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2년 만에 돌아온 정통 한은맨

이주열 총재 내정자…한은 조직 개편 시작될 듯

이주열 한국은행총재 내정자가 3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소감을 밝힌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3월 3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주열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내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이주열 총재 내정자가 한국은행에서 35년 동안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며 한국은행 업무에 누구보다 밝은 데다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워 발탁됐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은행 총재의 중책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야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지만 그에 앞서 그야말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1977년 한은에 입행한 뒤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 부총재 등을 거쳤다. 한은 총재는 대통령 지명 후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쳐 선임된다.


‘유연한 대응력’도 갖춰
이 내정자가 한은 신임 총재로 내정되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완전히 가시고 하반기 기준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35년 정통 한은맨’인 이 내정자를 ‘중도 매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내정자는 과거 부총재 재직 시절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을 중시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자 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했다. 시장은 앞서 정부가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자 차기 한은 총재에 친정부 성향 인사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한은 내부 인사인 이 내정자가 지명되자 긴장하는 분위기다.

긴장감은 한은 내부에도 흐르고 있다. 이 내정자는 2년 전 김 총재를 향해 “60년에 걸쳐 형성돼 온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됐다”고 말할 만큼 모든 면에서 김중수 현 한국은행 총재와 평행선을 달렸다. 김 총재는 부임 이후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면서 외국 대학 박사와 영어 능력으로 무장한 ‘김중수 키즈’를 주요 보직에 앉혔다. 이 때문에 취임 후 어떻게든 인사와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요직을 거쳤다가 외곽으로 밀려난 이들을 복귀시키고 ‘한은의 혼’이라고 불리는 조사국과 옛 정책기획국·금융시장국 등의 핵심 라인이 재부상할 것이라는 등 시나리오도 구체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 내정자가 단기간에 조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식 부총재와 강준오·강태수·김준일 부총재보 등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이면 자연스럽게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조직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지만 예전으로 되돌리기도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서면 조직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내정자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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