 걸렸다면 요즘은 동시다발적으로 스타덤을 형성한다”며 “SNS의 영향으로 국내외 다수의 대중에게 매우 신속하게 콘텐츠가 전파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고 교수는 “아시아권에서 ‘한류’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친숙함이 스타를 향한 팬덤으로 연결되면서 경제적인 효과까지 유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홍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들이 스타들의 패션과 제품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 못지않게 해외 한류 팬들도 한류 스타들을 보면서 그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을 유심히 보고 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그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과 휴대전화 등에 관심을 가진다. 한류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한 제품의 매출이 급성장하는 것 또한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며 “화장품·의료·식음료·전자제품 등 주요 소비재 중에서 한류 도입 국가와 한류 성장 국가 모두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했다. 이는 실제 지표로도 나타났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드라마나 가요 등 문화 상품 수출이 100달러 늘 때 소비재 수출은 평균 412달러, 정보기술(IT) 제품은 평균 395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한 기획 시스템도 스타노믹스의 주요 요소다. 홍현표 한국광고주협회 조사본부장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면서 체계화된 비즈니스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스타나 드라마의 영향력이 경제·정치·외교 등에까지 미치고 있는 만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식의 인기가 아니라 철저한 기획력으로 팬덤이라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특히 중국 내 ‘별그대’ 열풍이나 천송이 신드롬은 사전 기획으로 일정 부분 예견된 면이 없지 않다.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전지현·김수현·박해진 등 중화권 인기 스타들의 캐스팅이 완료된 직후 중국 내 인기를 어느 정도 예감해 일찌감치 중국 쪽 콘텐츠 유통 업체인 베이징행복영사유한공사와 계약, 드라마의 온라인 방영권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18일 국내에서 첫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중국의 최대 검색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자회사 아이치이(www.iqiyi.com)를 비롯해 중국 인터넷 방송 보기 주요 사이트인 칸칸닷컴(kankan.com)과 PPS 등을 통해 동시 방영될 수 있었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홍 본부장은 “전지현·김수현이 착용한 제품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며 “천송이노믹스의 중심에는 ‘별그대’ 제작진의 똑똑한 간접광고(PPL) 전략이 힘을 발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까지도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특정 상품을 노출하고나 로고를 보여주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데 ‘별그대’에서는 천송이의 직업이 화려한 톱스타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 국내외 유명 패션·뷰티 브랜드들을 자연스럽게 작품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대중의 저항감을 줄였다는 것이다. 전지현 측은 드라마 방영 전부터 전문 메이크업(손대식), 스타일링 팀(정윤기 인트렌드)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주얼을 철저히 기획했다.


불황기에는 소수 브랜드만 기억
스포츠 스타들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스타의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사전 기획에 보다 철저하다. 선수의 실력과 잠재력을 판단해 어떤 선수를 후원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기획에 포함된다. 또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대형 스포츠 이벤트 직후 대중의 관심도가 가장 뜨겁다는 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삼성화재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상화 선수와 올림픽 직후부터 후원 계약을 했고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지난 2월 28일 대한체육대회 시상식에서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의 옷을 입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상화 선수가 해당 브랜드의 미니스커트를 입자 큰 화제를 모아 바로 다음날인 3월 1일 문을 연 에잇세컨즈 코엑스점에서 해당 상품은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연히’는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스타들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강해진 데는 경제 상황도 한 몫한다. 김왕기 WK마케팅그룹 대표는 “불황일수록 대중들은 제품의 기능 등 이성적 판단보다 감성 마케팅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닮고 싶은 워너비 스타나 큰 성공을 거둔 스포츠 선수 등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면서 이들을 모델로 기용한 제품의 판매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전지현이나 김연아 등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에 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의존도가 높다”며 “일시적 경기 후퇴 속에서의 멋 내기라는 의미를 담은 ‘리세션 시크(Recession Chic)’가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확산된 점도 이 같은 신드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어려운 시기일수록 희망의 아이콘을 찾게 되는 대중적 심리 때문에 국제 대회 등에서 메달을 획득한 스포츠 선수들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기업들 또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확실한 것에만 투자하려는 태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가 확실한 소수의 톱스타에게만 광고 시장을 맡기고 있다”며 “불황기엔 소비자들이 특정 산업군의 브랜드를 기억하는 게 평균 2.7개로 호황기 3.5개에 비해 적기 때문에 수만 개의 상품 중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가장 효과가 강렬한 스타 마케팅을 선호하게 된다”고 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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