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관리자의 인식 부족이 성과 관리 망친다

지표 개발에만 투자하고 교육은 뒷전…정기 점검·기록화 등 필요

Businessman's hand draw idea and analysis concept diagram

연말부터 연초로 이어진 사업 계획 수립, 조직 개편, 승진·인사 발령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고 이제 모두가 올해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하는 시기다.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수립한 전략과 계획에 따라 업무를 추진하고 연말 즈음이면 다시 한 해 농사에 대한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조직·인사관리 컨설팅을 하며 필자가 다수의 경영진, 중간 관리자,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바에 따르면 의외로 당해 전략 방향보다 기존에 해왔던 관성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려는 경향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전략이나 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곳은 또 없다. 흥미롭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중요도만큼의 지속적인 관심과 점검이 뒤따르지 않는 것이다. 성과 관리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고심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비슷한 패턴이다.


인사 평가 시즌마다 반복되는 갈등
한국의 어지간한 기업의 조직·개인에 대한 성과 관리 제도는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 모범 경영)로 삼아도 손색이 없다. 회사의 전략 목표가 본부·팀·개인에게 체계적으로 정렬되고 진척 및 달성 수준을 점검하는 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관리 방식 등이 매우 정교하고 구체적이다. 그런데 왜 정작 정착이 어려운 것일까. 채용·승진·인사발령·보상 등 다양한 인사관리 영역이 존재하지만 성과 관리에 다른 영역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문이 있다. 바로 전체 구성원이 제도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운영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성과 관리는 제도적인 완결성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충분한 이해와 동참이 성공의 필수 조건일 수밖에 없다.



<A사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평가 시즌에 김고민 팀장은 걱정이 많다. 팀원으로 데리고 있는 두 명의 차장에 대한 평가 때문이다. 오모 차장은 업무 실적에서는 최고다. 언제나 맡은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할 뿐만 아니라 담당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기주장이 강하고 독단적인 면이 있어 같이 일하는 동료들 간에 종종 갈등을 유발할 때가 있다. 하모 차장은 실적이나 전문성만 놓고 보면 오 차장보다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대체로 맡은 업무를 성실하고 무난하게 마무리한다.

특히 하 차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동료 및 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고 따르는 직원들이 많다. 오 차장과 하 차장은 내년에 승진 대상자들인데, 승진된다면 본격적으로 팀장 풀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최고 등급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평가 등급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사숙고한 결과 팀장으로서의 조직 관리 역량 면에서는 하 차장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하 차장에게는 성과와 역량을 합산한 종합 평가 등급을 최고로 주고 그 대신 오 차장은 성과 평가 부문에서 최고 등급을 주어 올해 성과급이라도 잘 받도록 했다. 결론이 나왔으므로 각각의 평가 항목별 판단은 결론을 감안해 정리했고 개인별 평가 면담도 올해 수고에 대한 감사와 내년에도 잘 해보자는 일상적인 대화로 마무리했다.



평가 결과가 본인에게 피드백되자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오 차장이 최고의 성과 평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종합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내용을 접수한 인사팀에서 김 팀장에게 평가 근거를 확인했고 김 팀장은 자신의 고민과 결론을 설명했다. 그 결과 실적이 인정돼 오 차장의 종합 평가는 최고 등급으로 수정됐고 김 팀장은 관리 책임을 물어 경고 조치를 받았다.

위의 사례는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김 팀장의 고충과 결론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왜 김 팀장에게 관리 책임을 물었을까.


많은 회사들이 더 정교한 기준과 절차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렇게 묻고 싶다. 더 정교한 지표와 엄정한 절차가 마련된다면 성과 관리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까.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인사팀에서 볼 때 김 팀장이 범한 가장 큰 오류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분명히 두 명의 차장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ex-KPI, 역량 항목)이 설정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팀장은 평가 결과를 활용하기 위한 결론은 내려놓고 그에 맞춰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를 역으로 맞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 차장이 이의를 제기했을 때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정해진 판단 기준에 따른 충분한 근거와 절차적 공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회사의 최종 판단이었다.



많은 회사들은 성과 관리의 효과성과 정착 수준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더 정교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렇게 묻고 싶다. 더 정교한 지표와 엄정한 절차가 마련된다면 성과 관리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까. 성과 관리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물론 제도적인 기반이 요구된다. 그러나 운영 주체로 참여하는 전체 구성원, 특히 관리자들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 없이 정착되기는 불가능하다.


성과 관리는 관리자 역할 그 자체
성과 관리는 관리자의 역할 중 하나일까. 아니면 관리자의 역할 그 자체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성과 관리의 영역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의 해석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성과 관리를 단지 목표 설정 및 실적 확인으로만 해석한다면 관리자의 역할 중 하나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성과 관리 본래의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조직 관리 전반의 프로세스는 성과 관리의 주요 활동과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성과 관리는 관리자의 역할 중 일부분이 아니라 관리자의 역할 그 자체로 이해돼야 한다. 최근 기업 교육에서 리더십 개발이 화두다. 이를 위해 리더로서의 마인드 교육, 조직 관리 노하우, 코칭·육성 스킬 등 다양한 교육과정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리더십 개발 과정들이 해당 주제의 목적에만 국한돼 부분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관리자의 역할 전반에서 어떠한 의미로 활용되는지 종합적인 이해에 바탕을 둬야 한다.

성과 관리가 조직 관리 제반 프로세스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이해를 전제로 성과 관리를 정착시키기 위한 다음의 3가지 추진 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관리자 대상의 성과 관리 교육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에서 관리자 대상의 성과 관리 교육을 일회성으로 실시하거나 전혀 실시하지 않는 등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해서가 아니라 주로 정교한 제도를 갖추는 데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과 관리 제반 프로세스 운영에 대한 관리자들의 정확한 이해 및 노하우 습득이 미흡하고 특히나 기존 관행이나 익숙한 방식과의 충돌로 성과 관리의 정착이 더뎌질 때가 많다.

바쁜 관리자들에게 성과 관리 교육을 위한 시간 할애 요청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관리자의 요구 역할과 성과 관리의 밀접성을 생각할 때 회사와 관리자 자신을 위해 투자해야만 하는 영역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성과 관리 교육의 수행 시기와 방식은 효율을 생각해 다양한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체로 사업 계획 수립 및 목표 설정, 성과 평가가 연말 혹은 연초에 집중돼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해당 시즌 직전이 성과 관리 교육의 최적 시기라고 생각된다. 또한 온라인 교육과정 등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일 수도 있다.


둘째, 정기적인 점검 및 기록화를 필수화한다.
성과 관리의 목적은 정확한 평가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성과 향상을 통한 목표 달성에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시기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연중 점검 및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또한 이렇게 했을 때 정확한 평가를 위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가 수월해진다.

다양한 평가 오류가 있지만 대개 객관적인 근거에 기초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 시기에 지난 1년간의 주요한 사실들을 충분히 기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연중 꾸준한 점검과 기록을 통해 잠재 이슈의 조기 예측 및 대응 방안 수립, 개선 기회 모색 및 자원 조정, 정확한 평가 근거 등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성과 관리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운용 중이라면 일정 시기별 성과 점검 기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이전 단계가 완료되지 않았을 때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불가능하도록 강제화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도 좋다.


셋째, 평가 면담을 ‘제대로’ 한다.
성과 관리 단계 가운데 리더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평가 면담이다. 많은 회사에서 평가 면담을 제도화하고 있지만 본연의 취지에 맞게 잘 운영하기보다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면담이라는 방식 자체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면담을 위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고 바빠서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사유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성과 관리가 더 높은 성과를 위한 과정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평가 면담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활동이 아니다. 이를 통해 당해 성과의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하고 추후 성과 개선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는 정확한 성과 평가를 위한 관리자의 신중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 구성원들과 직접 면담을 가짐으로써 평가 항목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정확하게 짚어보고 혹시 오류가 있다면 정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평가 면담에 익숙하지 않은 관리자들을 위해 필요 사항들은 성과 관리 주관 부서에서 빈틈없이 지원해야 한다.


평가 면담을 내실 있게 진행하라
성과 관리가 관리자들의 역할 중 일부가 아닌 조직 관리 그 자체라는 인식 위에서 성과 관리의 정착 및 운용을 위한 몇 가지 핵심 요소들은 살펴봤다. 단지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의 역할 인식 및 관련 문화·관행의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과 향상 및 동기부여, 구성원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들 중 성과 관리가 항상 근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일관된 원칙과 지속적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종권 헤이그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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