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랭킹] 증권사 순이익 순위 ‘지각변동’

증시 침체에 ‘빅5’ 실적 급락…메리츠·키움·신영 5위권 도약

증시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한국 증권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우울한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에 따르면 2013 회계연도(4~12월) 증권사들은 107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002년 이후 최초로 적자 전환했다. 한국 42개 증권사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19개사에 달했고 전체 적자는 1756억 원에 달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증권사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금 감소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외국계 20개 증권사는 686억 원의 흑자를 기록,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고 적자인 곳은 9개사로 조사됐다.


한국투자·미래에셋, 2년 연속 선두권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 순이익 순위가 요동쳤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전년에 이어 1위와 2위를 지켰다. 당기순이익은 797억 원, 676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확고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절반가량 줄어든 형국이다. 2위 미래에셋증권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저비용 구조를 확보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3, 4, 5위는 새로운 강자가 훌쩍 진입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당기순이익 500억 원으로 업계 3위를 차지했다. 전년도 순위는 8위였다. 작년부터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 받는 회사는 바로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주식 거래량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일반적인 증권사의 사업 형태를 모방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 분야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대금 규모에 민감한 리테일 부문은 효율화해 수익 비중을 낮췄다.

4위 키움증권은 424억 원을 기록해 전년도 9위에서 5단계 상승했고 5위 신영증권은 419억 원으로 전년도 11위에서 6단계 점프했다.



반면 삼성·KDB대우·현대증권 등 소위 빅 5로 불리던 대형 증권사들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추락했다. 2012 회계연도 당기순이익 업계 3위였던 삼성증권은 순이익 84억 원으로 13위로 밀려났다. 삼성증권은 종목 주가연계증권(ELS)이 다른 회사에 비해 월등히 많아 ELS 배당락 충격에다 직원 성과급 100억 원 등 일회성 비용이 작용하며 전년 대비 이익 폭이 크게 줄었다.

전년도 4위였던 KDB대우증권은 33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업계 37위로 뚝 떨어졌다. KDB대우증권은 중국고섬·팬오션 관련 기업어음(CP) 등 유가증권 감액 손실 등이 반영되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800억 원에 달하는 일회성 비용 발생이 실적 악화에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증권은 전년도 33위로 추락한 데 이어 이번에 39위로 더 떨어졌다.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적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보통주에 대한 배당을 전혀 실시하지 못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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